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솜에게 반하면 -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6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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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대상

 

청소년 문학... 나 좋아해. 우선 읽기가 편하고... 애들 이야기는 다 좋더라고.

우울한 작품들을 본 뒤라 뭔가 생기발랄한 청춘물을 읽고 싶었고 그래서 펼친 책... 결론... 정말 잘 했다. 역시... 작품이 재미있어야지.

발랄하고 유쾌하고 나름 교훈도 있었던 따뜻한 학원물, 성장물, 나름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참 귀엽고 예쁜 책이다.

 

등장 인물들도 다 귀엽다.

 

1 애들... 2학기 뭔가 예사롭지 않은 전학생 독고솜이 전학온다.

탐정 서율무... 주변 아이들을 주의깊게 살펴 보며 사건들이 생기면 멋지게 해결하는 탐정을 꿈꾸는 따뜻하고 귀여운 명탐정... 독고솜이 난처할 때 먼저 솜이야하고 다가서는 아이

마녀 독고솜... 진짜 마녀 맞다. 저주도 하고, 청소가 취미이며 고양이 띄우기가 특기인 평범하지않은 탐정의 옆자리.

여왕 단태희... 항상 왕의 자리에 군림하는 자신의 위세를 뽐내며 주변 사람을 휘두르는 아이, 천방지축이었던 7살 엄마로부터 세상의 이치를 터득한... 독고솜을 아주 싫어함.

정보통 여왕 꼬봉 박선희.... 모르는게 없고 말도 많고 태희의 심복, 오른팔

은영미... 얌전하고 다정하고 사려깊은 아이지만 묻지마 폭행의 피해자

사연이 있는 서율무의 아빠와 고모, 함께 사는 외할머니와 엄마.. 등 가족으로부터 듬뿍 사랑받고 사는 귀염둥이 율무...

 

암튼 여기에는 등장인물이 아주 많지는 않고 적당히 있는데 나름 다 캐릭터가 확실하다.

이야기는 명료했고 전개는 시원하며 넘 즐겁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모든 것들이 납득이 가고.... 암튼 나쁜 사람들은 왜 부모가 될까? 부모 자격증이 있으면 좋으련만... 하긴 어디 부모 뿐이랴...... 어찌 하면 좋을까?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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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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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소설집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정말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정말 충격적으로 읽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듯... 그 작가는 젊은 작가인데 정말 요즘 스타일의 글이 아니고 좀 예전 느낌의 글을 쓴다. 엄청 한자한자 정성스럽게... 감각적이고 발랄하고 통통 튀는 감성적인 요즘의 글들이 아닌 정말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건드려서 생각하게 하고 많은 여운이 남는... 그런 글을 쓰는 특별한 작가였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많이 궁금했다. 바로 읽어볼 수도 있었지만 작년에 사둔 책이 아직 책장에 꽂혀 있었고.... 나름 아껴두었다 읽었다.

.... 역시 글은 정말 잘 쓰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지 허투루 쓰지 않고 정말 되새기고 생각해보고 감정을 쑤~욱 건드리는 것 같은....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좋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좋은 문구들이 많아서 적어놓고 싶고.. 다시금 새기고픈 부분들이 참 많았지만.... 이 책 전체에 흐르는 십대 이십대...작가가 지나온 미성년의 시간이 스며 있다는 이 글들 어린아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고독, 한량없는 슬픔과 외로움, 스쳐지나가는 우정과 사랑, 상실의 감각, 관계망 속 미세한 균열, 여성주의, 영원하지 못 하는 감정의 불안정성.... 암튼 이런 이야기들의 모음이라서 그런지 .... 좋아할 수는 없다. 좋은 글이었지만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고 물론, 비슷한 작품만 모은 소설집이겠지만 계속 비슷한 자조랄까, 자아비판이랄까, 후회랄까, 미련이랄까, 상실한 뒤의 공허.... 등이 전반적으로 있어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다음 작품은 다를까? 아무리 글을 잘 쓰셔도 내 정서랑은 안 맞아서.... 다음에는 다른 이야기도, 다른 소재도, 다른 분위기의 글을 기대해본다.

 

[그 여름].....이경과 수이.....첫 사랑, 그 기쁨과 불안정성....가슴에 많이 남았다.

[601, 602]... 남존여비.... 나 어릴 때 시절이 그랬더랬다.  그 때 나도 속상한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었지만... 그 시절에도 본 적없는 극단적 효진이네 집..짜증났다.

