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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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아파트 살인사건의 용의자 안모씨는 조현병을 앓아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후, 언론은 조현병과 관련 제도의 시급성을 다룬 기사를 쏟아냈다. 자연히 많은 대중들은 '조현병'은 '위험'하며 '예비범죄인'이라는 인식을 갖기에 이르렀다. 과연 이런 생각은 타당한 것일까?


책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의 저자 설운영은 정신건강가족학교장(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임원)이자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아버지다. 책은 설운영 저자가 아들의 질병을 인지하는 과정부터 가족이 겪어야 했던 치료과정, 갈등, 사회적 시선 등을 총 3부에 걸쳐 담고 있다. 1부 '시련이 찾아오다'에서는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던 조현병을 알게되기까지, 정신장애를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2부 '함께 겪어야 하는 사람들, 가족'은 가족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환자를 바라보는 아버지이자 사회적 시선에서 버텨야 하는 환자가족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3부 '아픔을 넘어 세상속으로'에서는 세상에 대한 저자의 외침이 담겨 있다.

전 세계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개인이 평생 한 번이라도 걸릴 비율)은 1%라는 통계가 있다. 이 숫자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공히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조현병 환자의 수는 국민 전체의 1%인 약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대략 2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조현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p.74)

그렇다. 인류 100명 중 1명 꼴로 조현병 환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적지않은 수 임에도 많은 이들이 조현병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로 여기기 일쑤다. 저자는 많은 환자 가족들이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밝히기를 꺼린다며 "이 문제를 언제까지 쉬쉬하고 움츠리고만 있을 것인가. 그러는 동안에 우리 사회는 더 아파간다. (p.27)"고 지적한다. 밝히고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개선될 수 있다는 외침이다. 저자가 왜 정신건강학교를 세우고 이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또, 저자는 "아무런 지식과 정보도 없는 가족으로서 막상 식구 중 누군가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속수무책이다. (p.154)"며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하기도 한다. 사실 사회는, 특히 우리나라는 소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장 등. 그들이 한데 묶여 불리는 것도 이런 시선의 결과물일 것이다. 하여 저자는 속수무책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단체가 힘써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책은 '환자의 가족'인 저자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따라서 조현병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나 제도적 차원의 개선 방안 등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많은 분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조현병'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조현병은 일종의 '사회적 죽음'이라고 한다.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돼 초기의 미약한 환자들마저 악화되며 중증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뜻이다. 2019년 한 국회의원은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공청회 자리에서 "정신병원, 말이 안되죠? 상식이 아니죠?"라는 막말로 공분을 샀다. 경기도 한 지역에 정신병원 건립에 대해 반발하는 아파트 주민들 의견에 동조하며 뱉은 언사였다. 이후 병원 개설 허가 취소에 대해 국회의원직을 남용했다며 조사를 촉구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었다. 다행히 현재 병원이 개설되었지만 여전히 주민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 가족들이 크게 상처를 받고있다. 아프지만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는 셈이다. '님비에 문 못 여는 정신병원'이라는 헤드라인이 익숙한 만큼, 환자와 가족들은 현실이 더 쓰리지 않을까? '사회적 죽음'으로 만들지 말아달라는 설운영 저자의 목소리가 가슴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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