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불륜의 사회학 :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살림지식총서 167
황혜진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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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1950년대 정비석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자유부인>을 시작으로 <애마부인>,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정사>, <해피엔드>, <주노명 베이커리>, <바람난 가족>등의 영화를 대상으로 여성의 성이 사회적 변화와 함께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살피고 있다. 밝은 햇살 속에서의 성 담론이 아닌 가정이라는 틀을 가진 유부녀를 대상으로, 혼외 정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지만 적나라하다.
영화의 제목 앞에 있는 수식어들을 살펴보자.

바람난 사모님의 원조 <자유부인>
자아를 찾는 실패한 여성 <애마부인>
애매한 양다리 걸치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우울한, 그러나 참을 수 없이 유혹적인 <정사>
마녀 사냥, 거세된 남성의 좌절에 대한 처방 <해피엔드>
이혼 연습, 커플 바꿔보기 <주노명 베이커리>
정직한 올가즘은 무죄이자 우리의 희망 <바람난 가족>

불과 5.60년 사이에 성에 대한 여성의 시각은 물리적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화의 일꾼으로 남편을 내몰고 자식과 살림에 올인했던 여성은 점차 주체의 욕망을 향해 꿋꿋하게 행군해 가고 있다. 물론 이 지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자아의 해방과 성적 자유를 동일시 하는 전도된 풍토일 것이다. 또 영화속 주인공들이 가진 경제적 배경을 놓고 볼 때 성을 상품화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일정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확보되어 있을때 불륜도 가능하다는 점 역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섹스가 단순한 성기의 공유가 아니라 소통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점은 그만큼 현대사회에서의 소통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아닐까. 100쪽도 안되는 짧은 글과 크기도 작은 책을 읽으면서 나의 나르시시즘과 사소하지만 물질적 욕망을 만족시켜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황혜진의 글쓰기는 매력있다. 사회현상을 진단하는 칼날은 예리하다.
철학자나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의 인용이 그 인용속에 함몰되지 않고 황혜진의 글을 돋보이게 만든다. 대중영화를 텍스트로 삼아 큰 부담이 없다.

단순한 우스개로 그칠수도 있지만 은폐된 현실을 폭로하는 면이 있는 농담도 적어두기로하자. "유부녀에게 연하의 애인이 있다면 그것은 금메달 감이고 또래의 애인이 있다면 은메달, 연상의 애인으로 만족해야 한다면 동메달이며, 그마저도 없다면 '목메달'(목을 맬 정도로 절망적인!)이라고 한다."그렇다면 연하의 애인도 있고 또래의 애인도 있고 연상의 애인도 있는 유부녀는 뭐라고 불러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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