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 2019 12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2020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이국환 지음 / 산지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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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제목이 엄청 .. 자기계발서 같다. (나 자기계발서 싫어하는데...)

부산 원북원도서라 읽었다. (애증의 원북원도서... 정말 안 좋은 작품도 있었지만 덕분에 몰랐던 책들도 알게 되었고 다양한 도서를 접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

겉표지나 제목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읽기 시작하고 보니...

여는 글부터 아주 좋았다. 작가 님은 독서광이시다. 심지어 그 중에서도 소설을 사랑하시는 분...교수님이지만 어렵고 잘난 척 글쓰기가 아닌... 그냥 겸손하고 읽기 쉽게 글을 쓰시는 분이다. (모르겠지만.. 글에서 작가 님의 좋은 인품...그런게 느껴졌다.)

보통의 글들이 4~6페이지 분량의 간단한 글들인데... 다양한 책과 영화 등을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는 글들은 아주 읽기 좋았고 인생의 가르침이 되는 것들이 구석구석 스며있었다. ... 나도 대학 다닐 때 이런 분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면 이후의 삶이 훨씬 좋았을까....

지방이라는 제약... 가끔 내려오시는 유명한 분들의 강의를 나름 찾아들으면서... ... 서울에 가면 이런 강의를 얼마나 자주 듣고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던 날들이 있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잠깐만 하다 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독서덕분...

나의 유년 시절, 청소년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어지간히 책으로 위안을 얻고 살았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많이 느꼈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열등감보다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것, 지금 불만과 불안함보다는 행복하다는 내뱉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은 모두 독서 덕분이었던 것 같다. 예쁘고 활기찼지만 너무나 불안했고 자신감 없던 20대에서 삶이란 현실 속에 온전히 빠져 항상 바쁘고 지치고 정신 없었던 30대를 지나, 무한 체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가 머잖아 노안이 올 것 같은 40대에 나는 훨씬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모든 것이 덕이다.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한다.’... 제목의 책도 나왔던데... ‘덕분에... 명품을 휘감은 사람들` 멋진 집과 차와 물질적인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며 배아파하지 않고 진정 축하도 해주고 열등감 없이 그래... 나는 내면은 누구보다 알찬 사람이야... 현재 나에게 있는 것을 사랑할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모든 것에 편안해진 것은 그것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왜 이리.. 딴소리... 모든 글들이 참 좋았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참 공감 갔다. ‘우선 즐겁고, 나아가 카타르시스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여 삶을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p.71’ 정화나 순화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 암튼 최근 소설 읽기가 조금 아쉬운 것은.. 카타르시스가 덜하다고 느꼈었는데... 교수님이 공감해주는 것 같아 감사했고 글쓰기 수업과 관련된 글들이 참 좋았다. 어느 순간 책 읽기에 함몰되면서 나는 읽는 것만 하고 글쓰기까지는 하다가 어느 순간 남과 나누는 것을 멈추고 살고 있다. 귀찮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글쓰기를 내보이고 나누는게 망설여지는 순간을 살고 있는데... 글쓰기를 나누어 가는 과정에서 더욱 세상을 보는 시야도 확대되고 보다 나은 인간으로 발전할텐데... 내가 너무 동굴 속에서... 나만 잘났네... 하고 살았나 반성도 하고...

 

그리고 가장 감동 받았던 구절... 개설한 수필 창작 수업 수강생 중...

예순아홉 살 여학생의 과제 글(작가 님도 가장 사랑하는 글이라고 하셨다.) 맏이로 자라, 결혼 후에도 친정엄마를 모시며 동생들 학비를 대고 결혼시키며 자기 손에 반지 하나 두지 못 하고 살았던 ....착한 딸이 엄마 사진 앞에서 푸념하자 그녀의 글 속에서, 사진 속 엄마는 일흔을 앞둔 딸에게 속삭인다. “넌 나의 최고의 딸이야.” 그녀의 글이 그녀의 생을 위로해주었고, 예순 아홉까지의 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p.105)

좋은 글은 인간미와 온기를 지닌 에토스가 핵심이며, 에토스는 무의식과 의식을 넘나들며 힘을 얻는다고 하시는 작가 님.

글 전체적으로 의식되지 않은 무의식이 곧 운명이다.” 말이 많이 나오는데...

