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의 속살 - '모국어의 속살'에 도달한 시인 50인이 보여주는 풍경들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고종석을 처음 대한 것은 소설 「제망매」를 통해서였다. 80년대에 대한 부채의식을 드러내 보이는 그의 소설을 통해 그가 언론사에 근무하면서 프랑스에서 유학했다는 것, 군더더기 없는 지적인 문체를 구사한다는 것, 깊은 애정을 가지고 유난히 모국어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시론집『모국어의 속살』은 <시인공화국 풍경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되었던 그의 글 모음집이다. 그는 브로치나 가락지가 몸의 액세서리인 것처럼 문학은 마음의 액세서리라고 한다. 액세서리 없이 우리는 얼마든지 살수 있듯이 문학 없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은 사람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액세서리이고 그중에서도 시는 가장 휘황찬란한 액세서리로, 시를 통해서 사람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거푸집을 이룬다고 한다. 액세서리는 그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액세서리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자의 경우 그 사소한 것이 훨씬 주인을 빛나게 하지만 후자의 경우 없느니만 못한 경우가 된다. 어떤 액세서리를 선택하느냐 또 선택한 액세서리를 얼마나 소화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시라는 것은 아마도 가장 소화하기 어려운 액세서리 중의 하나일 것이고, 고종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나가는 액세서리를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모국어의 속살’에 도달한 시인 50인이 보여주는 풍경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시론집에서 고종석은 시인들이 다다른 모국어의 속살을 다시 헤집고 애무하는데 게으르지 않다. 그의 애무는 때로 섬세하고 때론 거칠고 때로는 땀구멍을 꼬집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다.  50권의 시집을 골라내는데 체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개인적인 독서체험이 짙게 반영되었다고 하지만 그가 읽은 50인의 시세계는 그에 의해 각각의 변별력을 지니고 문학사에 자리매김 된다. 시보다도 더 시적인 표현들이 돋보이고 여느 평론가보다 더 예리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고종석은 이 책을 매주 한 챕터씩 해당 시집과 함께 야금야금 읽을 것을 권한다. 나는 그의 권유를 받아들였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시집들을 구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더러 있었고, 그처럼 시를 편하게 읽어낼 수 없는 무능 탓에 끝까지 그의 권유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권유대로 읽으려면 무려 1년 가까이 이 책이 책상위에 뒹굴어야하는데 나는 그 꼴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읽어야할 시집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모국어의 속살』을 내쳐 읽어버렸다. 고종석에 대한 지적, 미적 열등감에서 해방되는 기분이다. 너무나 개운하다. 그런데 그의 다른 책 『코드 훔치기』가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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