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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인주의 외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0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훈 옮김 / 책세상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개인주의>는 소세키가 일본 귀족자재들만 다닌다는 학습원에서 한 연설이다. 국가주의를 학습시키는 학습원에서 개인주의를 얘기한다는 건 소세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일년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했지만 영문학은 고사하고 문학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소세키. 문학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그는 '자기본위'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는 이 말을 논리적 뼈대를 삼아 평생동안 자기의 문학론을 펼쳐나갔다.
아래 글은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를 있는 그대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문장의 연결관계를 고려해서 서너개 접속사를 고친것 말고는 모두 소세키의 말 그대로이다.
대학시절 영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영문학은 제쳐두더라도 제일 먼저 문학이란 어떤 것인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로 졸업을 하고 교사가 되고 유학길에 올랐다. 1 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비로소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자력으로 만들어내는 방법 외에는 나를 구할 길이 없다고 자각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입각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아니 새롭게 건설하기 위해서 문예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해 자기본위라는 네 글자를 간신히 생각해내어 이 ‘자기본위’를 입증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연구라든가 철학적인 사색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자기본위’라는 네 글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침으로 주어졌고 이 네 글자로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불안은 사라졌고 어떤 방향에서 분명히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발견하게 된 기분이었다.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정리해서 귀국 후 훌륭하게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녀야했다. 고등학교에도 대학교에도 사립학교에도 나가서 돈벌이를 해야 했고 신경쇠약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시시한 창작품을 잡지에 게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형편이 나빠졌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내가 기획했던 사업을 중도에서 중지할 수밖에 없었으니 내가 저술한 『문학론』은 그 기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실패의 유해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기형아의 시체일 뿐이었다. 혹은 멋지게 건설되지도 않은 채 지진으로 무너져버린 미완성 시가의 폐허와 같은 것이었다. 저작의 사업은 실패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그때 확실히 포착했던 자기 자신이 주인이고, 다른 사람은 손님이라는 신념은 오늘날의 나에게조차 특별한 자신감과 안정감을 부여해 주고 있다.
권력이라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타인의 머리 위에 무리하게 강요할 수 있는 도구이거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이기이다. 금력 역시 개성을 확장하기 위해서 타인에게 유혹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지극히 귀중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거나 돈을 유혹의 도구로 사용하여 그 유혹의 힘으로 타인을 자신의 마음에 들도록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평소에 사람은 자신의 개성이 발전할 수 있는 장소에 자리를 잡아야 하고 자신과 딱 들어맞는 직무를 발견하기까지 매진하지 않으면 일생의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그만큼 개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사회로부터 허락되어 있다면, 타인에 대해서도 그의 개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경향을 존중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정리해보면 자기 개성의 발전을 완수하려고 생각한다면 동시에 타인의 개성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권력을 사용하려고 한다면 그것에 부수되는 의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그리고 자기의 금력을 나타내려고 한다면 그것에 동반되는 책임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