 

내 삶에서 의식되지 않은 무의식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글 읽기와 글쓰기가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서 행복했고 많이 느꼈고 감사했던 독서였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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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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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황정은 님 작품 파씨의 입문을 먼저 읽었다.

좋은 소리를 안 했다. 다시는 이 분 글을 읽나 봐라... 했었지.

근데... 나는 이미 이 책을 구입했기에(왜 난 쇼핑을 이따구로 할까? 하나 먼저 ... 따로 하나씩 사면 좀 좋을까?...) 그냥 읽게 되었다.

 

아주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파씨의 입문보다 훨씬 읽기가 쉬웠다는 점. (초현실주의적 파격적 구성... 이상의 같은 느낌의 전작... 물론 이해 못 하는 내가 촌스러운거지.)

그래도 스토리가 있었고 이야기가 뭔지 알 것 같았고 인물들이 현실에서 볼 만한 사람이었다.

물론, 허무맹랑 밝음을 추구하는 나에게는(나는 지금 현재 드라마 중 도도솔솔라라솔같은 밝고 애니같은 말도 안 되게 귀엽고 발랄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아들에게도 너무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니까) 전반적인 정서가 맞지 않아 공감이 가거나 너무 재밌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 님 매니아가 많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글이 참 좋다. 공감은 뒤로 하더라도. 뭔가 의식의 흐름대로 쓰시는 것 같은데 군더더기가 없는 글.... 의식적으로 뭔가 꾸미는상황이나 글쓰기를 경계하시는 것처럼 깔끔하게 글을 쓴다. 뭔가 세련되게... ‘아무도 아닌제목처럼 특별하지 않지만... 있을 법한.. 뭔가 아쉬운 사람들의 극적이지 않은 지지부진한 삶의 이야기를 담담..덤덤 하게 써내신 작가님...

현실감 떨어지지만 극적인 상황을 글로 쓰는게 훨씬 쉬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 님은 심지가 곧은 분인가보다. 아마도 작품을 만들어가가는 과정이 참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작가님 작품을 읽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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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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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내 또래 작가... 어느날 책을 읽다 보니 나는 공지영 작가 님 세대의 작가나 최근 젊은 작가의 작품들은 읽었지만 또래 작가는 없는 줄 알았다.

근데 미안하게도 아주 많았다.

그니까...70년대 후반 생 작가들...

근데 읽은게 많이 없어서... 하나씩 시작하기로 했다.

그 중... 황정은... 제법 매니아가 많다. 사실 대중적인(내가 많이 모르면... 덜 대중인 것 맞다고 생각하는 이 자신감..) 작가까지는 아니지만 인정받는 작가인 것 같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까.. 하다가 은근히 작품이 많고 나는 나름 순서대로 읽고 싶은데... 여건이 그게 못 되어서 망설이던 찰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 다른 책도...

연도는 좀 되었는데... 절대 아무도 읽지 않은... 느낌이 나는 책. 망설임 없이 샀다.

9개의 단편이 모여 있는 책이다. (제목부터 아주 묘했다... 삶과 죽음, 상실, 고통, 견딤... 이런 이야기들만 모아 놓은 걸까?)

 

읽기 시작....

... [야행].... 뭐지? 꼭 이상의 시를 보는 이런 느낌... 세련되다고 해야, 멋있다고 해야 글 좀 읽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 그래 새롭기는 하다. 그치만...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이후 읽어나가는 작품들마다... 뭐지?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나만 모르나봐.. 이 소외감하며...)

글들은 짧고 생략도 많고 같은 말의 반복에 뭔가 초현실주의적 표현으로 의외로 금방 금방 읽히지만(이 상황 벗어나려고 너무 후다닥 읽어버렸나?) 뭐지?....나는 읽으면서 순간순간 생각했다. 나 뭐하는 거지? 무슨 소리지?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서평들도 찾아보았더니 .... 책만큼 어렵고 있어 보이고 난해한 것이 잔뜩(왜 이리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가..)....나랑은 먼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친절하게 써 놓으신 서평도 있어 뒤늦게 이해를 아주 조금 했다.

 

참신하고 새로우나 .... 나는 스토리 위주의 클래식하고 촌스러운 옛스타일 글을 좋아하는 이해력 짧은 독자로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아주 꺼려진다. 꼭 또래 작가의 글이라고, 같은 세대라고,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공감이 되는게 아니기에 읽던데로 땡기는 작품 위주로 읽겠다.

