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트와일라잇>에서 시작된 뱀파이어 이야기는 그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매력적인 뱀파이어들, 그런 뱀파이어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 인간들, 그리고 로맨스,,, <트와일라잇> <뉴문>시리즈에 매혹당한 뭇 여성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또 다른 뱀파이어 이야기가 등장했다. 기존 뱀파이어물들과 구별되는 몇 가지 다른 특징들을 위주로 살펴보자.

 

첫째, 흡사 카스트제도를 연상케하는 다양한 계층 구조이다. 기존물에서 인간과 뱀파이어가 전부였다면 <뱀파이어 아카데미>에는 세 종류의 주요 계층이 존재한다. 모로이, 수호인, 스트리고이. 이들은 각각 명확한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계층간의 엄격한 규율이 존재한다. 왕족의 신분으로 아카데미에서 상위 계급을 차지하는 모로이는 마법을 부릴 줄 알며 수호인을 두고 있다. 수호인들은 모로이를 지키는 의무를 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아카데미에서 각종 호신술과 능력을 익히고 학습한다. 스트리고이는 모로이나 댐퍼 등의 종족이 '불멸'의 삶을 위해 택하는 악의 한 형태이다. 이 외에도 모든 삶의 조건을 제공받는 댓가로 모로이에게 피를 제공하는 혈액공급자라는 인간의 형태도 등장한다.

 

둘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은 학교며, 등장 인물들은 주로 학생들이다. 즉, 하이틴소설의 성격을 띄고 있다.  수업, 선생님, 친구와의 다툼, 파티, 풋풋한 사랑 등이 주요 내용이며, 읽다 보면 <클래식>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셋째, 뱀파이어와 인간이 아닌 다른 계층의 색 다른 로맨스 이다. 뱀파이어 시리즈가 매력적이었던 건 인간을 '食' 취급하는, 그러나 너무 근사한 뱀파이어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뱀파이어 아카데미>에는 또 다른 로맨스가 존재한다. 바로 수호인 간의 로맨스이다. 다른 모로이를 지키는 수호인을 사랑하므로써, 위험상황에서 자신의 모로이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두고 고뇌해야 하는 수호인만의 윤리적 갈등이 등장한다. 옳고 그름 따위의 진부한 논의도 없고, 이렇게 되었다더라 식의 명시도 없지만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는 면은 이 책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속'이라는 관계이다. 기존의 뱀파이어들은 어떻게? 왜? 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없이 인간의 행동거지를 투사한다. 말하지 않아도 주인공이 가는 곳을 알고 있고, 위험한 닥칠 것을 예지한다.  하지만 <뱀파이어 아카데미>에서는 모로이와 수호인간의 연결을 의미있게 해석한다. 물론, '생의 부활을 매개한 자와 받은 자'관계인 리사와 로즈 사이의 결속만이 그 형태를 명확히 드러낸다는 점이 한계이지만 적어도 뱀파이어가 허무맹랑한 초능력자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기존물들과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덮으면서, <해리포터>의 마법학교와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와 <기프트>에 나오는 특별한 능력들이 혼합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묘사한듯한 표지 그림은 순정만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런 진부함들 뒤로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특징들이 잔잔하게 남아있다. 더불어 리사가 로스를 살려내는 자연 치유법을 보며 동양의학과 음양오행설을 떠올렸다면 나의 과도한 응용력이라고 뭇매를 맞을까? <뱀파이어 아카데미>가 이 시리즈의 첫 번째라고 하니 그 후속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더불어 이미 등장한 뱀파이어물들과 차별화된 상상치 못한 판타스틱한 내용을 기다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생김새, 나이, 사고방식이 나와 똑같은 또 다른 '내'가 -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심지어 그 사람은 공주일거라며 - 존재할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성장과 함께 종별 다양성등의 이론에 학습되어 가며, 그런 순수한 동화같은 생각은 사라졌지만, 가끔 현실에 치가 떨릴 때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 안보윤도 그런 생각이었을까? 그녀는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희고 검은 네모칸의 반복같은, 매직아이를 해야할것 같은, 바둑판 무늬의 모습이 일어나고 있다. 종수. 그는 세계사 선생님이다. 홍대앞에서 꽤 값이 나가지만 질이 심히 떨어지는 목걸이를 사곤한다. 수연. 우수한 성적의 고등학생. 딱히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여고생이다. 종수. 어릴 적 보험금을 노린 아버지가 뜨거운 물에 빠뜨렸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뜨거운 물에 대한 무한거부증이 생겼다. 수연. 세계사 선생님의 뒤를 밟다가 어느 순간 묶여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종수. 어머니에게 '쪽 팔린다'며 자신을 숨기던 아버지는, 어릴적 자신의 주특기가 점프였다고 말한다. 별안간 그게 뭐 어쨌다고,,, 왕년의 우수한 점프를 꿈꾸던 아버지 놀이기구에서 힘찬 점프를 도약한다. 수연. 상상과 감각의 고통에 시달리며 점점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이 순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종수. 변태인지 호모인지 아무튼 성 정체성이 모호한 닥터 팽에게 슬슬 믿음이 떨어지고 있다. 내 말을 믿기는 하는가? 이런 정신병자같은 자에게 상담이랍시고 내 얘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 까지 하다. 수연. 점점 사지의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배와 가슴에 닿는 찬 바닥의 기운에 몸이 아찔하다. 종수. 연탄가게 아저씨가 가만히 누워있다. 시멘트를 바른다...

