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류헝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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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비채에서 중국 현대소설들을 기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자리매김 해가는 중국에 대한 관심 때문인듯한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현대소설가들로는 위화, 쑤퉁, 류헝 등이 대표적인 모양이다. 몇년 전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류헝의 작품도 만만치 않다.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속에는 모두 세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표제작 외에 단편 <빌어먹을 식량>과, 중편 <푸시푸시>가 그것이다. 특히 <푸시푸시>는 장예모 감독의 <국두>라는 영화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다.사실 원작보다 영화를 먼저 보았었는데 기억이 가물거려 이번에 장예모 특선으로 되어있는 DVD를 구입해서 다시 보았다. 영화는 영화대로 수준작이었고 소설은 소설대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류헝은 1954년생으로 6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문화혁명시기에 6년동안 군인으로 지냈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이 시기의 상황들이 묘사되고 있다. 한끼니를 해결하고나면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가난한 농민, 대지주의 토지를 몰살하여 농민들에게 분배하던 토지개혁, 너도나도 가담했던 대자보, 산아제한을 하려는 여성의 피임교육 등등이 웃음과 눈물로 버무려져 있다.

 류헝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찢어지게 가난한 농민이다.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속 주인공 장따민의 경제상황은 심각하다. 그는 세상에는 암컷과 수컷이 그렇게도 많은데 왜 돈은 암컷과 수컷이 없는가를 생각하다가 "돈도 암컷과 수컷이 있다. 돈이 만일 암컷과 수컷이 없다면 이자는 어디에서 나오는가"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빌어먹을 식량>의 텐콴은 자식의 이름을 큰 콩(大豆), 작은 콩(小豆), 붉은 콩(紅豆), 푸른 콩(綠豆) 등으로 부른다. 이름만 봐서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할 집안이었다. 그러나 텐콴의 아내는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관계를 가질 때 절정을 향해 치달리는 남편을 향해 "내일은 뭘먹죠?"라고 물어 이후 그가 관계를 가질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만든다. 식량배급표를 잃어버린 아내가 너무 상심한 나머지 목숨까지 놓아버리게 되면서 마지막 내뱉는 말이 '빌어먹을 식량'이다.

 <푸시푸시> 역시 돈때문에 팔려온 여자 '국두'가 주인공이다. 원래 '푸시푸시'는 몸은 뱀이고 머리는 사람의 형상을 한 중국 전설상의 제왕 '복희'를 일컫는 말이다. 위의 두 소설이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의 소시민의 생활상을 그렸다면 <푸시푸시>는 거기에 性을 더 보태고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네살 차이가 나는 조카와 숙모의 불륜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과 그 한계를 향해 치밀하게 내달리고 있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국두>는 주인공의 주업을 염색업으로 바꾸어서 영상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슬프고 아름답고 안타까운 모습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어쩌면 추앙받는 전설상의 신이 불륜에 의한 태생일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비판의식이 담겨있다고도 할수 있겠다. 

 중국의 문학은 러시아 문학에서도, 일본 문학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과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중국의 생활상과 우리의 생활상이 크게 유리되지 않은 탓일게다. 건전한 낙천성을 확보하고 신사실주의를 표방하는 작가의 언어능력도 단단한 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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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6-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국현대문학을 전공합니다. 류헝(劉恒)을 비롯해 현역 작가 가운데도 좋은 작품을 써내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중국 소설하면 촌스럽고 재미없다 다들 말하는데 재미있게 보셨다니 이 소설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가 괜히 반갑습니다.
한 여성의 삶을 다룬 <복사꽃 피는 날들>(꺼페이 지음, 창비, 2009)이란 아름다운 소설이 있습니다. 3부작인데 1부만 번역되어 있구요. 저는 읽어보고 한동안 소설에 사로잡혀 지냈습니다. 위화도 그렇고 중국엔 좋은 작가들이 많답니다. 개인적으론 왕멍을 무척 좋아합니다.

반딧불이 2010-06-23 23:43   좋아요 0 | URL
중국문학전공이셨군요. 저는 비평에 마음두고 계신줄 알았어요. 오래되어 탈색된 기억이지만 영화 <국두>의 화면들이 아직도 눈앞에 떠오릅니다. 중국의 문학작품들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지만, 루쉰부터 차근차근 읽어볼 생각이에요.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저도 반갑습니다. 닥나무님.

파고세운닥나무 2010-06-24 09:03   좋아요 0 | URL
대학 때는 비평을 공부했어요. 현재 하는 공부와는 좀 멀어지긴 했지만 비평은 계속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이 루쉰을 전공하셨는데, 대학 때 루쉰 강의에 반해 전공할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국 영화도 보시는가봐요? 지금은 대가로 불리는 장이머우와 쳰카이거의 습작들을 보면 꽤 재미나요. 지금처럼 자본이 흘러넘쳐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지만 담백한 즐거움이 영화에 있습니다.
리뷰 기대할게요~

반딧불이 2010-06-25 01:01   좋아요 0 | URL
이런저런 책을 들여다보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는 문학이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추천해주신 책들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여러가지 조언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