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기타기타사건부에서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으로 흥분시켰던 그들이 돌아왔다. 아직 꼬마 문고상 기타이치가 만나게 된 여러 사건들 그것들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 이야기가 나온지 제법 되었고 나도 분명히 읽었는데 기록이 없어서 다시 꺼내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아직 정식 수사관에는 못 미치는 수습 경찰 보조같지만 마음이 좋은 기타이치, 은근히 조용힌 도와주는 기타지 그리고 인덕이 있어서인지 기타이치 주변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 돌아가신 센키치 대장 님의 마님 마쓰바와 오미쓰는 따뜻한 먹거리와 좋은 의견을 제시해 주신는 훌륭한 뒷배이시고, 도미칸 님은 나가야의 관리자이면서 다양하게 여기 저기 일을 해결해 주신다. 작지만 독립하여 자기 문고상을 할 수있게 도와주는 오우미 신베에와 그가 모시는 작은 나리 화가 에이카 님과 도와주는 스에조 영감님, 그리고 도미칸 나가야의 이웃들도 이따금 등장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다시 보는 고물상인 다쓰키치 등. 그리고 센키치 대장님이 존경하던 혼조 에코인 뒷골목의 오캇피키 중의 제일 센 마사고로 대장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여 흥미롭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예전에 이야기 속에서 만났던 인물들의 이름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다.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디선가 내적 친밀감이 들면서 뭔가 짠하고 정겹다.

 

1화 아기를 부르는 그림

이 그림을 가지고 있으면 신이 아기를 점지해 준다

술 도매상의 주인이 그린 그림에 점지 영험이 있다는 소문이 에도 거리에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아무리 기도를 해도 임신하지 못하다가 기쁨의 환호성을 올린 부부가 몇 쌍이나 된다는 것이다. 7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들어설 기미가 없어 고민하던 부부는 소문을 듣고 어렵게 이를 손에 넣는다. 여신인 변재천 님이 아기를 안은 채 배에 타고 있는 그림이었다. 덕분인지 부부는 바라던 대로 길몽을 꾸고 옥동자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아기가 덜컥 죽어 버린 것이다. 아픈 곳 없이 잘 자라고 있었는데 왜? 아기를 떠나보낸 부부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점점 야위어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띈 그림. 술 도매상의 주인이 그려준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째서인지 배만 덩그러니 있을 뿐 아기를 안은 변재천 님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아기를 점지해 준 변재천 님이 변심하여 아기를 되찾아 데려가 버린 것처럼. 대체 어찌된 일일까. 이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기타 콤비가 나서는데.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기타 콤비로 하여금 미신을 믿고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한편, 자백만으로 범인을 지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자백 편중주의로 인해 누명이 잔뜩 생겨났던 에도 시대 사법제도의 결함에 대해 고찰한다.

2화 짱구머리 속에 든 것

예전 얼간이 시리즈에서 만난 짱구... 분명히 그 때는 어린 학생이었는데 다시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이제 멋진 어른이 되었고 뛰어난 기억력은 여러 가지로 굉장히 많은 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니 아주 반가웠다.

3화 인어의 독

사실 나는 일찍이 책을 읽었더랬다. 그런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고 서평도 잘 써 놓지 않아서 다시 읽었더니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왜 서평을 안 썼을까... 생각을 해보니 이 작품의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악인이 나오거든. 음침하고 음습하고 대단한 이유없이 선량한 사람을 해치는 께름칙한 이야기가 나와서 서평을 빨리 쓰지 않았고 두 번째 읽고도 아주 뒤늦게 억지로 쓰게 되었다.

편집자 후기

나는 북스피어 시대물 버전의 독자후기가 너무 좋다. 한번씩 시대물들을 정리해 주거든.

이 책은 이 편집자 후기 때문에라도 반드시 사야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혜수, 해수 1 - 영혼 포식자
임정연 지음 / 산지니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을 좋아라하는 내가 우연찮게 표지가 만화 같아서 보게 된 작품이다. 내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벌써 3권까지 발행이 되었으니까... 대단하다 싶었다.

요렇게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재미와 흥행을 잡았다는 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믿고 볼 수 있었다.