 

작가님 책.....몇 권 더 샀는데.. .. 다시 팔아야할까.. 망설여지는 글읽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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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 김은섭 암중모책
김은섭 지음 / 나무발전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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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김은섭의 암중모책)

 

도서 평론가...1세대 온라인 서평가... 리치보이.. 김은섭 지음

 

도서평론가의 책을 평소 잘 읽지는 않는다. 난 서평을 꾸준히 쓰지만 누가 읽으라고 쓰는 것도 아니고(나는 주목받는 걸 싫어한다. SNS는 게을러서 못 하고, 댓글 등도 잘 남기지 않는 다.) 그러니까 내 서평은 잘 쓰고 싶어서 쓴다기보다 읽은걸 기록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 것들이 많아 나를 위해 쓴다. 그리고 다른 이들 서평 보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평론가들이 쓴 전문적인 글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이 쓰는 글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고 이 평론가 님의 책을 읽게 된 것은..‘이란 말이 들어가서 처음에 호기심을 가졌고 심지어 아프면서도 책을 읽으셨고, 그로 인해 이겨내셨다는 것을 보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나무발전소... 낯선 데 우연히 나의 서가(오호.. 좀 있어 보이는데..)를 쳐다보니 예전에 내가 참 좋아했던 책 카페에서 책 읽기1`2’가 여기서 나온 책이었다. (혹시 부산에 있는 출판사일까... ?)

암튼 사설이 길다. 이 책은 표지는 초록 그리고 살짝 핑크가 나오고.. 띠지는 핑크... 으잉.. 표지 ... 내겐 좀... 신경 써서 만드신 거지만 나는 무조건 예쁜 책을 좋아하는데 나의 심미안에서는 너무 안 예뻐서 안타까웠다. (하긴, 전문가들이 엄청 신경 쓰셨겠지.)

작품은... 참 좋았다.

책은 가볍고 두껍지 않다. 50을 바라보는 작가는 6살의 어린 아들이 있는 아빠이다. 부산에서 사시는데 회사에 정해서 출근하는 직업이 아니다보니 부인이 일하시고 작가님은 육아, 살림을 전담하시고 밤에는 독서와 글쓰기를 하시면서 온전한 사랑을 아이에게 쏟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분... 누구보다 잘 먹고, 활기차고 건강해 보이시던 작가님이 어느날 대장암 3판정을 받고 당황하고 수술하고 치료해가는 동안의 이야기가 아주 리얼하게 쓰여있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고 한들 환자로서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통증과 지독한 외로움, 혹시나 하는 걱정,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 때로는 원망,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희망, 일상에 대한 감사, 처절한 투병과 치료의 지난한 과정이 아주 솔직하게 쓰여 있으면서 그래도 평생을 해오신 독서를 친구 삼아 관련 책들을 소개하시고 그 때 그때 느꼈던 맞춤 책에 대한 감상이 적혀 있다. (암환자 된 뒤 읽은 책은 작가 님께 그냥 책이 아니라 남은 삶을 더 알차게 만들어줄 지도와 나침반이었다고 하시며..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작가 님이 소개한 책은 과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환자에게 자기계발서는 생뚱맞고, 경제경영서는 뜬금없으며, 소설은 너무 작위적이다 보니(? - 작가님 책에 실려 있는 말인데 넘 맞아서 한 번 써보았다. p.056)... 실제 마지막 책 리스트에 등장하는 18권의 책들 중 에세이 류가 월등히 많았다. 읽어본 책도 있고 이번에 소개해주셔서 굉장히 읽고 싶어진 책들도 많았다. 작가 님이 프로 독서가이시고 글도 잘 쓰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구구절절한 투병기나 아픔이 적혀 있는 글이나 TV프로그램은 안 보는 편이다. 감정이입이 잘 되고 눈물이 누구보다 많은 편이라 일부러 슬프거나 무섭거나 너무 어두운 것들은 멀리 하기에, 이런 저런 병과 수술로 병원에 있어야 했던 경험도 남보다 많았기에..... ‘과 관련된 것들은 애써 외면하곤 했다. 그럼에도 나의 인생 책 중 하나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인데... 외면하여 놓쳐버린 아름답고 좋은 작품들을 많이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어린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틋함, 친구에 대한 고마움, 삶에 대한 강한 의지, 책에서 얻은 깨달음...공감도 많이 했고.