[지나가는 밤]... 너무 다른 자매 윤희, 주희....그래도 그녀들에게는 둘 뿐..젤 임팩트가 없다.

[모래로 지은 집] 모래, 공무, 나비... 너무나 다른 고교 익명동호회 통신 친구.... 셋의 우정과 사랑... 발랄한 청춘 드라마를 바랬던 건 나의 욕심이었다. 좋은 문구들이 많았고 그냥 그냥 읽어버리기 아까운 글이었다.

[고백] 수사가 된 종은에게 고백한 미주의 이야기... 고교 친구 미주, 주나, 진희.....여기도 세친구... 발랄한 청춘 드라마는 이 작가 님의 글에서 바라지 말자. ... 마음이 아팠다.

[손길]...신혼부부 삼촌 집에서 어린 시절 살았던 혜인... 헤어지고 한참 만에 만나는 숙모....사람들은 왜 이리 염치가 없을까? 너네는 뭐가 그리 잘났냐고.. 따지고 싶고.....숙모랑 혜인은 다시 관계를 형성하면 좋으련만...

[아치디에서] 아일랜드에 무작정 사랑찾아 날아온 백수 브라질 청년 랄도와 한국에서 날아온 말을 돌보는 하민의 아일랜드 시골 아치디에서의 만남,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이야기.... 참 상처입은 사람도 많고 이해 안 되는 상황도 많고... 남자다움의 희생양 랄도와 한국에서 여자라서 딸이라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병원에서 혹사 당하는 그런 일들... 이 또한 짜증이 넘 나더라...

   

암튼, 이 작품의 글귀들은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특히 모래로 지은 집

 

...이경은 자신의 기만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그 거짓말이 비겁함이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려라니. 지금의 이경은 생각한다. 배려라니. 그 거짓말은 수이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이고 위선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때의 이경은 몰랐다. p.52

 

왜 병든 사람들이 가족을 만드는 걸까. p.109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고등학생 공무는 천리안 동호회에 그렇게 썼었다. 그 문장은 며칠이고 내 안에서 구르면서 마음에 상처를 냈다. 나는 늘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공무의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를 조금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를 강요받고 있었다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어린 시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까. 속이 깊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이해라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p.121

 

모든 건 다 변한대.” 모래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시간이 가면 다 변한다고. 영원한 건 없다는 말 있잖아. 그런데 너희를 만나고 그 말이 싫어졌어. 왜 변해야 돼? 왜 지나야 돼? 공무 사진처럼 그냥 어느 순간에 그대로 남고 싶기도 했어.”p.131

 

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어쩌면 사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무서운 일이라고.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알리바이로 아무 짓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p. 156

 

나비는 세상 모든 이름 없는 고양이들의 이름이라고. 그냥 길 가는 고양이에게 나비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들이 좋아서 나비라고 했다고. 화를 내면서, 악을 쓰면서 나비야, 나비야, 하진 않잖아, 라고. 그래서 나도 너를 부를 때 나비야, 나비야, 하고 어쩐지 다정하게 불렀던 것 같아. 넌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배가 고파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이름 없는 고양이라는 이유로 해코지를 당하기도 하는 그 길가의 애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p.176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언젠가 네가 한 말을 난 종종 떠올렸어. 영원히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생각했어. 그 꾸준함을 상상했어.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그 모습을 그려보면 쓸쓸해지더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로워 보여서. 그래도 우린 중력과 마찰력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다행이구나. 가다가도 멈출 수 있고, 멈췄다가도 다시 갈 수 있는 거지. 영원할 순 없겠지만.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게.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은 되지 않을 거야. p.179

 

.........사람에게 치명적으로 상처받지 않았으므로 마음껏 다정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고통을 겪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것도. p. 180

 

당시는 몰랐지만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던 공포는 그때부터 본격적을 커졌던 것 같다.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도무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어 멀리서 맴돌기만 했다. 나의 인력으로 행여 누군가를 끌어들이게 될까봐 두려워 뒤로 걸었다.

알고 있는데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에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몸은 그렇게 반응했다.

