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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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 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변신』의 첫 문장이다. 그런데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그것에 대해 놀라지 않는다. 놀라기는커녕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매일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안절부절이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복무(?)해온 습관 때문이다. 그레고르는 부모가 진 빚을 갚아야 하고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누이동생을 음악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오전 7시 전에 문을 여는 매장의 외판사원인 그레고르는 새벽 다섯 시 기차를 타고 출근해야한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든 벌레로 변해버렸다.  7시가 지나자 지배인이 직접 집으로 찾아오고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사실을 온 가족이 알게 된다.

그레고르는 이제 자신의 방에 갇혀 누이동생이 가져다주는 벌레의 음식을 먹고 벽을 기어 다니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가족들은 처음 그를 동정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를 혐오하고 거추장스러워한다. 아들이, 오빠가 벌레로 변해버렸지만 가족들은 그레고르라는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관심은 일체 없다. 다만 그가 벌레로 변해버림으로써 야기된 경제적 어려움만이 그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그레고르는 가느다란 다리를 여러 개 가진 벌레로 변해버렸지만 인간의 말은 모두 알아듣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의사는 전달할 수 없다.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이 더욱 잘 들리는 법이다. 가족의 대화를 듣는 일 외에 그레고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그레고르는 적기는 하지만 자신이 다달이 가져다준 돈이 모여 소자본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한다. 비록 이 돈으로 사장에게 진 빚을 갚았더라면 자기의 고달픈 생활이 좀 더 빨리 끝날 수 있을 거라고 아쉬워하긴 하지만 말이다.

벌레가 되어 듣는 인간의 말, 그것은 또 다른 벌레의 말이다. 가족에게 그레고르가 벌레였듯이 그레고르에게 가족은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돈벌레에 다름 아니었다. 작가는 그레고르를 생물학적인 벌레로 변신시켜 우리에게 돈벌레로서의 가족의 모습을 명료하게 부각시킨다. 그리고 갑충으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실존을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변신』을 읽으면서 인간의 모습을 한  벌레와 벌레로 변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한마리 일벌레에 지나지 않았음을 무덤덤하게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보게된다. 진짜 벌레는 어느쪽일까? 답을 내리지 않고 결말을 독자에게 열어두는 카프카의 글쓰기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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