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안도현 시인이 한겨레신문에 시와 연애하는 법이라는 시 창작론을 연재한 적 있다. 주1회, 총 26회에 걸쳐 연재 되었다. 나는 이 사실을 연재가 끝나고 나서도 몰랐다. 내가 시에 마음 걸어두고 있다는 걸 아시는 분이 이걸 편집해 파일로 보내주셨다. 그것을 받고서야 그것이 연재되었었다는 것도, 또 연재가 끝났다는 것도 알았다. 얼굴 한번 마주한 적 없는 분에게서 이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마음의 선물을 받고,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을 전할 방법을 몰라 시간 날 때마다 읽으면서 보내주신 분의 곡진한 마음을 되새기고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그 창작론에 언급된 책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저자 자신이 뼛속까지 내려가서 쓴 글이다. 진정성과 열정의 늪으로 읽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이 느껴진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 경험을 그대로 옮겨 놓아 글 쓰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들, 궁금해지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게 했다. 혹시나 지쳐 다른 곳에 눈 돌리고 마음 휘둘릴 때 양치기처럼 내가 가야할 길을 다잡아 주기도 한다. 특별한 구성이나 형식이 없으므로 아무 때나 아무 곳이나 펼쳐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글쓰기에 임하는 마음, 정신, 자세 등을 더 중요시 했으므로 글쓰기의 테크닉을 원하는 사람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마음이 더워지고 손이 바빠졌다. 특히 마음을 통제하지 말고 마음가는대로 내버려두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논리적인 사고나 자신의 생각대로 글을 조절하겠다는 마음을 버리라는 말인데 사실 나는 이런 식으로 글을 써 본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창조적인 글쓰기에서는 반드시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음가는대로 썼던 글이라도 그녀의 ‘사무라이가 되어 쓰라’는 말처럼 그것이 감정의 배설에 지나지 않도록, 내가 쓰는 특정한 글의 양식에 맞게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야겠지만 말이다.
내게 늘 손이 게으르다고 안타까워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한 ‘습작을 위한 글감 노트 만들기’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10분이든 20분이든 정해진 시간만큼 무조건 쓰기,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골라서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처럼 써보기 또 싫어하는 시각으로 써보기, 완전히 중립적인 입장에서도 써보기 등 그녀의 방법론이 어깨를 짓누른다. 이 짓누름은 그것이 요약과 정리로 끝내야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으로 옮겨야할 것이기 때문이리라. 언제나 문제는 행동이다. 형용사보다 동사가 중요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