나는 무정하고 차갑고 방어적인 방법으로 모래를 사랑했고, 운이 좋게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사랑만큼 불공평한 감정은 없는 것도 같다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p. 181~182

 

 

 

...이경은 자신의 기만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그 거짓말이 비겁함이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려라니. 지금의 이경은 생각한다. 배려라니. 그 거짓말은 수이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이고 위선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때의 이경은 몰랐다.
- P52

왜 병든 사람들이 가족을 만드는 걸까. - P109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고등학생 공무는 천리안 동호회에 그렇게 썼었다. 그 문장은 며칠이고 내 안에서 구르면서 마음에 상처를 냈다. 나는 늘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공무의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를 조금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를 강요받고 있었다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어린 시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까. 속이 깊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이해라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 P121

"모든 건 다 변한대." 모래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시간이 가면 다 변한다고. 영원한 건 없다는 말 있잖아. 그런데 너희를 만나고 그 말이 싫어졌어. 왜 변해야 돼? 왜 지나야 돼? 공무 사진처럼 그냥 어느 순간에 그대로 남고 싶기도 했어." - P131

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 못해. 어쩌면 사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무서운 일이라고.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알리바이로 아무 짓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 P156

나비는 세상 모든 이름 없는 고양이들의 이름이라고. 그냥 길 가는 고양이에게 나비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들이 좋아서 나비라고 했다고. 화를 내면서, 악을 쓰면서 나비야, 나비야, 하진 않잖아, 라고. 그래서 나도 너를 부를 때 나비야, 나비야, 하고 어쩐지 다정하게 불렀던 것 같아. 넌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배가 고파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이름 없는 고양이라는 이유로 해코지를 당하기도 하는 그 길가의 애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 P176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언젠가 네가 한 말을 난 종종 떠올렸어. 영원히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생각했어. 그 꾸준함을 상상했어.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그 모습을 그려보면 쓸쓸해지더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로워 보여서. 그래도 우린 중력과 마찰력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다행이구나. 가다가도 멈출 수 있고, 멈췄다가도 다시 갈 수 있는 거지. 영원할 순 없겠지만.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게.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은 되지 않을 거야.
- P179

.........사람에게 치명적으로 상처받지 않았으므로 마음껏 다정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고통을 겪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것도. - P180

당시는 몰랐지만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던 공포는 그때부터 본격적을 커졌던 것 같다.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도무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어 멀리서 맴돌기만 했다. 나의 인력으로 행여 누군가를 끌어들이게 될까봐 두려워 뒤로 걸었다.

알고 있는데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에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몸은 그렇게 반응했다.

나는 무정하고 차갑고 방어적인 방법으로 모래를 사랑했고, 운이 좋게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사랑만큼 불공평한 감정은 없는 것도 같다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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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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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몇 년 전, 이금이 작가 님 거기, 내가 가면 안 되요?’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거기 인물의 인생사가 반전의 반전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고, 우리 아픈 역사가 묻혀 있어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술술 넘어갔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이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얼마 전 정세랑 님의 시선으로부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거기에도 하와이 이민사 이야기가 살짝 나온다. 그 때 만났던 따뜻하고 열심히 살던 분들의 이야기가 많지 않았지만 궁금했었다.

 

이 작가 님을 좋게 기억하고 있고 신간 소식을 자주 훑어 보는데 이 책 소개해 놓은 곳에 보니 하와이 이민사... 사진신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아주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만난 책.... 오랜만에 책 보면서 눈물 콧물까지 흘려 가며 출근해서 자야하는데 조금만 더 읽어야지...하다 새벽까지 읽다보니 아침에 눈이 퉁퉁 부어 눈뜨기가 민망하고 뭐 안 좋은 일 있었던 사람같이 푸석해서 출근을 했었다. (이런 때의 마스크란...참 감사한 아이템이다.) ... 너무 재미있고 이상하게 가슴이 벅찬 느낌의 책이었다. 내가 읽었던 예전 전작보다 훨씬 비극성이 덜 하고 그래도 따뜻함이 많이 남는 글이었다.

