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끝났다>, <근대 문학의 종언>,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의 책들을 보면 그 제목만으로도 무언가 끝나고 있고 아무래도 곧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려는가 싶기도 하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미 이런 변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기류를 체감하지 못하는 막연함 속에 있다가  책을 읽으면서 그 실체들이 낱낱이 언어화되는 경험은 신선했다. 

제레미는  책 속에서 생산을 지향하던 산업자본주의의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는 마케팅을 지향하는 문화자본주의의 시대라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처음 100년 동안은 물질적 가치와 재산의 축적에 집착하는 시대였다. 당연히 저축, 자본형성, 생산양식의 조직 등에 무게 중심이 주어졌고 사람들은 이런 부의 축적을 과시하기 위해 많은 땅을 소유하려 하였고 부의 척도는 돈이었다.그러나 이런 자본주의의 발전은 무수히 많은 조립 라인과 컨베이어 벨트에서 쏟아져 나오는상품의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난제를 만났으며 이 난제의 해결책으로 거대한 소비문화를 창출하려는 새로운 소비지향 자본주의가 등장한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거대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극장에서 경험을 판매한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더이상 소유를 선호하지 않으며 접속을 선호한다. 기업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판매한다. 기업은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비용을 줄이고 필요할때마다 사무실과 사무용품들을 빌려쓰는 리스산업을 이용한다. 이러한 형태의 문화자본주의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분류되던 사회계급은 이제 접속자와 비접속자의 형태로 분류된다. 

 
책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내 주변에는 기계치가 더러 있다. 아직도 핸드폰을 끄고 켜고 하는 일을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로 대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화를 걸고 받는 일외에 전전화기에 있는 다른 기능을 아무것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가끔 칠순이 넘은 내아버지가 보내오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문장부호는 물론 기호도 들어있고 어떤 날은 아이콘도 들어있었다. 지치지 않는 호기심도 놀랍거니와 이 세계와 끊임 없이 소통하고 있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아버지를 존경하게 만들기도 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떤가.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내고 받는다. 컴퓨터의 자판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의 기능이 체화되어서 수업시간에 얼굴은 선생님을 보고 있지만 핸드폰의 모니터를 보지 않고도 그들은 책상 밑에서 끝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전화나 문자만이 아니다. 아무때나 사진을 찍고, 밥을 먹고나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이빨을 쑤시고, 묶은 머리의 뒷모습을 사진을 찍어 확인하고 친구에게 전송해주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 수정하고.......  인터넷 접속하고...... 게임하고....음악듣고....영어단어 찾고.....아이들은 이미 접속의 시대를 살고 있는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엄마보다도 최고의 기능을 가진 핸드폰을 사줄 경제력있는 부모가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접속자로 남을 것인가, 비접속자로 남을 것인가. 이런 이분법적 구도가 물론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는 끊임없이 내게 접속을 요구해 오고 있지 않는가. 

주말을 이용해 책읽기를 끝내고 싶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292, 293쪽에 글이 없다.  나는 또 내눈이 헛것을 보나 싶어서 듬성듬성 확인해보니 무려 8쪽이나 되는 것이 흰 백지상태였다. 글로 적으려니 또 흥분이 되려고 한다. 뚜껑이 열린다는 말은 이럴때 사용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주는 충격도 충격이려니와 내로라하는 출판사의 책이 어떻게 이런 상태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나는 책을 샀던 인터넷 서점에 문의를 했고 판매한 사람보다도 출판사에 울화가 끓어 출판사에도 항의를 했다. 출판사 직원이 책을 보내라기에 새책에다가 밑줄 다시 다그어서 다시보내달라고 했더니 책 뒷장을 팩스로 보내란다. 이전에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이라는 책을 낸 출판사와 같은 출판사라는것 때문에 나의 까칠함은 극에 달했다. 이후에 나는 이책을 세권이나 더 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