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의 부리 -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
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추천 / 이끌리오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핀치는 새 이름이다. 이 새는 대프니 메이저에 산다. 대프니 메이저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있는 작은 화산섬이다. 갈라파고스 군도는 남미의 태평양 해안, 에콰도르 영토이다. 이 화산섬에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물도 전혀 없다. 찰스 다윈은 1836년 이 곳에 2주 동안 머물렀다. 다윈은 이 섬에서 핀치라는 새 31마리를 채집했다. 다윈 자신은 갈라파고스 군도에 다시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발자취를 좇아 수많은 자연과학자들이 그곳을 여행했다.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는 각각 그들 여행자 중의 하나다.  이 부부는 20년 동안 대프니 메이저와 그들의 연구실이 있는 프린스턴을 오가며 핀치를 연구한다. 자연과학자들은 이 핀치를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했다. 땅핀치는 이런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한 핀치의 한 종이다. 그러나 이 땅핀치는 깃털이나 몸의 크기, 형태, 사는 곳 등으로 분류할 수 없고, 단지 부리로만 분류할 수 있다. 이 핀치들은 부리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크기의 씨앗을 먹고 산다.

 

 

대프니 메이저는 지면의 온도가 섭씨 50도를 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이 계속될 때도 있고, 3년에서 6년 기간을 두고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엘리뇨로 인해 몇 주 동안 무시무시하게 비가 내리기도 한다. 가뭄은 종을 말살시킬 지경까지 핀치들을 내몰고, 비가 퍼붓고 난 후에는 태어난 지 석 달도 채 안된 핀치들까지  광란의 교미를 한다. 가뭄을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는 핀치가 있고 홍수 후에 더욱 번성하는 핀치가 있다. 대프니 메이저에서 연구한 많은 자연과학자들은 이런 자연환경 이후의 핀치들을 연구한 결과 가뭄 때에는 큰 부리가 살아남지만 홍수가 지난 뒤에는 크기가 작은 부리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았다.

 

 

가뭄과 홍수를 되풀이 하는 변덕스러운 자연은 각각의 환경에 알맞은 종을 선택한다. ‘자연선택’ 혹은 ‘적자생존’은 이렇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서 보다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진화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는데 다윈에 따르면 자연선택 자체는 진화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진화를 이끌 수 있는 메커니즘일 뿐이다.  

 

그렇다면 진화는 화살을 쏜 것처럼 같은 방향으로 계속될까, 아니면 역전될까? 다윈 이후에 대프니 메이저에 사는 핀치의 수만큼이나 많은 학자들이 그 해답을 얻기 위해 그곳을 다녀갔다. 그들은 생물이 진화한다는 다윈의 ‘예측’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사실’로 바꾸어 놓았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세대 내에서 일어나지만, 진화는 세대를 가로질러 일어난다. 또 진화는 한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의 생성’이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 『핀치의 부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핀치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새가 된 이유다. 

영국은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자 그들의 주무대인 바다를 더욱 연구할 계획을 세웠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태운 해군측량선 비글호는 남아메리카, 남태평양의 여러섬 특히 갈라파고스 군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항해하고 귀국한다. 이 배에 박물학을 공부하던 22세의 찰스 다윈이 탑승했고 그는 돌아와  『비글호 항해기』, 『종의 기원』, 『인간의 기원』등의 책을 썼다. 

 

 1831년 비글호를 탈때까지만해도 독실한 창조론자였던 다윈은 귀국후에는 진화론자로 변해버렸다.『종의 기원』의 원래 제목은『자연선택 또는 생존 경쟁에서 선호되는 혈통의 보존에 따른 종의 기원에 관하여』이다. 동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다윈은 특히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채집한 새들의 연구에 골몰했고 이 동식물의 과거를, 역사를, 조상을 가계를 생각했다. 그랜트 부부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20여년을 살면서 다윈의 이런 생각들을 증명하기도 하고 진척시키기도 한다. 그들이 주로 연구한 것은 핀치였지만 다른 종들의 기원에도 적용할 수 있고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아무도 의심치 않았던 시대에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는 다윈의 생각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보다 더 폭탄선언이 아니었을까.

 

 

추천의 글에서 최재천 교수가 “고통 없이 배우는 것처럼 행복한 배움이 또 있을까”라고 말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수없이 외우고 학습해왔지만 입술에서만 나불거리던 다윈의 개념들을 그랜트 부부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이 신비롭고도 아름운 섬을 여행하고 오신 분이 있다. 언젠가 반드시 내 발을 디디게 될때까지 위안으로 이 사진들을 보며 위안으로 삼는다.  

 

http://blog.naver.com/leenadd/10004921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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