 

이 책의 시기는... 1917년으로 시작한다. 김해 근처 어진말이라는 한 마을에서 3명의 사진신부가 고베를 거쳐 하와이로 떠나게 된다. 주인공 격에 해당하는 강버들은 가난한 강훈장 댁의 딸이다. 말이 양반이지 8년 전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는 더욱 가난하여 어머니 삯바느질을 함께 도와가며 살고 있는 그녀는 위로는 오빠, 아래로는 남동생 3명이 있다. 한 때 신식학교에도 다닌 적이 있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는 어려운 집안일만 돕고 있다. 가난한 집에 포와(여기서 하와이)로 시집 가면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모든 것을 덮어놓고 포와로 가길 마음 먹었다. 게다가 사진으로 본 자신의 신랑 서태완이 남자답고 비교적 젊고 지주라니 더욱 끌린다. 버들의 단짝이자 이웃 친구인 홍주는 소장사로 부자가 된 안부자집 터울지는 막내 고명딸이다. 보통학교도 다 졸업했던 그녀는 마산 양반 집안에 시집을 가지만 시집 간 지 두달만에 과부가 되어 돌아온다. 버들이 포와로 시집 간다는 얘기를 들은 홍주와 홍주 엄마가 막무가내로 조선에서 사는 것보다 새로운 기회가 있는 포와로 같이 가게 된 것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았기에 둘은 부푼 꿈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리고 한 명 더 송화... 송화는 그 동네 무당 할머니 금화의 손녀 딸이다. 금화에게는 이쁘고 실성한 옥화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녀가 아비도 모르고 낳은 딸이 송화이다. 항상 송화를 데리고 다녔던 옥화에게 돌팔매질을 안 한 어진말 아이가 없었단다. ‘사진신부’... 사실 포와에 대한 과대광고가 많았지만 제 살던 곳에서 살지 못 하고 다른 곳에 시집 가려고 마음 먹었던 그녀들의 사정이 없을 수 없었다. 의병의 딸 버들, 과부 홍주, 무당 손녀까지.. 그래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꿈을 안고 일본에서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시절 그녀들은 누구보다 행복했다. 거기서 그녀들은 사진도 찍고( 사진신부 3명의 사진을 보고 작가 님이 이 이야기를 펼칠 생각을 하셨다닌 감회가 나름 새롭다.) 쇼핑도 한다. 그리고 도착한 포와.... 부풀었던 환상과 기대는 무참이 박살 나고,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된다. 후회하고 절망하고 원망할 시간도 없이 바쁜 삶이. . 우선 기본적으로 버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른 신부들은 대부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버들은 젊은 편에 속하는 태완을 만난다. 살갑지 않은 태완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절망에 빠지지만 그래도 좋아지는 삶... 다 같이 포와에 사진신부로 왔지만 사는 곳은 멀고 서로 사는 것도 바빠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가까이 살던 송화에게조차 연락하기 쉽지 않은 그녀가 우연히 송화 소식을 듣는데 늙은 할배에게 시집 가 맞고 살던 송화를 구출해 온다. 새롭게 근처에 살면서 송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던 그녀....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행복한 시절도 나라 잃은 민족, 심지어 해외에서 살고 있던 그들에겐 해준거 없는 조국이지만 나가면 애국자가 되는지 없는 살림에서 나라를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선다. 그러나 거기서도 노선이 나뉜다. 박용만파와 이승만파... 많은 사람들이 이승만파인데 버들의 남편 태완은 박용만파... 살던 농장을 옮기고 새롭게 점포를 내면서 남편 태완은 가정을 돌보기보다는 조국 독립에 목숨을 걸고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야하는 이는 버들이다. 먹고 사는 일도 힘든데 파도 나누어져 외롭게 살아야하고 친구들끼리도 반목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그럼에도 각자 가슴 아픈 사연들이 하나씩 쌓여가는 가운데... 홍주, 버들, 송화가 함께 세탁소를 해나가는 상황이 온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고...

 

처음 제목에서 예상한 것처럼 그녀들의 아이 이야기... (진주)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예상되는 부분이었지만...좋았다.)

 

정말 많이 울었다. 여자들의 삶이 팍팍해서 울었고, 나라 잃은 이들의 설움이 느껴져 울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준거 없는 조국을 위해 나서는 그들의 뜨거움에 울었고, 여자는 안 되는게 너무나 많던게 속상해서 울었고, 그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그녀들의 억척스러움에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해서 울었고, 어려운 와중에도 서로를 살게 하는 그녀들의 우정이 빛나고 아름다워서 감동해서도 울었다.

 

중간 중간 적어놓고 싶은 문구가 많았다.

   

버들보다 세 살 많은 오빠는 그해 김해로 나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에 대한 원한이 사무쳤던 오빠는 길에서 행인들을 괴롭히는 순사에게 대들었다 말발굽에 채어 세상을 떠났다. 버들은 어머니가 오빠를 묻고 온 날 밤 오열하며 홍주 어머니에게 하던 이야기를 기억했다.

