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폭포

 

 

 

맨처음 당신이 내게

폭포를 보여주었을 때

나는 절벽만을 보았어요

그 절벽 아래서

수상쩍은 여름을 보내고

나는 절벽의 고독을 보았어요

 

절벽이란

세계를 향해 첫발을 대디딘 채

그대로 굳어버린

수직의 고독.

 

계절은 깊어가고

깊어진 꼭 그만큼의 깊이로 다가선

당신의 절벽에서 마침내

나는 투신하는 물의

푸른 발목을 보았어요

 

폭포란

고독의 차가운 입술을

혀가 온몸이 물이 핥고 가는 짧은 입맞춤.

 

멍들어 절룩거리는

내 생의 발목을 쓰다듬는 당신

그 여름 장마 뒤의 폭포처럼

우리는 만났지만

정말 우리는 만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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