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돌을 놓으며
물속에 돌을 내려놓았다
동쪽도 서쪽도 생겨난다
돌을 하나 더 내려놓았다
옆이 생겨난다
옆에 아직은 없는 옆이 생겨난다
눈썰미가 좋은 당신은
연이어 내려놓을 돌을 들어올릴 테지만
당신의 사랑은 몰아가는 것이지만
나는 그처럼 갈 수 없다
안목이여,
두번째 돌 위에 있게 해다오
근중한 여름을 내려놓으니
호리호리한 가을이 보인다
문태준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시집의 제목이 '먼 곳'인데 시인은 세속과는 아주 먼 곳에 있는 듯하다. 인적없는 소나무 숲을 오래 걸어들어가서 만나는 사찰같다고 해야할까.
시인은 왜 세번째 돌을 놓을 수 없는가. 두번째 돌에 연이어 세번째 돌을 놓으면 중심이 생겨나고 주변이 생겨난다.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수평? 두번째 시집에 이어 수평에의 지향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