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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평점 :
책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통해 익숙한 작가, 엘리에저 J. 스턴버그가 있다. 그가 (무려)17세라는 나이에 썼다는 책 <이것은 인간입니까>가 세상에 나왔다. 책은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논문, 연구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의식, 생각 등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되짚어 본다. 인공지능과 인간, 그 존재 및 범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현재에 이토록 맞춤한 책이라니. 그 세계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겠다.
책은 '기계'를 정의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책에서 '기계'를 '물리적인 각각의 부분이 상호작용하여 형성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작동하는 것'(p.17)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만약 과학자가 시스템으로 우리의 뇌가 기능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한다면, 또 우리의 모든 지식과 기억들 또한 프로그래밍 한다면, 그렇게 '나와 똑같은 구조와 기능을 가진 기계'를 만든다면 '나도 곧 기계인가?'라고 질문한다. 쉽게 동의할 수 없을테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정체성' '자기self'(p.19) 개념을 가져온다. 이제 논의는 '의식'으로 넘어간다. 저자는 의식의 증거를 '대화'에서 찾는다. 대화를 통한 언어, 이해능력, 의미부여, 관점, 상상 등, 보다 더 나아가 추론, 자기, 자유의지free wil l까지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그를 이루는 신체가 아닌 내면의 의식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언어 곳곳에서 발견된다. (p.42)
책의 핵심으로 읽히는 <기계 속의 유령>에서는 '의식'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견해를 소개한다. 바로 '이원론'과 '유물론'이다. '이원론'이 물질계와 정신계 두 개의 세계가 각각 존재한다는 이론이라면, 유물론은 인간을 생물학적 기계로 간주한다. 전자가 존재와 의식을 각각의 대등한 존재로 본다면, 후자는 의식을 전적으로 뇌의 역학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책은 이 부분을 꽤 많이 할애하는데, 이원론을 설명할 때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인용된다. 생각이 있기에 의식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유물론에서는 철학자 길버트 라일의 말 '사람들 안에 그들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터무니 없다'(p.44)를 소개하며, 마음과 몸은 전체의 한 부분이며, 둘 사이를 구분하려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강조한다.
두 구분과 견해들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책은 '마지막 거대한 불가사의'에 다다른다. 바로 '의식'이다. 처음부터 붙들고 있던 이 주제에 대해 책은 똑부러지는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대신 독자들이 계속 질문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단서들을 제시한다. 철학과 교수 안드레아스 토이버는 <해제>에서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독자들을 위로하려는 듯 이렇게 말한다. '스턴버그의 책을 끝까지 읽을 즈음에는 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중략)다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렇게 떠올린 답이 당신만의 답이라는 것이다.'(p.250) 얼토당토않는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아직 인간의 뇌와 의식이 과학계에서도 미지의 영역으로 일컬어지는 걸 생각한다면, 여기까지의 진전도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은 신경과학자가 자신의 사고 과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방식으로 적혀있다. 이 과정을 따르다 보면 독자는 뇌와 의식에 대한 새롭게 '의식' 하게 된다. 그 시작은 '내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내 생각은 나의 것일까?'에까지 가닿기도 한다. 책은 쉽지 않다. 많은 이론과 주장들과 실험과 논문들이 등장해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뇌의 복잡성에 비할수 있으랴. 인간 존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뇌'와 '의식'이 궁금하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