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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권력 - 개마고원신서 26
강준만.권성우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문학권력>은 "한국문학이 돈(Money)과 매스미디어(MassMedia)라는 두 M신(神)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있다"는 김우창 교수의 말을 본문 첫머리에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강준만은 그가(김우창) 개탄만 할뿐 본격적인 비판은 전혀 하지 않고 사색의 세계에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개진해 간다. 그는 계간지의 편집인으로 있으면서 주례비평을 쓰는 평론가와 각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문학상과 조선일보사가 주관하고 있는 '동인문학상' 등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이어서 그는 현재 한국문단의 주류세력인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문학동네 등의 정체성과 언론플레이 등 냄새나는 곳곳에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김정란, 권성우 등이 그의 날을 세우는데 나름으로의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그런 그의 칼날은 예리하고 정확해서 빼어난 검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가 들이댄 칼이 부패한 곳을 정확히 도려냈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다만 그가 이 칼을 빼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과 사색을 거듭했으리라는 짐작을 해보면서 그의 목적이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는 고통을 위한 칼부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문학이라는 자장 밖의 사람인 그가 꽂은 칼의 상처를 치유할 사람은 정작 칼을 꽂은 사람이 아니라 칼 맞은 자여야 한다는 것. 칼 맞은 자들의 용기 있는 치유를 기대해본다.
강준만의 글은 빠르게 읽힌다. 그는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자신의 논지에 맞게 정리한다. 이런 작업이 끝난 후에 개진되기 때문에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의 부지런함은 본받을 만하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단지 배설의 욕구로서가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당연히 해야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로 여기는 그는 성실하다.
<문학권력>은 강준만과 권성우의 공저로 되어있다. 권성우의 글은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실려 있다. <심미적 비평의 파탄>이라는 제목 하에 -남진우의 반론에 답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심미적 비평은 남진우의 비평을 말하는 것이니 파탄 역시 남진우의 몫이다. 이 글이 나오기까지 그들 사이에 오고간 글들을 찾아 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과 비난과 비판이 혼재하고 있는 글을 보면서 비평가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주먹을 휘두르고 피 터지는 육탄전을 벌리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히려 이런 육탄전 이후에 훨씬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는 건 단지 영화나 소설속의 이야기란 말인가. 주먹에 의한 상처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서로간의 마음의 상처는 남지 않았을 것 같다. 그들 마음의 상처 위에 벚꽃 같은 새살이 돋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