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생각들 - 변화할 줄 아는 삶을 위한 3개의 조언
바바라 오클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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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고 싶습니까?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소수일 터. 나이가 많아서, 직장을 그만둘 수 없어서, 가족이 반대해서와 같은 ‘변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책 <인생을 바꾸는 생각들>은 인생을 재부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방법을 알려준다.

어릴 때 수학과 과학을 지독하게 싫어했던 한 사람이 있다. 별다른 재능이나 특별한 능력도 없는 듯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스페인어를 어려워하자 아버지는 ‘진짜 문제는 어쩌면 너에게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외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통역사,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공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바로 책의 저자, 바버라 오클리의 이야기다.

바버라는 “인생의 경로는 절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삶의 방향은 개인의 의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p.29)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인드 시프트’를 통해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인드 시프트(Mind-Shift)란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능력, 즉 유연한 사고"(p.11)를 말한다.

운동? 그게 특별한 방법이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책에는 ‘운동’으로 변화의 실마리를 찾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인간의 해마에서는 매일 새 뉴런이 약 1400여개씩 생성된다. 이 뉴런들은 경험을 통해 신경 네트워크를 만들고 인간의 ‘기억’과 ‘기능’이 가능토록 만든다. 또 새 뉴런은 ‘오래된 괴로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상황을 피하게 해주는 능력’(p.83)을 갖고 있어 정신건강에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운동은 뉴런 생성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며, 이는 정신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클로디아의 정신과 전문의는 “운동은 내가 처방할 수 있는 그 어떤 의약품보다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p.123)고 말했다. 클로디아는 댄스라는 운동을 통해 몸과 정신의 건강을 모두 돌보게 된 것이다.

책은 세계 각지에서 변화를 만들어 인생을 바꾼 사람들을 소개한다. 여러 과학적 통계와 분석을 기반으로 해서다. 다소 뻔한 사례집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변화가 '갈급'한 누군가에게는 해법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또 인생의 '제2의 기회'를 찾는 누군가에게 라면. 인생의 경로는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게임에 빠져있던 문제아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으로 발전하고, 학교를 중퇴한 문제아가 대학 학장이 되었다. 지금 계획 중인 길이나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곧 ‘미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버라 오클리는 말한다. ‘인생의 전환을 이루고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라’(p.29)고. 그 시작은 관점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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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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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영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글쓰기, 독서지도, 역사, 철학, 그림, 요가... 내 시간을 채웠던 취미들이다. '인간이란 자고로 죽을 때까지 배우는 존재'라는 말에 따라, 꽤 많은 시간을 배움에 할애했다. 직업없이 독서만 한다고해도 쏟아지는 신간들을 모두 읽을 수 없는 안타까움처럼, 하루 종일 배우기만 한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것을 한번씩 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틈틈이 배우려고 애썼다.



감히 '배우려고 애썼다'고 말할 수 없는 '고수'를 만났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의 저자 심혜경이다. 책은 도서관 사서(현재는 은퇴함)이자 번역가인 저자가 온갖 공부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매일매일 공부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는 공부 생활자'로 소개한다. 책과 영화를 좋아하면서 기회가 닿는대로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바이올린, 뜨개질 등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특징은 출발에 겁이 없으며, '안되면 말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 저자가 일본 드라마 제목을 인용한 문장에서 그 정신의 본질을 알 수 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p.27)고. 중도 포기의 효용을 이처럼 확실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가야 할 길이 아니라면 아무리 멀리, 아무리 많이 걸어갔다 해도 미련 두지 말고 냅다 돌아 나오는 게 좋다' (p.24)

그 정신 때문일까? 저자의 선택은 다채롭다. 지인이 직접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하기에 함께 1인출판 과정을 듣기도 하고, 책 얘기를 나누기 위해 친구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또,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어 - 간판을 읽고,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 해당 지역 언어를 공부한다. 육퇴 후 야간 출입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오자 방송대에 등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의 공부가 늘어지고 지지부진 해 보일 게 틀림없다.'(p.68)고 말한다. 하지만 방송대에서 외국어를 공부한 덕에 '다른 언어로 된 책을 읽는 재미가 늘었'으며 '번역되지 않은 재미난 책을 발견해서 국내에 소개하고 싶어 직접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이것이 바로 '밑지지 않는 거래'(p.69)라고 말한다. 그 말에 공감하기 어려운 독자는 없을 테다.

'배운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일체의 행위가 '공부'다. (p.11)

저자의 궤적을 함께 해온 다양한 공부들을 소개한 이 책은 결국 '책'으로 귀결된다. "독서는 책을 읽으려는 행위를 넘어서 인생을 배우려는 마음 그 자체"(p.171)라고 말하는 저자는 독서가 배우려는 마음을 북돋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독서를 통해 정보처리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자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고 파스칼이 말했던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책 속의 여러 목소리와 만나 깨지고 부숴지고 엉겨붙고 어그러지다 보면 가치관이라는 게 정립되고 삶의 방향이 설정된다는 맥락일테다. '(독서는) 기존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을 붕괴시키고 자신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p.172)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과 닿아있다.