 

여고생 선무당 강혜수가 어느 날 갑자기 신열이 올라 내림굿을 하는데 근처에서 악귀를 쫓던 700년 되었지만 앳된 얼굴의 저승사자 정해수와 신장(神將)’으로 연결되면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건과 문제들을 해결하고 서로 얽혀가는 이야기. 두 청춘의 발랄한 모습이 귀엽다.

원치 않았지만 갑자기 무당이 된 혜수는 운명에 취해 심각하고 슬프지 않고, 700년 된 저승사자 해수도 마냥 무게가 잡혀 어둡지 않다. 이 작품에 흥미로운 소재, 깜찍 발랄한 설정,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케미가 어우러져서 심각하지 않고 학교 폭력, 심각하고 우울함에 함몰되지 않은 어찌 보면 명랑만화같은 재질이라고 할 수 있다.

줄거리는 출판사 리뷰를 빌려올게. 여자 주인공 강혜수는 할머니에게 배운 점치는 기술로 친구들의 운세를 봐주는 고등학생. 저승사자 정해수는 700년이 넘게 혼령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해온 저승사자. 700살이 넘은 나이지만 어려서 죽은 탓에 10대의 외모를 하고 있다. 그날도 저승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도망치는 혼령을 잡으려다 내림굿에 휘말려 강혜수의 신장이 된다. 저승사자가 신장이 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베테랑인 정해수도 골치가 아프다. 게다가 무당도 철없는 여자 고등학생. 좋아하는 것도 하필이면 엄청나게 매운 걸 좋아하는 탓에 멋모르고 있다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된다. 도망간 악귀는 자신을 방해하고 잡으려는 정해수에게 앙심을 품는다. 정해수와 강혜수의 관계를 알게 된 악귀는 복수의 대상으로 강혜수를 노리게 된다. 악귀의 습격으로 죽을 고비에 처하게 된 강혜수. 하지만 정해수와 힘을 합쳐 악귀의 공격을 물리치게 된다. 복수에 실패한 악귀는 기회를 노리며 힘을 기른다. 다른 영혼을 흡수하며 힘을 기른 악귀의 습격에 강혜수의 친구와 다른 저승사자들이 당하게 된다. 그리고 강혜수의 엄마를 인질로 잡은 악귀는 혜수를 혼자 외딴곳으로 불러낸다.

 

서로 감각을 공유하는 신장 관계. 특히 미각을 함께 하기에 커피를 사랑하는 저승사자,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는 여고생 무당... 이라는 설정과 약속의 상징인 새끼손가락을 깨물면 나타나는 저승사자 그런...설정들이 귀엽다. 혜수 친구들이라던지 다른 캐릭터들도 나오는데 심각하지도 않고 나름 개성있는 인물들이 좋다. 물론, 악귀가 나오니까 긴장의 요소도 있고...

 

이번에는 영혼포식자인데 2편에는 뱀파이어...

앞으로의 시리즈도 기대된다.

 

세상에는 참 재미있는 작품도 많고 글 잘 쓰시는 작가도 많다.

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 호텔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라다 히카는 작년부터 가장 주목하고 애정하면서 읽고 있는 작가다. ‘우선 이것부터 먹고로 시작했지만, ‘낮술시리즈로 완전히 반하게 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도서관의 야식헌책 식당은 소재들이 하나같이 내가 열광하는 것들이라 안 좋아할 수도 없었다.

물론, 그녀의 초기작 할머니와 나의 3천 엔은 아직 못 봤지만.... [노인호텔]이라고 해서 약간 헌책 식당느낌을 상상했는데... 웬걸... 이 책은 경제서적에 가깝다.

책은 많이 읽고 있지만 보는게 문학이라 소설, 에세이 정도만 보는 나는 정말 재테크에 대해서 1도 모른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닌데.. 나도 되고 싶은데.... 실제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당장의 카르페디움에 충실한 인간 유형이고 남보다 물질적 욕심이 크지도 않아서 허구헌날 좋아하는 책, 공연 보고 맛있는 거 다 사먹고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나이도 있고 모아놓은 것도 없고 특히 집에 쌓여만 가는 짐들을 보면.. 이거 이렇게 살다가 큰 일 날까봐 걱정도 되긴 하는데... 암튼 정말 이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출판사 리뷰