 

<오즈의 닥터>는 종수, 수연, 닥터 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상의 종수, 현실의 수연, 그 중간을 넘나드는 진실 혹은 거짓일 닥터 팽. 그 해답은 어디에도 없다. '술'이라는 것에 대해 생뚱맞게 논해보자. 건강에도 안좋고, 정신도 살짝 풀어지게 해서 언젠가는 꼭 후회할 짓(?)을 하게 만드는 이 '술'이라는 놈이 어떤 종류의 모임에서든 등장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술'이란 것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 '술'의 파워가 곧, 내 인생의 '닥터 팽'이 아닐까.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든, 숨 막히게 현실을 탈피하고 싶을 때가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세상이 뭐 같아서 더러울 수도 있고, 내 자신이 한심할 수도 있고, 머피의 법칙이 나만 따라 다니는 듯 억울할 수도 있고, 모든 악재는 내 어깨위에 올라앉은 듯한 심정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생각한다. '이게 꿈은 아닐까?' '내일 자고 일어나면, 없었던 일인것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데로 무엇이든지 이루어져 있을거야.' 그러나 눈 감고 일어나면 그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종수도 화상에 데여 하반신을 뒤덮은 수포들 마냥, 겹겹이 쌓여있는 -인간 김종수가 있기 까지의 - 순간들을 모조리 마꿀 꿈이 필요했다. 그 수단으로 그는 '닥터 팽'을 만들었다.

 

앞서 말했듯, 저자 안보윤은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현실과 이상의 허물어진 경계가 아닌, 상처받은 마음을 도닥여주는, '그래도 괜찮아~'라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목소리를 들은 느낌이다. 일벌레가 되어 개미같이 일하다가 조직에게 뭇매질당한 내 마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현실이 어쩌면 내가 닥터 팽에게 고백하고 있는 가상 속의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기 때문이다. 허구여도 상관없다. 감쪽같이 허물어질 진실이어도 상관없다. 잠시 잠깐 고해성사를 통해 평안을 되찾듯, 삐뚤어진듯한 종수의 닥터팽을 잠깐 만나보는게 이런 부질없는 삶에서 우리가 살아나갈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개미의 반란 - 우리가 몰랐던 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이솝.정진호 지음, 오금택 그림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생활에서 갈길 잃은 어린 양의 수는 얼마나 될까? 수없이 쏟아지는 직장생활 처세서 속에서도 '갈곳없어 버틴다' 혹은 '죽지못해 다닌다'는 직장인이 내 주변에만도 한 트럭인 걸 보면, 정답은 없을 것이며, 그 수는 정말 어마어마 할것이다. 그래도 속는 셈 치고 <일개미의 반란>을 한번 들어보자.
 

직장에서 우리는 사면초가 상태이다. 억압하고 눈치주는 상사, 친구인양 꿀을 들이대지만 내 꿀만 뺃어가는 동기, 키워준다며 손 잡아주지만 잡았던 손도 모질라 몸뚱이까지 잘라가버릴 선배들, 명석한 두뇌로 내려오라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후배들,,, 숨막히다 못해 스스로 숨통을 끊을 지경이다. 이런 고로운 직장생활에 대해 이솝이 다양한 우화로 적절한 행동지침을 알려준다.

