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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나만의 첫 책쓰기
양정훈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출판사에서 보기좋게 딱지를 맞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이 업계에 대해 알려 줄 방법이 없다.'였다. 그리고 며칠 전, 부끄럽게 건넨 원고로 인해 또 한번의 딱지를 맞았다. 이번엔 '글쓰기 관련해서 가이드를 제시할 방법이 없다.'였다. 서로 다른 두 분이 나와 그리고 내 원고 관련해서 거절 의사를 밝히신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나만의 첫 책쓰기]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책 하나만 주셨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됐을걸?' (오해하지 말자. 그 두 분은 여전히 내게 감사한 분들이다!)
지루해 보이는 책이다. 표지에는 책 그림이 빼곡하고 주제 역시 책쓰기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인구가 일 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를 보면, '독서'를 넘어 '책쓰기'를 말하는 이 책은 분명 비주류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난 이 책을 통해 참 많이 배웠고 느꼈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느 다른 책들보다 한 줄 한 줄 더 아껴읽었고 소중히 다뤘고 많은 이들에게 추천했다.
이 책은 '책쓰기'에 관한 것이다. 어떤 책들이 세상에 나오는지, 책을 왜 써야 하는지, 책은 어떤 사람들이 쓰는지, 책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렇게 낸 책들이 저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다룬다. 책쓰기나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런 책은 이미 넘칠 정도로 있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안해봤을까? 기존의 글쓰기 책들 대부분이 '엉덩이 힘을 키워 열심히 써보자!'라는 당연한 말만 한다는 것. 그런 책들로부터 피부에 와닿는 how to를 얻진 못했다는 것. [나만의 첫 책쓰기]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기존 책들과 많~이 다르다.
양정훈 저자는 <꿈꾸는 만년필>이라는 작가되기 코칭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작가지망생들을 직접 작가로 만들어서인지 그의 얘기는 현실적이고, 드라마의 한 표현데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 단적인 예로는 저자가 당당히 공개한! <꿈꾸는 만년필> 모듈 및 미션에 있다.(232~235p)
01주_컴퓨터,카메라, 필사노트 준비 및 서로 간의 호칭 통일
02주_보물지도 작성 및 작가의 방 꾸미기
03주_3년 후 작가의 삶을 살고 있을 나의 하루
04주_1년 후 작가의 삶을 살고 있을 나의 하루
...
49주_자신이 닮고 싶은 글감으로 Before->After 바꿔 비교하기
50주_바뀐 After 양식으로 패턴 분석하고 본인의 칼럼 작성하기
51주_최종 정리하기(읽은 책, 쓴 글, 못했던 미션 돌아보기)
52주_수료 소감문 작성하기
우선 다년간 고민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익힌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세상에 공개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이 부분을 읽다보면 '정말 될것 같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는다. 물론, <꿈꾸는 만년필>에 당장 가입해야겠다는 욕구까지! 이 책이 주는 정보가 여기서 끝일 거라 단정짓지 말자. 내 뇌를 꽂힌 지나간 엄청난 보물이 더 있다. "저자의 관점에서 살펴 본 출간프로세스" (110~126p)
출판사 사장님께 몇 번 원고를 보내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한번 써봐라'라는 펌프질(?)에 몇 일 열심히 써서 20장 정도의 샘플 원고를 보냈었다. 그 샘플 원고에 대한 피드백은 이랬다. "(내가 쓴 주제와 관련된) 다른 책들이 왜 인기가 있는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란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생각해보세요." 이 답변을 보고 '어떻게 그 책의 저자와 나를 비교해! 난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인데'라는 우는 소리를 했더랬다. 원고를 발전시키고 생명을 불어넣어줘야 할 출판사의 책임회피라고 아주 건.방.진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알겠더라. 출판사는 내가 끄적인(?) 것들에 돈을 투자해 찍어낼 명분이 필요하다.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출판사가 내게 자비를 베풀 그 어떤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샘플원고는 출판사 사장님께 '매력적인 구애'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첫 번째 피드백에 자극을 받아 원고 분량을 늘리고 구성을 바꿔 두 번째로 메일을 보냈었다. 일기마냥 끄적인 원고를 무슨 대단한 작품인냥 '검토 부탁드립니다'라고 날렸었다. 그 때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원고만 좋다면 책으로 내 줄 출판사는 많아요." 최종적인 거절 의사를 밝히셨던 것이다. 그 때는 약간 상처를 받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될 뿐 아니라 심지어 사장님의 의사 결정이 백 번 옳았다고 본다. 지금 그 때의 원고를 읽어보면 아주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걸 글이라고 보냈다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용기가 가상했다'고.