노인 호텔은 노인들이 장기 투숙하는 호텔 프론에 붙은 별칭으로, 이곳에 사는 인생 뒤안길에 접어든 노인들에게 절약자립을 배워가는 엔젤의 시선을 따라간다. ‘배짱 두둑해 보이는인상과 달리 주변 사람들의 쓴소리 한마디에도 움츠러드는 그녀는 스물넷이 되도록 자립할 수 없게 방치한 가족과 가난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반면 숨을 헐떡이며 비틀거리는 노인 미쓰코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건강 상태로 외적으로는 엔젤과 상반되지만, 실은 맨손으로 집안을 일으켜 건물주로 부동산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재력가로 아쉬울 게 없다. 아무런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이 호텔 청소부와 투숙객으로 만난다.

보잘것없는 변두리 호텔이라 해도 그 안에서 위계가 있고, 사연이 있다.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고 있는 속옷 색깔마저 지루한 베테랑 청소부 야마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하고, 살던 집에서 내쫓기고 빚을 떠안은 채 홀로 아들을 키우는 답답한 현실에 불평하지 않고 편견 없이 노인들을 대한다. 덕분에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야마다의 청소 일지는 사회성 제로인 엔젤이 노인들의 마음을 여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곳에 사는 노인들은 어떤가. 거처를 요양원이 아닌 호텔로 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범하지 않은데, 그들 면면이 다 범상치 않다. 주식 투자에 방해되지 않게 랜선을 깔아달란 요구를 호텔 측에 하거나, 자신이 방에 있을 때 외에는 절대 청소해서는 안 된다고 직원들을 하인 다루듯 엄포를 놓고,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독을 달래길 원한다.

소설의 변수는 특이점이 없던 사치코다. “잠깐만 남아 줘로 시작된 엔젤을 향한 사치코의 집착은 엔젤의 과거로 향한다. 인기 TV 프로그램 화목한 히무라 가족의 일원으로 소비되었던 엔젤은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알아보길 원치 않고, 어떻게든 그녀에 관한 육성을 담아 인생 마지막 책을 집필하고 싶은 사치코의 욕망은 집요하게 그녀의 과거를 이용하려 든다. 둘의 미묘한 갈등이 미쓰코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마침내 엔젤이 그토록 원했던 재테크 강의가 시작된다. 부자 할머니로부터 얻은 교훈은 사뭇 진지하고, 과장됨이 없다. ‘고정 수입을 강조하는 미쓰코가 이 미션을 해내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고 못을 박은 덕분에 엔젤은 생에 처음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다.

이야기는 엔젤이 그래서 부자가 되었느냐보다는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돈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절약, 삶의 태도에 주목한다. 이것이 바로 하라다 히카 식의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의 특별함이다. 생애 최초의 학습을 통해 엔젤은 정규직과 고정 수입을 통해 통장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간다.

미쓰코는 장기 투숙객 오키에게 부탁해 주식 투자를 통한 재산 증식에 능통해 엔젤에게 주식 투자와 연금 설계하는 법, 명의를 소중히 관리하는 법을 가르친다. 돈을 모아 주택을 사고, 이를 세놓아 집세를 받는 시스템까지 일사천리로 배운 엔젤은 돈의 소중함뿐 아니라 돈의 가능성에 눈을 뜬다. 물론 그사이에 물질적 훼방꾼인 엄마가 나타나 돈을 갈취하고, 정신적 훼방꾼 사치코를 비롯해 엔젤의 심경 변화가 스스로를 선택의 갈림길에 올려놓기도 하지만 이제 그녀는 분명히 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일어서야 할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된다는 조언이 인생에서 배운 유일한 가르침이었던 과거의 엔젤은 이제 스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통장에 모인 돈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임을 충분히 배웠다. 노인들만 살고 있는 호텔에서 그녀가 얻은 것은 인생 선배들이 일궈온 삶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돈이야말로 단순히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자세를 깨닫게 되면서 따라 얻는 게 아닐까.