몇일 전 읽은 칼럼(경향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에서 올해 독서계획을 세웠으나 아직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책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권했다. 책으로 성장하고 확장되는 삶을 경험한 이야기가 '올해는 책을 꼭 읽자'는 계획을 세운 누군가에게 독서로의 걸음을 내딛을 수 있고, 또 그 걸음이 보다 더 선명해질 것이란다. 나는 이 책 덕분에 올해 첫 글을 쓰게 되었다. 몇달을 묵혀두었던 서평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는 순간이다. 또,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한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순간에 다다른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p.10)는 말에도 저격당했다. 지금 나는 인생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한번도 쉬지 않았던 직장생활을 잠깐 벗어나, 내 자신과 맞닿은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 발걸음도 이 책 덕분에 꽤 선명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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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 - 150cm, 88kg의 여자가 44kg을 덜어내고 얻은 것들
이지애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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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중이다. 목표는 '리즈시절 몸무게' 만들기. 결혼 후 양가 부모님이 지어주신 두 마리의 흑염소를 먹고 8kg를 얻었다. 후덕해졌고, 이전에 예쁘게 입었던 옷들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아무도 뭐라 말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위축된다. 그래서 시작했다. 다.이.어.트.


다이어트는 곧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아닐까. 거창하게 무슨 인생까지 들먹이냐 싶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업무를 할 때 보통 목표설정을 한다. (리즈시절 몸무게 달성) 목표를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다. (공복운동 30분, 근력운동 30분) 목표 달성을 함께할 동료를 찾는다. (온라인PT 메이트, 가끔 함께 러닝을 하는 남편) 중간중간 성취 단계를 확인한다. (매일 아침 동일한 시간에 재는 몸무게 또는 눈바디) 목표달성 여부를 파악한다. (목표수치) 성공했다면 기쁨! 실패했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나간다. 목표-기획-진행-검토-성과, 다이어트 안에 녹아 있는 이 과정들은 직장에서의 시간과도 퍽 닮았다.

저자 이지애도 책에서 삶의 모습을 닮은 다이어트 과정을 짚어낸다. 책 <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에서 저자는 '슬럼프'를 대하는 자세를 언급한다. 저자는 '다이어트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거나 살다보면 슬럼프는 오기 마련'(p.59)이라며, 이럴 때면 '슬러프님'을 잘 맞이할 방법을 찾아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업무의 집중도나 강도를 높이거나, 제안서나 기획안을 처음부터 다시 구성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거나, 취향이나 직업군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 나가는 등'(p.60)의 변화를 준다는 것. 다이어트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업무에서도, 나의 다양한 취미생활 중에도 맞닦드리게 되는 여러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비법 아닐까.

책 <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는 '보통 체중'을 갈망했던 150cm, 88kg의 저자 이지애가 아이 엄마가 된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해왔던 다이어트에 대한 회고록이다. 예쁘고 말잘하는 친구 덕분에 면접에서 낙방하고, 오래 볼 사이도 아닌 동료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려 폭식을 하고, 그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 요가를 하고, 삶의 시기에 찾아오는 고민들을 해결해보려 서점, 도서관, 강의 등으로 멘토를 찾아다닌다. 한 마디로 책은 다이어트를 중심으로 그려낸 이지애 저자의 에세이이자 성장기인 셈이다. 특히 저자는 책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녀는 '애덤 스미스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타인의 사랑과 관심, 인정 등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라며 '나를 향한 타인의 시선과 관심을 갈망하는 내 모습이 어리속고 속물같아 보이긴해도, 스미스의 문장 하나에 허락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p.72-73)고 말한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용기있는 모습인가. 또,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감정과 욕망에 대해서는 '순간적인 감정은 어린아이 같아서 어르고 달래야 한다.'(p.129)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생길 때 '멈춰'라는 명령 대신 '10초 뒤에 하기'로 바꿔서 생각한다(p.130)는 걸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한다.

"낳을 땐 같았으나 습관에 의해 달라진다."

