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수커피 / 코스타리카 따라주 200g - 원두(빈)상태

평점 :
절판


 

커피맛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한달내내 이 커피만 마셨다.  쓴맛, 신맛, 짠맛, 단맛이 우리의 혀에서 느끼는 맛인데 커피에서 느끼는 맛은 단연 쓴맛이다. 그렇지만 말 배우는 아이도 아닌데 단지 쓴맛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그래서 계속 마셨다.  

연하게도 마시고 진하게도 마시고 뜨겁게도 마시고 덜 뜨겁게도 마시고, 식후에도 마시고 공복에도 마시고...이정도 되면 전광수 커피에서 상 받아야되지 않나? 

마시다보니 이 커피는 다른커피보다 조금 진하게 마셔야 제맛이 난다는 걸 알았다. 200그람을 날마다 두세차례씩 다 마셨다. 그런데도 딱히 마음에 쏙 드는 맛의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포기하고 콜롬비아 커피를 새로 마시기 시작하다가 문득 바케트 빵이 떠올랐다. 

빵의 종류는 다양하다. 나는 주로 마늘 바케트와 머핀과 곰보빵(지금은 소보루빵이라고 하는가본데 예전에는 이렇게 불렀다)을 먹는다.  빠다빵은 금방 질리고, 카스테라는 퍽퍽하고, 슈크림 빵은 어느 호텔에서 먹어본 이후 제과점에서 파는 것은 뒷맛이 텁텁해서 싫어져버렸다. 한달에 한번도 먹을동 말동한 빵들 중에서 그나마 질리지 않고 먹는 빵이 바케트다. 바케트도 겉은 뻥튀기를 씹을 때처럼 파삭 부서지고 속은 계란탕처럼 부드러울 때가 제맛이다. 공기접촉이 많거나 시간이 좀 지나버리거나 습기가 많은 날은 그 맛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무슨 특별한 맛도 없으면서 제과점에 가면 다른 것들을 다 물리치고 쟁반위에 오르는 바케트. 쨈도 버터도 바르지 않고 오직 빵맛만으로 먹는 바케트. 10년 넘게 변덕스런 내 혀끝에서 퇴출당하지 않은 바케트. 

커피만큼 그 맛이 변덕스러운 것도 없는 것 같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정성에 따라, 마시는 장소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또 함께 마시는 사람의 영향까지 참 변수도 많다. 이런 변수들을 다 제껴두고 오직 커피맛 만으로 말하자면,  

코스타리카 따라주는 커피의 바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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