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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호텔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월
평점 :
하라다 히카는 작년부터 가장 주목하고 애정하면서 읽고 있는 작가다. ‘우선 이것부터 먹고’로 시작했지만, ‘낮술’시리즈로 완전히 반하게 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도서관의 야식’과 ‘헌책 식당’은 소재들이 하나같이 내가 열광하는 것들이라 안 좋아할 수도 없었다.
물론, 그녀의 초기작 ‘할머니와 나의 3천 엔’은 아직 못 봤지만.... [노인호텔]이라고 해서 약간 ‘헌책 식당’ 느낌을 상상했는데... 웬걸... 이 책은 경제서적에 가깝다.
책은 많이 읽고 있지만 보는게 문학이라 소설, 에세이 정도만 보는 나는 정말 재테크에 대해서 1도 모른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닌데.. 나도 되고 싶은데.... 실제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당장의 ‘카르페디움’에 충실한 인간 유형이고 남보다 물질적 욕심이 크지도 않아서 허구헌날 좋아하는 책, 공연 보고 맛있는 거 다 사먹고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나이도 있고 모아놓은 것도 없고 특히 집에 쌓여만 가는 짐들을 보면.. 이거 이렇게 살다가 큰 일 날까봐 걱정도 되긴 하는데... 암튼 정말 이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출판사 리뷰
『노인 호텔』은 노인들이 장기 투숙하는 호텔 프론에 붙은 별칭으로, 이곳에 사는 인생 뒤안길에 접어든 노인들에게 ‘절약’과 ‘자립’을 배워가는 엔젤의 시선을 따라간다. ‘배짱 두둑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주변 사람들의 쓴소리 한마디에도 움츠러드는 그녀는 스물넷이 되도록 자립할 수 없게 방치한 가족과 가난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반면 숨을 헐떡이며 비틀거리는 노인 미쓰코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건강 상태로 외적으로는 엔젤과 상반되지만, 실은 맨손으로 집안을 일으켜 건물주로 부동산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재력가로 아쉬울 게 없다. 아무런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이 호텔 청소부와 투숙객으로 만난다.
보잘것없는 변두리 호텔이라 해도 그 안에서 위계가 있고, 사연이 있다.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고 있는 속옷 색깔마저 지루한 베테랑 청소부 야마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하고, 살던 집에서 내쫓기고 빚을 떠안은 채 홀로 아들을 키우는 답답한 현실에 불평하지 않고 편견 없이 노인들을 대한다. 덕분에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야마다의 청소 일지는 사회성 제로인 엔젤이 노인들의 마음을 여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곳에 사는 노인들은 어떤가. 거처를 요양원이 아닌 호텔로 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평범하지 않은데, 그들 면면이 다 범상치 않다. 주식 투자에 방해되지 않게 랜선을 깔아달란 요구를 호텔 측에 하거나, 자신이 방에 있을 때 외에는 절대 청소해서는 안 된다고 직원들을 하인 다루듯 엄포를 놓고,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독을 달래길 원한다.
소설의 변수는 특이점이 없던 사치코다. “잠깐만 남아 줘”로 시작된 엔젤을 향한 사치코의 집착은 엔젤의 과거로 향한다. 인기 TV 프로그램 ‘화목한 히무라 가족’의 일원으로 소비되었던 엔젤은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알아보길 원치 않고, 어떻게든 그녀에 관한 육성을 담아 인생 마지막 책을 집필하고 싶은 사치코의 욕망은 집요하게 그녀의 과거를 이용하려 든다. 둘의 미묘한 갈등이 미쓰코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마침내 엔젤이 그토록 원했던 재테크 강의가 시작된다. 부자 할머니로부터 얻은 교훈은 사뭇 진지하고, 과장됨이 없다. ‘고정 수입’을 강조하는 미쓰코가 이 미션을 해내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고 못을 박은 덕분에 엔젤은 생에 처음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다.
이야기는 엔젤이 그래서 부자가 되었느냐보다는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돈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절약, 삶의 태도에 주목한다. 이것이 바로 하라다 히카 식의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의 특별함이다. 생애 최초의 학습을 통해 엔젤은 정규직과 고정 수입을 통해 통장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간다.
미쓰코는 장기 투숙객 오키에게 부탁해 주식 투자를 통한 재산 증식에 능통해 엔젤에게 주식 투자와 연금 설계하는 법, 명의를 소중히 관리하는 법을 가르친다. 돈을 모아 주택을 사고, 이를 세놓아 집세를 받는 시스템까지 일사천리로 배운 엔젤은 돈의 소중함뿐 아니라 ‘돈의 가능성’에 눈을 뜬다. 물론 그사이에 물질적 훼방꾼인 엄마가 나타나 돈을 갈취하고, 정신적 훼방꾼 사치코를 비롯해 엔젤의 심경 변화가 스스로를 선택의 갈림길에 올려놓기도 하지만 이제 그녀는 분명히 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일어서야 할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된다는 조언이 인생에서 배운 유일한 가르침이었던 과거의 엔젤은 이제 스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통장에 모인 돈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임을 충분히 배웠다. 노인들만 살고 있는 호텔에서 그녀가 얻은 것은 인생 선배들이 일궈온 삶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돈이야말로 단순히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자세를 깨닫게 되면서 따라 얻는 게 아닐까.
태어나 보니 [행복한 히무라 가족]의 소속이었던 엔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의 일상이 방송되는 가난하면서 일하지 않고 나라에서 받는 돈, 방송으로 포장해서 얻는 돈으로 생활하는 가족들로 인해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 하고 본 적도 없이 살고 있는 엔젤은 24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예전에 건물주이면서 정말 멋지게 생각했던 노인 미쓰코를 만나게 되어 그녀가 있는 곳을 몰래 따라간다. 그곳은 바로 호텔 프론(일명 ‘노인 호텔’로 불리는 곳)이다. 거기서 급하게 청소원 일자리를 구한 뒤 미쓰코에게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변두리 호텔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노인들이 있고 같이 일하는 분들과 미쓰코, 오키 등을 통해 재테크나 재산 증식 방법들을 배운다. 이 소설은 따뜻한 힐링소설이 아니기에 빌런들도 많이 등장하고 훼방꾼도 있고 씁쓸한 인간군상들도 제법 등장한다. 심지어 미쓰코와 엔젤의 관계나 배움 등도 따뜻한 힐링관계가 아니고 계산과 이익, 효율, 필요 등이 엮여 있다. 그래서 굉장히 따뜻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굉장히 유익한 이야기였다. 돈의 소중함과 ‘돈의 가능성’까지 배우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엔젤, 그리고 가족에게서 벗어나가는 그녀의 성장을 응원하며 나도 많이 반성하면서 보게 된 소설. 나도 주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지. 배우고 살아야지. 돈에 대한 것도 좀 알아보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