"나라님도 몬 이기는 왜놈을 우찌 이긴단 말입니꺼. 애들 아부지 그레 죽고, 내 아들마저 죽인 놈들이지만도 내는 왜놈들 미워도, 원망도 안 할 깁니더. 남은 아들한테 원수 갚으라고도 안 할 기라예."

자식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원한을 품지 않도록 하는 게 윤 씨 목표였다. 그 뒤 윤 씨는 강 훈장이나 아들의 죽음을 절대 입에 올리지 않았다.
- P37

"내는 조선이 웬수다. 힘없는 나라 때민에 남편도 잃고 자식도 잃은 기라. 포와는 조선이 아이니까네 지킬 나라도 없을 거 아이가. 거 가서는 오로지 느그 생각만 하면서 신랑캉 얼라 놓고 알콩달콩 재미지게 살그라. 그기 오직 내 소원이다." - P38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무당편을 들어주는 곳은 없었다.

"우리 불쌍한 송화도 포와 보내 주이소. 거 가서 여염집 색시 맨키로 남편 사랑 받고 자식 키워 가메 살게 해 주이소. 그레만 해 주면 내 죽어서도 은혜 잊지 않고 부산 아지매 아들네 식구 잘되게 해 달라꼬 빌겄습니더."
- P56

"조선 독립도 중요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일도 중요하다 아입니꺼. 농장 일을 이레 밀쳐 놓고 다니면 우짭니꺼? 곧 얼라도 나올 긴데예. 재성 아주버이 보기 미안타 아입니꺼."

"조국의 독립을 이루는 거이 자식을 위한 일 아니갔어. 내레 나 위해서 이러간? 자식한테 당당한 아바지 될라고 이러는 거이야.
- P202

"내사 마 조선에 돌아갈 맘 없다. 여서 내 딸들 맘껏 핵교 보내고 자유껏 살 기다. 조선한테 쥐뿔 받은 기 없지만서도내가 발 벗고 나서는가 하면 고향 떠난 우리한테는 조선이 친정인 기라. 친정이 든든해야 남이 깔보지 몬한다 아이가. 일본인 노동자들이 툭하면 파업하는 기 우째서겄노. 힘센 즈그 나라가 뒤에 떡 버티고 있어가 노동자들이 하올레하고 맞짱 뜰 수 있는 기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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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 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8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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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이 작품을 처음 볼 때부터 작품 소개 표지 때문에 읽었다. 이 작품을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현대 미스터리물에서는 익숙한 연쇄살인과 기억상실 등을 시대소설의 틀 안에서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내면 봄은 꼭 찾아온다는 의미를 담아 제목도 [세상의 봄]이라 붙였습니다.”라고는 글을...

 

사실 여기에 아동학대, 유괴, 납치, 연쇄살인, 변태적 성행위, 주술, 호수에 떠오른 백골, 일족의 몰살.... 등이 나와서 처참하고 끔찍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시작할 때 해피엔딩이라는 작가 님의 말씀만 믿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암튼 시종일관 일이 술술 풀려 나가고 그다지 고구마가 없는 전개라 그런지 소재의 잔인성에 비해 읽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 덕분에 알게 된 말도 안 되는 충성심(... 답답해), 일가와 일문들과의 갈등, 가게마와리와 틈새 등의 첩보활동, 가면을 쓰던 유흥가에서의 행태, 복수를 향한 집념, 그래도 일본은 이혼을 할 수 있었고 재혼도 종종 했구나(조선이 그 점에서는 젤 답답했네).. 등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여기는 표지도 ()에서 등 돌리던 선남 선녀가 ()에서는 마주 보는 구도가 된다는 특이점이 있고.다....(결말의 암시랄까?)..

암튼 여러 가지 사건들이 해결이 되었지만..... 아무리 그래도억울하게 잡혀가고 죽었던 사람들이 되살아 나지는 못 하고, 과거의 상처, 행위들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못 하니까...

앞으로 좋은 일들만 함께 있길~

멋진 작은 나리.. 너무 큰 상처가 있지만 앞으로 꽃길만 걸으시고(그 안에 사랑스러운 고토네... 항상 고마웠어.)

현명하고 똘똘한... 다키... 뭔가 다음편에 미타마쿠리 하는 버전 나올 거 같음.

시로타 의원...유능하고 마음 좋은 의원님.

다지마 한주로... 유쾌하고 믿음직한 무사.

