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이기선
바다는 오랜 세월 모래밭을 일구었네
하루도 거르잖고 그 밭에 물 대었네
가슴 깊은 곳에서 곱게 바순 모래알들,
마음은 언제나 그 밭을 거닐었네
하얗게 부서지던 나날들이었네
기다리고 기다려도
푸른 싹 돋지 않는 세월이었네
밑 빠진 독에 물 붙기, 모래밭에 물대기, 지나온 시간들이 몽땅 이런 식이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다. 아베 코보는 모래의 불모성이 물기 없음이 아니라 모래의 유동성에 있다고 했지만 불모를 견디는 자의 입장에서는 똑같다. 시인에게도 불모를 견디는 시간이 길었던 모양이다. 과거형의 시제에서 한시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