[나만의 첫 책쓰기]에 대해 리뷰를 쓰다보니 그 간의 행적을 반성하는 일기가 되버렸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첫 책쓰기]가 굉장했던 이유는 이것 말고도 더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표현이 참 맛깔스럽다. 글이나 책 관련 된 '책' 치고 이렇게 통통튀는 -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 문장을 본 적이 없다. 로버트 태권브이가 바비 인형 옷을 입고 나오는 센세이션이 느껴진다랄까! 등장 인물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 놓은 한 구절을 보자. "당신은 완벽한 인물을 만드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신이 만든 걸작품이라고 하는 인간을 보라. 나름 걸작품이라고 하는 우리가 사실 이 정도다. (207p)"
난 이 부분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소설을 쓰겠다며 그간 내가 만들어 놓은 인물은 이랬다.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고 있고, 아버지는 재벌이며 대기업을 이어받아 경영 수업을 받아야 하지만 예술가의 꿈이 있어 음악을 하는, 키 185센티의 건장한 남자. 내 소설의 인물을 당장 수정해야 겠다!
[나만의 첫 책쓰기] 출간 기획서의 '타겟층'은 분명 '작가지망생'이었을 것이다. 워드 파일을 여는데서 시작하는 글쓰기 방법부터 책 출간 과정까지 깨알같이 적혀있다. 내겐 시의 적절한 책이었고 너무 유익했다. 그러나 '작가'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도 꼭 읽으라고 하고 싶다. 우리는 요즘 140자 텍스트를 올리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국에 방송하는 '전 국민이 작가인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twitter라도 제대로 하려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책'을 중심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표현을 인용해 전해보겠다. 첫번째, 작가의 꿈이 있지만 엉덩이 힘이 부족해 아직 '내 자식'을 세상에 못한 작가지망생들에게, "위대한 작품은 결코 일사천리로 작성되지 않는다. 수많은 퇴고를 통해서 완성된다. 작가가 쓴 종이에는 따과 눈물이 묻어 있고, 그들의 잉크에는 찌르다만 자신의 피가 섞여 있다. (164p)", 두번째, 책을 도대체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활자기피론자들에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배운게 없으니 아는 게 없고, 아는 게 없으니 초식이 형편없고, 초식이 형편없는 헛손질과 헛발질이 두려울 리 없다.(180p)", 세번째,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간지난다며 환상적인 생각만 하는 이들에게, "이 세상의 모든 노동은 치열한 것을 요구할 뿐 감상적 기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225p)". 마지막이다.
책을 준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네 책 나오면 당연히 나한테 선물로 줄거지?'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좀 길다. "먼저 지인의 책이 나올 때, 제발 보내 달라고 하지 말고 사서 보자. 그냥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그냥 받지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자. 그래야 출판시장도 커지고, 돈을 투자한 마음에 아까워서라도 써먹을만한 구절을 찾게 된다. 그리고 책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저자에게 반드시 이야기를 해줘라. 그러면 저자와 당신과의 관계는 분명 한 단계 더 상승한다. 저자에게 책의 내용을 칭찬하는 건 저자의 자식을 칭찬하는 효과와 비슷하다. 물론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배가 아플 수도 있다. 그러나 명심하자. 이미 책은 나왔고, 그들의 인생은 다른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걸. (7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