 

태어나 보니 [행복한 히무라 가족]의 소속이었던 엔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의 일상이 방송되는 가난하면서 일하지 않고 나라에서 받는 돈, 방송으로 포장해서 얻는 돈으로 생활하는 가족들로 인해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 하고 본 적도 없이 살고 있는 엔젤은 24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예전에 건물주이면서 정말 멋지게 생각했던 노인 미쓰코를 만나게 되어 그녀가 있는 곳을 몰래 따라간다. 그곳은 바로 호텔 프론(일명 노인 호텔로 불리는 곳)이다. 거기서 급하게 청소원 일자리를 구한 뒤 미쓰코에게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변두리 호텔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노인들이 있고 같이 일하는 분들과 미쓰코, 오키 등을 통해 재테크나 재산 증식 방법들을 배운다. 이 소설은 따뜻한 힐링소설이 아니기에 빌런들도 많이 등장하고 훼방꾼도 있고 씁쓸한 인간군상들도 제법 등장한다. 심지어 미쓰코와 엔젤의 관계나 배움 등도 따뜻한 힐링관계가 아니고 계산과 이익, 효율, 필요 등이 엮여 있다. 그래서 굉장히 따뜻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굉장히 유익한 이야기였다. 돈의 소중함과 돈의 가능성까지 배우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엔젤, 그리고 가족에게서 벗어나가는 그녀의 성장을 응원하며 나도 많이 반성하면서 보게 된 소설. 나도 주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지. 배우고 살아야지. 돈에 대한 것도 좀 알아보며 살아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사랑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님의 흑백의 방시리즈(미시마야 변조괴담)

쭈욱 챙겨 읽고 있는 이 시리즈는 너무 애정이 가고 항상 기대하며 기다리게 된다.

저번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까지 37편이 나왔고 이번에 4편이 수록되었으니 아직 99편까지 반은 남았다.

작가 님의 건강과 건승을 항상 기원하고 바랍니다.


목차

()

청과 부동명왕 : 오치카의 출산을 돕겠다며 부동명왕을 짊어지고 미시마야를 찾은 여자와 그녀의 동료들

단단 인형 : 비극적인 일을 당한 소녀의 원한과 집념이 만든, 가족을 지키는 인형

자재의 붓 :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걸작을 그려낼 수 있는 마성의 붓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 : 정체를 짐작하기 힘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

편집자 후기


항상 잘 읽고 있지만 이번 편은 더욱 마음에 많이 남는다.

이야기 중 표제작에 해당하는 <청과 부동명왕>은 에도 시대 버림받고 갈 곳 없는 여자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이를 갖지 못해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소처럼 부려먹히다 도망친 여자.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죽어서도 들어갈 무덤조차 없는 여자……,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여자들이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황폐해진 절 동천암으로 모여든다. 그리하여 서로 돕고 의지하며 절터의 생활을 꾸려가던 어느 날 절 앞에 만든 텃밭에서 밭일을 하다가 땅 속에 묻혀 있던 부동명왕 상을 발견하는데.

한편 오치카의 산달을 맞아 혹시라도 부정이 탈까봐 괴담 자리를 쉬고 있던 도미지로에게 이야기꾼이 찾아온다. 이야기꾼은 곧 아기를 낳을 임부 오치카에게 힘을 빌려주고 수상한 자들로부터 지켜주겠노라며 방금 땅에서 파낸 듯한 부동명왕 상을 도미지로 앞에 내놓는다. 이 수상한 이야기꾼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가 등에 업고 온 부동명왕 상은 과연 오치카와 아기를 지켜줄 수 있을까.

요즘 연대에 대해서 부쩍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보는데... 옛날 여자들에게 가혹했던 말도 안 되던 시절 연대의 이야기는 너무 따뜻하고 마음이 온화해진다. 여기 청과 부동명왕 님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오치카에게 당연히 큰 힘이 되겠지.

<단단인형> ...이 이야기도 짧지만 슬프고 짜증이 났다. 옛날엔 왜 이렇게 부조리한지... 계급은 극복 안 되고 되도 않은 권력자가 아래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도 무조건 당하고 참아야만 하는 것들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은데... 다들 그렇게 살았고 동화 속처럼 짜~안 해피엔딩, 시원한 사이다 전개도 없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한 복수에 머물지 않고 단단하게 자신의 후손들을 지키는 인형.. 너무 감동이다.

<자재의 붓> 이런 붓이라면 굉장히 욕심이 날 것 같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파멸의 길이지만 그 맛을 보면 멈출 수 없는... 정말 한 발짝도 들이고 싶지 않은 세계다.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 정체를 짐작하기 힘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

과연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만드는 종이 인형...이런 이야기를 볼 때 마다 인간답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함부로 염원과 원망과 그런 것들을 비는 것도 무섭고...