저자는 '섭취 열량은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기본 원칙을 준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건강하고 탁월하게 다져가기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고. '다이어트에 진심'이라는 제목이 와닿아 선택하게 되었다. 나도 진심이니까. 또,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었다. 다이어트라는 가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가는지 그 기록을 보는 재미가 탁월했다. 저자는 여전히 매일의 운동을 챙기며 '섭취 열량은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삶을 추구한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곧 그녀의 '원칙'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원칙을 세우면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의 흔들림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불필요한 고민에 빠지지 않게 되고, 삶이 깔끔해진다. 하루가 아무리 지치고, 힘들더라도 내 원칙만 잘 지켜낸다면 그 하루는 반질반질 잘 빚어진 도자기처럼 윤택해진다."(p.221)고 강조한다. 다이어트는 살을 뺀다는 의미도 있지만, 잘 관리된 몸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하며, 이것은 곧 잘 정돈된 삶을 이어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것이 곧 저자가 말하는 '도자기처럼 윤택해진' 삶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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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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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톡홀롬증후군(Stockholm Syndrom)'은 1973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롬에서 4명의 무장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6일 동안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인질들은 처음에는 인질범들을 무서워했으나 점차 그들을 옹호하거나 사랑하게 되고 결국 경찰에 대항하기에 이른다. 즉, 스톡홀롬증후군은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는 심리현상을 일컫는다.

패트리샤 캠벨 허스트(Patricia Campbell Hearst)는 미국 신문 재벌의 상속녀이자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배우이기도 하다. 그녀가 19살이던 1974년 2월 어느 날, 좌파 무장단체인 SLA가 허스트가 약혼자와 함께 지내는 아파트에 침입해 그녀를 납치한다. SLA는 방송국을 통해 그녀의 몸값을 요구한다. 하지만 납치 후 두달이 지난 4월 15일, 그녀는 '타니아'로 개명을 하고 SLA와 함께 은행을 습격해 강도 행각을 벌인다. 이후 1974년 5월 FBI가 SLA의 아지트를 급습하며 패크리샤는 도망치기에 이른다. 그리고 6월 패트리샤는 타니아라는 이름으로 방송국을 통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국가적 심볼이 되기에 이르고, 이후 경찰과 FBI를 피해다니다가 1975년 9월 FBI에게 체포된다.

롤라 라퐁의 2017년 작품인 <17일>은 패트리샤 허스트 사건을 다룬다. 책에는 세 인물이 등장한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조사해 보고서를 쓰는 30대 미국인 '진 네베바 교수', 그녀의 조수로 일하는 10대 프랑스인 '비올렌', 그리고 진 교수를 '당신'이라고 부르는 화자 '나'다. 책은 패트리샤의 재판을 앞두고 있던 1975년 10월로 시작한다.

책에서 패트리샤의 주장은 두 가지로 나뉜다. 타니아의 이름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하던 그녀는 재판 중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가짜로 SLA에 가입한 것"이라고 말한다. 패트리샤의 변호인단은 그녀의 범죄 행위가 세뇌 - 스톡홀롬 증후군 - 에 의한 것이라며 패트리샤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보고서를 '17일'간 작성해 줄 것을 진 네베바 교수에게 의뢰한다. 이 일을 위해 진 교수는 비올렌을 고용한다. 진과 비올렌은 패트리샤의 행적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읽고 들으며 그녀의 심리를 따라간다.

1970년대의 SLA는 미국에서 활동한 좌익 서양의 집단으로 "삶이란 총을 똑바로 쏘는 것이다"와 같은 말을 남겼다. 이들의 패트리샤 납치 목적은 체포되어 수감중인 SLA 단원과의 인질교환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후 이들은 허스트가에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라 요구했다. 흥미로운 건 세간의 반응이다. 당시 십대들은 '타니아'와 기존의 인종차별주의, 자본주의, 파시즘 등에 대항하는 SLA에 열광했다고 한다. 그 근거는 패트리샤의 말에서도 등장한다. 비올렌은 진에게 "심문 중에 패트리샤가 왜 기회가 있었는데도 도망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고 계세요? '제가 도망쳐서 어디로 간단 말이예요?'"라며 "이것은 어른들은 귀 기울이지 않는 대답이었습니다. (p.276)"라고 말한다. 아마도 SLA에 대한 추종이 곧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정도의 의미로 해석되었던 것 아닐까.

"단순히 어떤 사람의 선택이 우리에게 부자연스럽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유롭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자유로운'의 반대는 '얽매임'인가?" (P.112)

