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리 작가의 <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보며 나의 독서 이력을 되짚어 봤다. <책에 미친 청춘>으로 시작해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열심히 사는게 뭐가 어때서>와 같은 삶을 아우르는 독서와 글쓰기, 몰입, 마음관리 등에 대해 글을 쓴 작가다. 실은 책으로 만나기 전 나는 그녀의 블로그를 먼저 알고 있었다.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글이 좋았다. 훈계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면서, 그저 '나는 이렇게 살고있다'며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힘이 셌다. 마음을 동하게 했고, 배우고 싶었고, 따라하고 싶었다. 하여 그녀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도 몇 차례 참여했다. 모임에서도 그녀의 단단함을 빛을 발했다. 여러 과제와 토론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자연스레 그녀의 생각에 스미게하는 감응을 선사했다.
이번 책 <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는 '책'과 관련한 그녀의 삶을 이야기한다.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독서가 어떻게 삶을 바꿨는지, 그 결과 지금은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읽는다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나 지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면 쓰는 것은 받아들인 것들을 내 것으로 명확히 구체화시키는 과정"(p.107)이라며 '쓰는 독서'를 강조한다. 그 예로 글을 읽고 5줄로 정리하기, 3개월 독서대학, 매일 하루 3줄 읽기 독서법 등을 제시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독서 대학'이다. 독서 대학이란 스스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30~40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으로,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학점을 메기듯 책을 읽어가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나는 '매달 1권 과학책 읽기'를 하고 있다. 업무상 필요해 선택한 목표인데, 이를 독서대학에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책에서는 그녀가 실천했던 '마음공부' '재테크' 등의 독서대학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있다.
평균적인 사람들의 읽기 속도로 하루 25분 정도 독서를 하면 읽을 수 있는 페이지는 40여 페이지 남짓이다. 그게 1년이면 무려 14,600페이지다. 이를 다시 300페이지 책으로 계산하면 약 48권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아침에 눈 떠서 15분, 저녁에 잠들기 전에 10분 정도 책을 읽으면 1년에 48권 정도를 읽는다는 계산이다. (p.29)
책을 읽으며 나의 '책 인생'을 생각했다. 내게 책은 가성비 좋은 간접체험 창구다. 살면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싶지만, 유한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내게는 책이다. <토지>를 읽으며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알게되고, <트렌드코리아>를 읽으며 요즘 사람들의 관심분야가 무엇인지 알게된다. 또 책은 위로나 힐링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때는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였다. 의뢰가 없으면 밥줄이 끊겼던 그때, 조급함을 잊어버리고자 서점에 매일 출근을 했다. 책을 읽고 머리에 새기고 음미하며 글을 쓰던 그 때는 배고픈것도 모르고 책에 몰입했다. 당시 썼던 독서노트만도 수십권에 달한다. 그 힘이 지금까지 닿는 걸까? 현재 직장생활을 하지만 계속 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루트로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들을 통해 듣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책 <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는 한 마디로 독서 카운셀링북이다.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책 놀이'를 책에서 배울 수 있다.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해 자신에게 적용해 보느냐가 독자의 몫일테다. 나는 '독서 대학'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고 발췌하면 5학점, 리뷰를 쓰면 10학점, 서평을 쓰면 15학점, 이런 식으로 학점체계를 만들고 크게 과학, 소설, 독서모임 세 분야로 나눠볼 생각이다. 아직 각 분야에 맞는 책을 골라둔 건 아니지만, 일년 간 이 활동을 하면 내가 과연 몇 학점을 채우게 될지 기대가 된다. 매년 초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한 해의 목표로 설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독서율은 하위권에 속한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접근하고 읽어야 할지가 어려운 것일 테다. 그 출발의 단서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독서는 지루하지 않다. 책을 읽지 않는 내가 있을 뿐이다. 단 한권. 단 한권이다. 단 한권으로 생각하지 못한 세상을 만나 독서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면, 그 어떤 세상보다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애리 작가는 책에서 독서에 의한 '기적같은 선순환'을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것을 체험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