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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가끔 그림과 글이 접목된 책을 본다.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과 미셀 투르니에의 글이 팽팽하게 빛나는 『뒷모습』은 일없이 들여다보면서 사람들의 뒷모습 뿐만 아니라 나의 뒷모습까지 그려보기도 한다. 우키요에에 하이쿠를 곁들인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도 책꽂이 앞을 서성일 때 한 번씩 넘겨보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우키요에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이쿠가 짧아 하이쿠가 마치 우키요에에 붙은 제목이나 설명 같은 느낌을 준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한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때문인 것 같다. 바쇼나 부손의 하이쿠들은 그 울림의 폭이 상당한데 우키요에와 함께 있으니 오히려 그림 속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외수의 『하악하악』은 이외수의 글과 세밀화를 그리는 정세균의 우리의 민물고기 65종이 함께 어우러져있다. 나는 보리출판사에서 나오는 동식물도감을 늘 갖고 싶어했었는데 정작 동식물도감은 한권도 갖지못했다. 아쉬운 마음과 반가운 마음에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름을 익히다보니 가끔은 아는 물고기들도 보인다. 영화의 제목으로 등장했던 쉬리, 맛있게 먹어줬던 쏘가리, 된장담은 페트병에 떼지어 몰려들어오던 송사리, 수염이 그럴듯 했던 메기, 한탄강에서 보았던 배가사리(빠가사리로 알고 있었다)와 꺽지, 한겨울 소양강에서 얼음판을 깨고 잡아보았던 빙어 등등.
이외수의 글은 하이쿠보다 조금 길고 자유시보다 짧다. 그러나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이 빛난다. 총 5장으로 나누고 각 장의 제목을 '털썩',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등의 최신 유행어들로 붙인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든지 무겁고 진지하고 심각하고 교훈적으로 들릴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이외수의 시니컬하고 조롱하는 듯한 문장들로 인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글과 그림보다 여백이 많은 책이었지만 그 여백을 웃음과 생각으로 채우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