소설 <17일>은 겹겹의 층위를 가진 작품이다. 패트리샤의 행동과 목소리 위헤 진 네베바와 비올렌의 시선이 각각 존재한다. 그 위에는 비올렌에게 영향받는 화자 '나'가 있다. 패트리샤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1970년대의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발과 빈부격차, 여성에 대한 편협함 등이 강한 시대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납치를 빌미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패트리샤는 SLA가 아니었더라도 당시 여성이나 젊은이들에게 '자유의지' 혹은 '해방'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스스로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작품은 많지만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그 와중에 패트리샤의 행적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35년형의 재판을 받은 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이 석방 탄원서를 제출해 징역이 7년형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투옥된지 22개월만에 1977년 지미카터 대통령 체제에서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패트리샤가 재벌가의 상속녀가 아니었어도 특별사면이 될 수 있었을까? 책에서는 답을 주지 않는다. 과연 패트리샤의 선택은 선택이었을까, SLA의 세뇌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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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성공하는 힘 있는 여자
루이스 L. 헤이 지음, 김태은 옮김 / 스타라잇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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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의 폭행, 이웃의 성폭행, 고등학교 중퇴, 열여섯 나이의 임신과 출산, 딸의 입양, 남편의 외도. "하루 5분 동안 거울을 보고 말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으로 당신의 삶의 바뀝니다."라고 말하는 책 <미러>의 주인공, 루이스 헤이(1926~2017)의 이력이다. 심리치료 전문가, 긍정확언의 전달자, 자기 치유의 심볼로 불리는 루이스 헤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내가 바라는 단 한 가지는 내가 떨어진 나락으로 기어 들어가 영영 사라지는 것 뿐"이라고 말하던 그녀가 책 <미러>, <치유>에 이어 책 <21세기에 성공하는 힘 있는 여자>를 펴냈다. 원제는 Empowering Woman이다. (어떻게 번역에 '21세기에 성공하는'이라는 표현이 붙었을까?) 현재 고인이 된 저자는 책을 통해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기, 신념을 알아차리기, 운동의 유익을 알기, 치유와 명상 등의 다양한 조언을 남긴다. 그 중에서 저자는 '긍정확언'을 가장 강조한다. 긍정확언이란 자신이 믿고 생각하고 말하는대로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믿으면 이루어 진다는 심리적 개념이다.


극한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요즘, 한 줄기 빛 얻을 요량으로 선택한 책이다. 나는 아마도 여성 직장인으로서 적용할만한 소소한 팁 등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은 생각보다 '영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줄 수 있으며, 긍정적 자아상을 갖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루이스 헤이를 원래 알고 있던 독자가 아니라면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저자는 책에서 1950년대 미국 교과서에서 실렸던 '여성의 할 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에는 남편을 위해 저녁을 차려두고, 아이들을 씻기고, 집 안을 청소하고 등의 내용이 등장한다. 남편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자신을 살아가는 여성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가 인용한 부분이지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저자는 '관계'에 대한 이슈를 설명하며 '답정남(답을 정하는 남편)'에게 의지하는 대신 스스로 답을 정하는 '답정녀(답을 정하는 여자)'가 되라고 한다. 이 부분은 여러 사람과 소통해 최선의 방법을 낳는대신 혼자만의 아집을 부각시키는 건 아닌지 불편하기도 했다.

<21세기에 성공하는 힘있는 여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달라졌는지 몸으로 경험했던 저자의 믿음에 대한 책이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며 행동하도록 독려하는 심리서다.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마음가짐을 돌아볼 수 있게는 도와준다. 자존감 회복이 시급한 상태라면 큰 울림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로렌스 크레인의 <자기사랑>, 마르틴 베를레의 <오늘부터 내 인생, 내가 결정합니다> 등과 유사한 책이다. 영적 성장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등이 필요한 독자들이 도움받을 수 있다.

<여성을 위한 긍정 확언> 74~75p

- 나는 여성으로서의 고유한 힘을 가졌다.

- 나는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고 있다.

- 나는 내가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안다.

- 나는 지혜롭고 아름답다.

- 나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기뻐하기로 결정한다.

- 나는 내가 가진 여성성을 받아들인다.

- 나는 나의 삶을 책임지고 있다.

- 나는 나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칠 것이다.

-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나는 멋진 삶을 살고 있다.

- 내 삶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

- 내 삶에 넘치는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되었다.

- 내 삶은 내가 지배한다.

- 나는 힘있는 여성이다.

- 나는 사랑받고, 존경받는 사람이다.

- 나는 누군가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

- 나는 삶의 새로운 방식을 배워 나갈 의지가 있다.

- 나는 두 발로 당당하게 서 있다.

- 나는 내가 가진 힘을 받아들이고, 사용한다.

- 나는 싱글이어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한다.

- 나는 어디에 있든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즐거워한다.

- 나는 내 삶의 여성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돕고, 함께 인생을 즐길 것이다.

- 나는 내 삶으로 인해 충만하다.

- 나는 인생의 모든 길을 참구할 것이다.

- 내가 여성으로 온전해지는 과정을 사랑한다.

- 나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시간과 공간에서 생동감 있는 삶을 살고 있다.

- 나의 삶은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

-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선물을 받아들인다.

- 나는 내가 충분히 온전하며 완전하다고 느낀다.

- 내가 필요한 것에 나 자신을 헌신한다.

- 성장하는 것은 안전한 일이다.

- 나는 안전하며, 내 인생의 모든 일이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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