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십야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하늘연못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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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탑은 1066년 정복왕 윌리엄에 의해 처음 요새로 만들어졌지만 한때는 왕궁으로 또 감옥과 고문 및 처형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헨리 8세의 아내이자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인 앤 불린이 이곳에 감금당했다. 영화 <천일의 앤>은 그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또 도끼가 목을 내려칠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내 목은 너무 짧으니 조심해서 다루시오”라는 말을 남겼다는 당시의 대법관 토마스 모어가 15개월 동안 감금되었다가 처형된 곳이기도 하다.

소세키는 유학생으로 영국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도에 의지해서 간신히 런던탑을 찾아갔다. 한 번 더 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남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그는 끝내 다시 가지 않는다. 그리고는 사람들과 런던탑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고 두 번 다시 구경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한다.

왕궁보다 고문과 처형장으로 더 유명한 런던탑의 역사적 사실들을 알고 있었던 소세키는 역사적 유물로 남은 런던탑과 자신의 상상력을 곁들여 『런던탑』을 썼다. 처음부터 단테의 『신곡』 지옥문을 인용한 탓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울하다. 그가 영국에 유학하기 전에 영문학을 전공한 탓인지 영국의 역사나 문학작품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영국에 대한 지식을 이 단편 속에 응용했다. 그는 또 소설 말미에 자신이 인용한 작품이나 그림 역사적 사실 등을 모두 메모해두었다. 엘리자베스의 유폐. 셰익스피어의 리차드 3세, 엔즈포스의 런던탑, 들라로쉐의 그림 등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그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전에 습작용으로 써둔 것 중의 하나인 셈이다.

소세키가 마사오카 시키에게 보낸 편지글에는 “문단에 서서 자신의 뜻을 꺾지 않으려는 욕심이 있다면 무엇보다 사상을 함양해야만 하네. 사상을 먹고 또 먹어 배가 가득 찬 뒤에는 바로 붓을 휘둘러 그 생각하는 바를 서술함에 패연취우(沛然驟雨 억수같이 쏟아지는 소나기)와 같이, 갑자기 대하가 바다로 쏟아지는 기세가 있어야하네.”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소세키에 있어서 영국유학시절은 이런 사상의 함양 기간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유학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는 그야말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10년 동안 소설을 썼으니 말이다.


*나쓰메 소세키와는 무관한 내용이지만 영화속 토마스 모어의 말을 옮겨둔다.  

You have, I believe, told the king not what he ought to do, but what he can do. 당신은 왕에게 그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말씀드렸나보군요. 

동시대를 살았던 마키아벨리는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바를 따르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행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잃기가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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