<편집자 후기> 나는 이 시리즈의 편집자 후기를 제일 좋아한다. 나의 최애 이야기도 생각해 본다.

나는 <안주>에 나오는 이야기가 참 좋았는데... 모든 시리즈를 다 읽었지만 소장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것도 있지....그래도 다시 찾아 읽어봐야지.

 

이번 이야기도 너무나 좋았다. 작가 님은 아실까? 이렇게 옆 나라에서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 독자가 이렇게 작가 님을 오래 애정하고 감사해 한다는 것을...언젠가 이 이야기들을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해보는게 나의 꿈이 되었다. 이제라도 일본어를 배워야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겸재 정선 - 진경산수를 개척한 우리나라 화성 새로 쓰는 화인열전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오랜 세월 유홍준님의 팬이다. 
학창시절 학교 젊은 여샘들이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를 들고 답사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 자라 대학생이 된 여름방학부터 나의 절친과 겁 없이 책 들고 무작정 해남 강진부터 떠났다가 온갖 고생과 실수들로 풍성한 답사의 추억을 쌓았던 날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2000년대 초반 나온 화인열전(나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도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새롭게 다시 나온다고 하니 어찌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미술 관련 책을 좋아한다. 그림도 아름답고 그에 얽힌 이야기는 신비롭고 흥미롭다. 그동안은 아무래도 서양 명화 관련 책이나 외국 작가들의 이야기를 주로 읽었다. 작년 미술책 관련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그림 관련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우리 그림 관련 도서가 참 좋긴 했는데, 몇 권 보지 않은 우리나라 관련 그림 책들의 그림이나 내용이 너무 한정적이고 특히, 작가 관련 내용이 정말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작가님이 하나 씩 내주신다니 정말 감동이고 엄청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자세한 겸재 작가님에 대한 몰랐던 삶에 대한 일대기도 있어 흥미롭고 좋지만 정말 많은 그림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경 산수화의 대표작 금강전도, 인왕제색도는  말할 것도 없고 책에 나오는 다른 모든 작품들이 초기작부터 이후의 작품까지 어디 하나 좋지 않은 게 없다.

겸재 정선이 한미하지만 양반 출신이고, 84세까지 장수했으며 40대 후반에야 겨우 벼슬을 얻었고 오래도록 누구보다 그림을 많이 그렸고 진경산수를 개척했던 그가 이름에 걸맞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것은 환갑이 지난 노년에 이르러서였다는 그 많은 이야기들은 사실 처음 알게 된 게 너무 많다.  대기만성형 겸재 님을 보면서 나도 살짝 자신감과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많이 들었던 진경산수화는 무얼까? 진경산수라 불리는 이유는 당연히 그림을 잘 그리지만 단지 겉으로 보이는 형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신(대상의 외형뿐 아니라 그 정신까지 담아 그려내는 것)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란다. 우리 나라의 자연, 산천을 외형은 물론이요 우리의 정신까지 담긴 그림이라는 말이려나.


그리고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작가 님이 정말 많은 벗들과 끊임없이 서로를 아껴주고 시와 그림을 나눈 덕분인 것 같다. 책에 나온 많은 그림들 중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이 유독《경교명승첩》에 담긴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것은 사천 이병연이 시를 써 보내면 겸재가 맞추어 그린 그림과 양천을 중심으로 한강변의 풍경을 그린 그림 등 총 33점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존조차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작품 중 개인 소장인 경우도 많은데, 모두 귀히 여기고 서로 아끼고 나눈 세월의 흔적, 교류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혼자 생각해보니 여러모로 겸재는 참 잘 사셨고 행복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좋은 벗들도 많았고 선물도 많이 하시고 벗들도 그 작품들을 귀히 여기기고 소중히 간직하고 이렇게 후대의 우리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밝고 화사한 색감의 그림을 유독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그림들이 다 서양화였다. 진짜 우리 그림의 맛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인지 이제 그 은근함과 담백한 멋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더 많이 알고 사랑하게 되길.....아무튼 너무 좋은 기획, 좋은 작품 감사할 따름이다. 

유작가님 건강을 기원하면서 다음 나올 작품도 더욱 기대하련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귀하게 읽고 진솔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