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은 '비움'이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걸 알아채기'에 가깝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향해 살림들을 돌보고 비워내는 과정은 '운동'과도 같다. 숨쉬기처럼 항상 해야하는, 언제난 섬세히 살펴야 하는, 그래야 나와 우리 가족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행위인 셈이다. 책 <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는 밀리카가 미니멀 인테리어로 시작해 신혼집을 꾸미고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미니멀'을 실천하고, 매일 그 실천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나아가 어떻게 지구와 환경을 고려하고 생활하는지를 담았다.
미니멀에 관심이 있어서 비슷한 류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어느 정도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읽혔다. 기존 책들이 어떻게 미니멀을 지향하게 되었는지로 시작한다면, 이 책은 '마이너스 몰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이너스 몰딩은 '벽면과 천장이 이어지는 부분을 노출'하는 인테리어 기법으로 '히든 몰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정한 '편안함'을 물건이 아닌 사람의 감정과 분위기로 채워질 때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이것은 집안의 생김이 어떤지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여 나는 이 '마이너스 몰딩'에 눈길이 갔다. 연말에 새로 이사갈 새 집에서 꼭 이 몰딩을 적용해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또, '친환경 아이템' 파트도 인상적이다. 미니멀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환경을 고민하게 된다. 치솔을 나무로 바꾸고, 생분해 쓰레기봉지를 사용하게 된다. 밀리카도 그렇다. 저자의 내공이 보이는 살림 아이템들은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봤던 부분이라 실천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미니멀은 정답이 아니다. 삶의 방식일 뿐이다. 이것은 물건을 비우는 것일수도, 생각을 없애는 것일수도, 건강을 지키는 것일수도 있다. 밀리카는 '좋아하는 물건'으로 사는 방식을 선택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해 들어오는 따뜻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별한 노하우를 배우기 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지금껏 어떤 미니멀을 좇아왔을까. 이제부터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할까. 고민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