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도 유명해서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이 고전이라는 말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귀동냥했던 책들이 대부분이다. 요약본으로 줄거리 파악하고, 주제가 뭔지 작가의 다른 작품이 뭐가 있는지 등등. 소위 시험공부 한답시고 외워두었던 것들이 모두 작품을 읽은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나만 이런 건지 학교교육의 문제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방인』도 내게는 이런 고전 중의 하나이다.

김화영의 번역으로 나온 이 책은 300 쪽의 분량인데 절반은 『이방인』이, 나머지 절반 분량은 이 작품에 대한 해설로 할애되어있다. 『이방인』은 2부로 나누어져있는데 1부는 주인공 뫼르소가 양로원에 있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다녀오는 일과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태양이 눈부신 바닷가에서 5발의 총탄을 쏘아 아랍인을 죽이는 장면으로 끝난다. 2부는 체포된 뫼르소가 심문과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는 과정, 그리고 사형집행을 앞두고 기독교적 귀의를 강요하는 부속 사제와의 팽팽한 대화가 그려진다.

책의 후반부에는 장 폴 사르트르, 피에르-루이 레, 로제 키요 세 사람의 해설이 있다. 로제 키요의 글은 분량이 적고 글도 대체로 쉽게 쓰여져 있다. 피에르-루이 레의 해설은 거의 논문 수준 분량이다. 사르트르는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를 대상으로 카뮈를 분석한다.  ‘부조리 문학’, ‘무엇에 대하여 이방인인가?’, ‘침묵의 번역’ 등 소제목을 붙인 사르트르의 분석은 카뮈 작품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절대 해설을 먼저 보지 말일이다. 그들의 글은 까뮈 연구자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겠지만, 고전을 읽지 않는 고전으로 만드는데 한 몫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방인』을 읽으면서 내내 무엇에 대하여 혹은 누구에 대하여 이방인인가만을 주목해서 읽었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이방인이다.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여자에게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거나, 그렇다면 왜 결혼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아무 중요성도 없는 것이지만 정 원한다면 결혼을 해도 좋다’는 뫼르소는 사랑으로부터도 이방인이다. 범인인 뫼르소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변호를 하는 관선 변호인을 통해 뫼르소는 제도로부터도 이방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형을 선고받은 뫼르소에게 인간의 심판은 아무것도 아니고 하느님의 심판이 전부라는 사제로부터도 뫼르소는 이방인이다. 그러므로 뫼르소는 모든 관계의 구성망인 이 세계의 이방인인 셈이다. 그러나 사르트르 식으로 말하면 '이방인이란 세계와 대면하고 있는 인간'이고 내 방식으로 말하면 이방인이란 세계와 맞장 뜨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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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3-02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허접한 리뷰들을 읽으시느라 고생이셨겠습니다.(반갑다는 말씀에 사실은 입이 찢어지면서 ㅎㅎ). 저는 카프카와 보르헤스가 늘 애물단지인데 여우님의 말씀에 힘입어 보르헤스를 좀 건드려볼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