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랴/신원철
고조선 때쯤?
아사달 살던 암팡진 궁둥이의 여자
소를 몰고 산길을 홀로 걷고 있는데
도무지 소란 놈이 느릿느릿 말을 안 듣더란 말이지
화가 치민 여자
그놈을 번쩍 들어 머리에 이었단 말야
뾰족한 머리가 배를 깊이 치받으니
창자가 터질 지경이어서
눈물 콧물 흘리며 소가 애걸복걸 했다는군
그때부터 느릿느릿 제 버릇 나오면
너 이놈 또 머리에 "이랴?"
쪽진 머리, 목, 어깨, 허리, 작지만
딱 벌어진 궁둥이로
못난 역사를 떠받치고 온
서걱거리는 삶을 다독이듯 봄비가 내렸다. 젖은 마음을 더이상 축축하게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이 눅눅한 마음을 가볍게 해줄 즉각적인 무언가를 찾게 된다. 하이킥 몇 편을 다운 받아 보고 계간지를 펼쳤더니 이 시가 눈에 띄었다. '이랴'라는 말이 저렇게 생겨났구나.
문태준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매일 게으른 내 손을 반성하면서, 또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면서 이 봄을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