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빌려드립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하늘연못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마르케스는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이다. 그의 작품들이 많이 번역되어있지만 대부분은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그러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가지로 반응하는 것 같다. 마르케스에게 빠지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내 책꽂이에도 <백년 동안의 고독>이 10년 넘게 고독을 씹고 있다. 이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르케스가 멕시코의 아카풀코 지방으로 여행을 가던중 영감을 받고는 모든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와 1년넘게 집중해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전세계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런 작품의 영광과는 달리 나는 <백년 동안의 고독>을 포기했던 사람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늘 마르케스에게 붙어다니는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말때문인지 나는 마술처럼 그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마술처럼 한권을 밤새워 다 읽고 말았다.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는 단편소설이,  2부에는 산문이 그리고 3부에는 작가탐구가 실려있다. 나는 <백년 동안의 고독>의 그 느낌이 아직 살아있었던 탓인지 소설보다 먼저 산문을 읽었었는데 산문이 소설보다 훨씬 더 소설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권력과 마찬가지로 여행도 성욕을 돋군다."로 시작하는 <하늘에서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일 항해자들의 연대기와 그들의 항해일지가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일 뿐만 아니라, 금지된 문학의 대표적인 텍스트가 될 것이다.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미해결된 범죄의 온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스파이들의 거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한 적어도 세 사람 이상의 군주를 잉태한 밤의 천국이었다.

 
   

 처럼 선박과 기차 안에서의 사랑에 대해 언급한 마르케스는 또 "자동차 속에서 임신되는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뼈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비행기에서의 사랑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비행기의 화장실에서 할수 있는 사랑의 체위는 무려 162가지이며 손잡이만으로도 74가지의 각각다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놀라운 정보도 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산문부문에서는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과 노벨문학상에 대한 뒷얘기를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다.

마르케스의 소설은 때로는 환상문학처럼, 또 때로는 너무나 사실주의적 문학으로 읽힌다. 사실 그의 대명사처럼 따라다니는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말은 '마술'과 '사실'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 영역을 한데 붙여놓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이 말은 작품을 읽고나면 이보다 더 옳은 말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 단편집에 실려있는 <포르베스 부인의 행복한 여름>과 <난 전화를 걸러 온 것뿐이에요>는 현대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명과 문맹, 소통과 소외, 집단과 개인의 문제등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의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나 문명의 혜택을 누린 대령이었던 할아버지와 전통적인 할머니 사이에서 8세가 될때까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귀신과 괴물이 창궐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후에 마르케스에게 커다란 문학적 토양이 되었다고 한다. 또 마르케스는 토스토예프스키, 발자크, 카프카, 윌리암 포크너, 소포클레스 등을 좋아했다고 한다.

콜롬비아 태생인 그가 1995년 70세가 넘은 나이로 조국을 버리고 멕시코로 망명했다. 그가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을 위한 외교 활동을 해온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새로운 소설을 쓸 수 있는 매일 여덟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하루 표준노동시간을 소설에 할애하고 있다. 그에게 문학은 노동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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