책이 가벼워서 참 좋았다.(나이가 드니 예전에는 양장 책, 있어 보이는 책이 참 좋더만.. 지금은 가벼운게 젤 좋더라....) 투병기라고 지지리 궁상이 아니어서도 좋았다.

수술과 항암 치료, 항암 종료까지 나오며 책이 끝난다.

작가 님이 지금 건강하실거라 믿고 앞으로 건강 관리 잘 하셔서 좋은 글 더욱 많이 써주시길 간절히 응원하면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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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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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2012년 한참.. 일본서점대상 관련 책들을 읽어들일 때 우연히 읽게 된 ‘64’... 굉장히 두꺼운 내가 좋아하는 경찰 소설인데 너무 두꺼워서 나름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나건만(작품은 참 좋았다.)... 까마득히 이름이며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예전 서평을 찾아보니 생각이 났다. 좋은 작가님... 제대로 된 소설가님... 그런 기억 속에 7년만에 내셨다는 신작을 만나게 되었다.

빛의 현관제목이며 책 소개만 봐도 심상치가 않다.

주인공 아오세 미노루는 건축사다.(일본에서는 뭔가 경륜과 능력치가 쌓여야 건축가고 보통 우리가 지칭하는 통상 건축가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건축사라고 한단다.) 거품 경제 당시 쭈욱 성장만 할 것 같고 활황만 이어질거라 믿으며 멋진 건축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졌던 그는 인테리어 하는 아름다운 부인 유카리와 귀여운 딸 히나코와 화려한 생활을 하곤 했었다. 그치만 거품이 꺼지며 나락을 경험했고 패기와 열정은 남의 이야기가 되며 술에 의존하며 그냥그냥 살다 7년 전엔 이혼을 한 상태다. 의욕없이 살던 그는 몇 년 전 대학 동기인 일급 건축가 오카지마 건축 사무소(직원 5명의 소규모 사무소)에 들어와 작년에는 인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Y주택을 짓게 된다. 요시노 가족에게 들어온 의뢰에서 그들이 부탁한 것은 아오세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것 뿐... 어떤 영감처럼 정말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짓던 아오세... 어린 시절 유랑의 기억과 실제 외면했던 정착하며 목조주택에 가족을 꾸려 살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모두 반영해 지었던 그 주택... 노스라이트(북향으로 큰 창을 내어 은은한 빛을 주는 집, 부족한 빛을 보충하기 위해 만든 세 개의 빛 기둥..).. 그 멋진 집은 멋진 집을 모으는 <<200>>이라는 잡지에 실리기도 하고.. 아오세를 다시금 살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Y주택에 살아야할 요시노 가족이 어디에도 없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진행되는 파리에서 외롭게 살다 간 미술가의 기념관 경합에 참여하게 되는 사무소..

기본 건축이야기가 나와서 정말 몇 년 전 읽었던 여름은 오래 그 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생각도 많이 났고... 이거 뭐 미스터리인가.. 싶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요즘 보기 드문 조사 정말 많이 하고 한자한자 섬세하게 쓴 훌륭한 소설이다.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브로노 타우트의 휴가 같던 일본 생활에서의 이야기.....나는 이 인물이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건만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었고 책 뒤에 있는 리스트에 그와 관련된 어마어마한 참고자료를 보고 이 작가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정성스러운 글이다. 그리고 이 작품 등장인물은 다 선하다. 다들 참 남을 배려하고 조심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댐 건설 기술자였던 아버지로 인해 어릴 때 유랑했다는 그의 이야기와 이야기... 참 좋았다. 따뜻하고 좋은 아버지의 기억이 있는 이야기를 읽고 있을 즈음.. TV에서 복서 최현미 선수의 이야기가 나오고 그녀의 아버지와 마주 앉아 눈을 맞추는 모습을 보았다.(‘아이콘택트라는 프로였다.) 마주 앉아 눈을 맞추며 두 분다 정말 사랑스러운 눈빛과 따뜻함을 교환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는데... 그런...느낌의 아버지를 둔 아오세..... 자기 부인과 딸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인공의 마음... 이 참 따뜻했다. 노스라이팅의 빛 같은... 온화함과 따뜻함이 작품 전반에 등장한다.

나름의 미스터리도 있고 반전도 있고 슬픔도 있고 희망도 있는 책...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읽은 후 따스함이 채워지는 그런 느낌.... ‘나는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 ‘내가 집을 짓는다면 어떤 집을 지을까’... 생각해 보면서...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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