 

한 가지 예를 보자. '나의 장점을 단점이라고 말하는 자는 절대 믿지마라.' 신입사원 시절, 천사로 찬양받는 선배가 있었다. 얼굴과 행동거지, 말투가 천사의 모습을 한 그녀는, 일을 못해도 천사~ 실수를 해도 천사~ 언제, 어디서나 천사였다. 그런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됐다며 기뻐하던 순간도 잠시. 그녀는 나의 특별한 재주를 - 타인들이 대부분 인정해주는 - 하잘것없는 시시한 일로 치부했었다. 의외의 깎아내림에 다른 이들이 모두 뜨악했다면, 그녀의 말이 얼마나 획기적인 것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 천사같은 그녀는 결국, 자신의 잘못을 신입사원의 잘못으로 넘기는 엄청난 토스능력까지 발휘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능력 이상으로 평가받는 사람은 피곤하다.'  나의 직장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 잘하는거 티내지마라.' 이는 열흘의 일을 삼일안에 끝내지 말라는 것이다. 빨리 끝내면 더 많은 일을, 더 쉽게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니다. 이 짧은 농담에는 더 빨리 해봤자 더 많은 일을 받아오게 되어있고, 그로 인해 타인들에게 시샘의 대상이 되며,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된다는 큰(?)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솝의 얘기를 풀어낸 저자의 생각과는 방향이 약간 다를 수도 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실제 경험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는걸 돌이켜 보면, 난 정말 다이나믹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네 장에 걸친 챕터를 통해 다양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의 핵심은 '스스로만 믿어라'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대부분의 스트레스의 근원이 인간관계인 만큼 '사람사이의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생각한다면, 정말 슬프지 않은가! 하지만 냉혹한 현실의 모습이다. 그럼 저자의 조언과 현실을 조금만 절충해보자. 그 해답은, "지혜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라!!"이다. 백이면 백, 내가 뭐 일부러 우둔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냐고 대꾸할 것이다. 그래도 지혜롭게 처신한다고 나름 조절한 직장생활에서 숨통막히게 살고 있다면, 남의 조언을 듣고 응급처치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직장생활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일개미의 반란>을 통해 반란을 꿈꿔보자. '그때그때 달라요~'인 직장생활에서 '그때그때 적절해요~'인 반짝이는 처세의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혹 그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더라도 이솝과 저자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나에게 닥쳤던 어처구니없던 일들이 적어도 나에게만 일어난게 아니라는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훗~ 새해에는 조금 더 '지혜롭게'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아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스토리디자이너 김탁환, 이미지텔러 강영호"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고 사진을 찍어내길래 그냥 '소설가', '사진작가'가 아닐까?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 두 사람에게 무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하여 검색~ 우리의 인터넷 친구가 알려준 정보는 어마어마했다. 유명 여배우의 옛 애인, 춤추는 사진작가, 소설노동가, 교수경력까지 이들을 가리키는 단어들은 참으로 다이나믹했다. 그래서 였을까? 뜻도 의미도 잘 몰랐던'99'는 저자들의 이력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첫 시작은 이상의 시 '거울'이다. 여백없는 빽빽한 구조가 주는 답답함과 시인 이름만으로도 빗댈 수 있는 기괴함의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그의 시. 이 [99]도 딱 그 '이상'의 시와 같은 느낌이다. 그 본원지는 다름아닌 서울, 그것도 젊은이의 상징 '홍대'이다. 홍대에 위치한 드라큘라 성에는 강영호 작가가 산다. 그는 7명의 인간 - 상대성인간, 인간인간인가, 반딧불이인간, 웨딩인간, 끈적인간, 아몬드인간, 알바트로스인간 - 을 가지고 있다. 나쁜인간, 착한인간은 들어봤어도 이런 버라이어티한 인간들에 들어본적 있는가? 내면에 숨쉬는 괴물들을 끄집어 냈다고 하는데 정말 이런 형상들일지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7명의 인간들 중 가장 뇌리에 깊이 밖힌 한 인간은 바로 '인간인간인간' . '사람사람사람'이 아닌 '인간인간인간'이란 표현으로 '너'나 '나'가 아닌' 다중적 존재로서의 제 3 자들'을 묘사하는 듯한 이 장은 다름아닌 죽음의 계시를 나타내는 한 인간의 슬픈 운명을 다룬 이야기이다. 엄청난 사진들을 취급하는 강작가에게 어느 날 찾아온 한 남자. 그 남자는 내보일 수 없는 자신만의 신체적 비밀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얼굴. 그 얼굴이 나타나는 그의 몸. 한 형사의 죽음의 암시와 죽음을 경험한 후, 이런 기이한 기회에 만나게 된 여인과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외국으로 넘어가 수술을 하고 자신의 정상적인 신체를 되찾았다고 생각하는 즈음,,, 그는 자신의 슬픈 운명을 깨닭고 자살하기에 이른다. 또 다시 인간인간인간이 그의 몸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얼굴들은,,,