스즈... ‘온도님의 큰 불로 화상을 입어 얼굴과 몸에 흉터가 있지만 아름다운 아이

시게... 여자 말 장수, 잠깐 나왔지만 참 멋졌지.

(암튼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나왔지만 인물들이 다 개성있고 매력있고 사랑스럽다. 반면, 악인들은 정말 밉다. 악독하다.... 좀 더 고통받고 죽어야하는데.. 아쉽다.)

 

마지막에 인물관계도가 있어 너무 좋다. 왜 요즘은 작품에 작품 후기나 작가의 말.. (머리말) 등이 없을까.. 조금 아쉽지만 인물관계도로 달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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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 상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7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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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미야베 미유키..

 

미미여사님의 에도물을 다시 만났다.

얼마 전...‘비탄의 문을 보고 적지 않이 실망을 한 상태지만....

그래도 난 미미여사님의 에도물에서는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으니까..

사실 북스피어에서 시리즈로 나오는 미야베월드 제2... 들을 아주 좋아하고 다음 이야기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독자인데 이번에는 비채 출판사에서 나온 에도물이다. ‘비채출판사에서도 미미 작가님 작품을 만났는데... ‘벚꽃, 다시 벚꽃’(이것도 시대물인데...정말 두껍고 재미있다.) 여기서도 나오나보네. 근데, 책장에 꽂아놓고 소장하기에는 이왕이면 같은 출판사 같은 분위기로 내주시면 좋던데 그리고 거기서는 마포 김사장님의 후기랄까 작품이야기들이 간혹 있어서 너무 재미있는데... (아니다 그냥 작품이 나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겉표지는 사실 상은 민트, 하는 핑크.... 뭔가 재미없고 촌스럽다. 오히려 안에 보이는 본 표지가 훨씬 이쁘다. 아주 작품의 일본 시대물 같은 느낌이 팍팍 나고 표지의 아름다운 남, 녀가 서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는 면이 있다. (하 편은 서로 바라보지는 않은데 마주 보고 있다.)

한참 이런 에도 시대물을 연속 읽었을 때는 술술 읽혔는데 그것도 안 읽은지 1년이 넘어서인지 다시 읽을 때 다시 이런저런 일본 사극 단어들을 읽는데 버퍼링이 걸리는 느낌이었다. (다이묘, 가신, 가로, 숙로, 번주, 요닌, 다양한 무사...그리고 비슷비슷한 낯선 일본 이름들까지....그치만 이내 적응 되었고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다.

 

에도시대 가상의 기타미 번에서 6대 번주가 된지 5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젊은 나리 시게오키가 갑자기 연금을 당하게 되고 그의 사촌 형이 새로운 번주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 훌륭한 치세로 존경 받았던 선대 번주 나리오키의 급사로 인해 21살에 새로운 번주로 들어설 때만 해도 젊고 능력있고 인품이 좋았고 미남자 새 번주 시게오키에게 기대가 컸었건만 어찌 보면 쫓겨난 것이고 그 원인은 건강앙과... 그것도 몸이 아닌 마음의 병....지금으로 보면 정신 착란 같은 그 병을 치료라고 해야 하나 그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위해 관련자들이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용한 곳 별저(별장이지) 진교 호의 고코인에 연금이 시작되고 거기에는 전 에도 번저 가로 이시노 오리베가 저택 관리인, 작은 나리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오신 시로타 의원, 의원 님이 데려온 사람들(간키치, , 스즈) 그리고 위사라는 사람들 몇몇...에 뭔가 사연이 있는 가가미 다키와 그의 호위 겸 사촌동생 다지마 한주로... 등이 함께 작은 나리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저마다 힘을 보태고 이런 저런 사건들을 통해서 하나씩 문제를 만나고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미타마쿠리(일종의 혼을 불러 들이는 일), 쿠리야 일족(미타마쿠리가 가능한 일족), 사령, 빙의, 살인, 유괴, 납치, 일족의 몰락, 은폐, 화재.... 이러한 심각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나는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사령이나 미타마쿠리가 전체 흐름을 이어갈 줄 알았다.

근데... 그건 아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랬으나 알고 보면 사령이 깃든게 아닌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세워놓고 숨어있고 방어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리고 읽다 보면 모든 사람이 존경하던 주군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그 주군의 실수랄까 문제점들을 드러내지 않고 제대로 해결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문제들...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쓰면 전부 스포라 이거 제대로 줄거리도 못 쓰고 암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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