 

이 외에도 죽음과 죽임이라는 극단적 묘사로 풀어낸 '상대성인간'은 인간의 마음 속에 숨어있지만 이성이라는 제어장치로 통제되고 있는 다중인격의 가능성을 묘사했다.  또, '반딧불이 인간'은 거울에 비치는 자아의 모습이 어떠한지 모르고, 타인의 모습을 비판하기에 급급한 인간의 본질을 꿰뚫은 듯한 느낌이다. 각 장에 나타나는 인간들의 모습은 너무 기이하다.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극한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카메라에 담았다.'는 강영호의 말처럼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들이 <99>에 등장하는 7인간의 모습을 띄고 있을지 모른다. 이를 표면화 시키는 신경회로들이 인간별로 차별화 되어있을 뿐,,,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사진과 스토리의 만남'으로 이 <99>를 대한다면, 엄청난 문화적쇼크 - 일종의 - 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꽉 짜여진 스토리로 등장하는 7명의 인간들과 책의 말미에 접하게 되는 저자들의 생각을 읽게 된다면, 의외로 교훈적인 책이 바로 <99>라고 생각한다. 부작용이 있다면 인간들의 모습이 뇌리에 밖혀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뿐,,, 이 책을 읽으려면 꼭 밝은 대낮에 청아한 공기 속에서 접하길 바란다. 늦은 밤, 침대에서 홀로 읽게 된다면, 몇날 몇일 7명의 인간이 꿈에 등장할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10
재닛 윈터슨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보다도 작가에게 더 관심이 갔다. 레즈비언 소설을 쓰는 레즈비언 작가냐는 질문에, 자신은 작가인데 우연히 레즈비언일 뿐이지 레즈비언 작가는 아니라고 답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말질문에'바로 나'라고 답했다고한다. 우문현답을 구사하며, 철저한 자신감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여류작가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의 사고방식 만큼이나 파격적인 구성과 내용을 이룬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종교와 인간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교회가 가족이며, 오직 주의 은혜로 구원받는 일이 진정한 삶이다. 학교는 사육장이며, 온통 부도덕한 것들로 가득하다. 항상 선교활동을 하며, 주님의 말씀을 공부한다. 그러나 속세의 부인들이 갖은 '부'에는 민감하다. 좋은 집을 가진 부인은 좋은 집을 가졌기 때문에 부도덕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철두철미한   하나님의 신봉자, 지넷 어머니의 모습이다. 지넷은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항상 성경공부를 한다. 어린 지넷이 성장해가며 여러 혼란을 겪는다. 멜라니를 사랑하게 되며, 이로 인해 사탄이 씌웠다며 손가락질을 받는다. 오직 종교적 믿음으로 선과 악을 구분짓는 어머니는, 종교적 가치관의 대립을 용납할 수 없다. 그녀의 딸일지라도,,, 이때 어머니는 지넷에게 '오렌지'를 건넨다. 왜 오렌지를 주는지 지넷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멜라니가 주는 오렌지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어머니에게 있어 '오렌지'는 하느님의 다른 표현이고, 제 2의 성모마리아인 자신에게 하느님이 주시는 절대 선의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넷에겐 타인들과 다른 가정의 한 형태였으며, 깨부수고 싶은 속박이었다.

 

 지넷의 이야기는 구약성서의 여덟 편으로 각 장이 이루어져있고, 중간중간 원탁의 기사와 위닛 스톤자의 동화가 그 맥을 함께한다. 종교적 문외한인 내게 지넷 어머니의 가치관이 큰 흐름인 이 책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영국에서 소위 '파격'이라고 일컫는 지넷의 글이 왜 '버지니아울프'라는 찬사를 받는지는 알것 같다. 종교가 가지는 성과 가정에 대한 적대성, 그리고 과격하리만치 편협한 자신들의 이상을 억지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해 흔들리는 한 소녀의 성장을 보여주며, '그 무엇도 절대적으로 옳음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오렌지가 투박한 겉껍질 속에 상큼하고 부드러운 속내를 품고 있듯 종교라는 어렵고 단단한 내벽 속에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조금은 허락해도 된다는 관용이 내포된 듯한 이 책은 이해라기 보다는 받아들임이라는 자세로 접해야 할 것 같다. 작가와 주인공의 동일한 이름처럼, 어쩌면 자전적 소설일지 모르는 이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를 통해 우리도 겉껍질을 벗겨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