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의 철학수업 -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법 세계 최고 인재들의 생각법 3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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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라는 타이틀이 먼저 이목을 끈다. 글로벌 리더, 엘리트들은 '철학적 사고'에 단련되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도 하나같이 스펙 위주의 획일화된 인재에서 벗어나 직무이해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상을 원한다고 한다. 물론 스펙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제는 스펙으로 모자라 그 이상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저자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철학적 사고력을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이 단순히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저자 자신이 글로벌 엘리트였던 덕분이다. 세계 3대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유럽경영대학원 '인시아드'에서 MBA를 취득한 후 파리경영대학원 그랑제콜을 최우수로 졸업하였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에서 최연소 임원을 지냈다. 현재는 일본에서 세계 명문대 유학 지원 기관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저자가 처음 유학을 가서 인시아드 MBA 과정 중에 하위권에서 맴돌았으나 그랑제콜 최우수 졸업생으로 일신할 수 있었던 것은 '철학적 사고'를 익히고 활용한 덕분이라고 소회한다. 저자에게 철학적 사고란 구체적으로 '정답이 없는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p.27)이다. 생각건대, 삶의 많은 문제들은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특히 리더가 될수록 정답이 없는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단순히 선진국 모델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선도해 나가야 할 역량이 필요해졌다. 보다 근본적으로 통찰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해결력이 절실한데, 이러한 바탕에는 철학적 사고가 있으며, 교양이란 단순히 지식뿐만이 아니라 철학적 사고가 습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의 단답식 교육을 비판하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프랑스의 교육은 유치원 시절부터 '사랑이란 뭘까?', '자유는 뭐야?'와 같은 정답이 없는 철학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토론과 철학적 논술을 통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훈련한다. 반면에 일본은 윤리시험마저도 윤리적 사고력 함양이 아닌 단답형 위주의 교육을 한다고 한탄한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고, 질문이 활발히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철학적 사고란 정답이 없는 것이고, 정답이 없으니 다양한 의견이 존중된다. 다양한 의견 속에서 나의 사고와 주장이 더욱 다듬어지고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데, 단답식의 획일화된 교육 환경 속에서는 철학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함양할 기회가 부족해진다.

 

물론 1%의 글로벌 인재의 조건이 단순히 철학적 사고만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인재가 되는 '3가지 힘'은 '개인역량 X 언어 능력 X 조직력'을 꼽고 있다. 언어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력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힘이다. 소속 국가, 직장, 학벌, 조직, 인맥 등을 통틀어 조직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관건은 개인의 역량이고, 역량을 함양하는 데는 철학적 사고가 첩경이다.

 

책은 왜 글로벌 리더들이 철학적 사고를 중요시하며,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 왜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가를 역설한다. 학문으로서의 철학보다는 도구로서의 철학적 면모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철학적 사고의 당위성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한편으론 철학적 사고의 단계나 예를 통해서, 철학적 사고란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문사철과 인문학적 교양의 필요성을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체감할 수 있는 점은 십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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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시인의 귀촌 특강 - 누구나 한 번은 꿈꾸는 귀촌에 관한 모든 것
남이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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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나마 귀촌에 동경을 품은 도시인들이 많다. tv에서 향촌 예능이 심심치 않게 방영되고, 심지어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이 종편에서 인기다. 도심의 콘크리트, 소비사회, 각박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삼아 건강한 삶을 누리려는 마음은 한켠에 있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다. 특히 막상 귀촌을 꿈꿔도 정보나 부동산, 생계거리를 마련하자면 낭만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명랑시인의 귀촌특강'은 미술을 전공하고, 디자이너, 사진작가, 시인으로 활동한 저자가 엮은 귀촌 실용서이다. 시골살이의 장점, 낭만, 사진들로 이곳저곳 묻어있는 감성들이 아기자기하지만, 실용서의 본분을 벗어나지 않는 알찬 정보들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직접 체험한 시골 분위기, 주민들의 인심과 정서가 책의 묘미다.

특히 책 도입부의 귀촌 십계명은 저자의 노하우를 압축하여 담았다. '시골로 가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라.' '귀농할 것인지 귀촌할 것인지 명확히 하라.' '도시생활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라.' 등은 저자가 직접 깨달은 귀촌 좌우명으로, 끝까지 읽고 다시금 돌아와 귀촌 십계명을 펼쳐보니 하나하나가 다 뜻깊은 말이었다.

 

각박한 경쟁과 소비사회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귀촌생활을 선택한 작가의 소회를 읽어보면 절로 부럽다. 텃밭가꾸기며 직접 재배한 작물들 사진까지 귀촌 낭만이 담겨 있다. 그러나 도시 부동산과는 확연히 다른 시골 부동산의 운영 체계는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 마치 재래시장처럼 시세에 따라 흥정하는 것은 관례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도심과 달리 계약자가 특약사항을 챙겨야 했다. 또한 매물에 하자는 없는지, 부동산 알박기, 혐오시설 입주계획 등 하나하나 모르면 후회하기 쉽상인 내용들로 가득헀다.

 

무엇보다 시골 생활의 경험담이 실용적이었다. 시골은 공동체 사회로, 도심과 달리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자칫 시골 민심을 모르면 왕따가 되어 귀촌의 로망은커녕 마음의 상처만 안고 귀성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저자는 도시의 삶처럼 시시비비보다 봉사와 양보를 미덕으로 가지길 권한다. 처음 귀촌한 도시인들이 입주비, 마을 회비로 어리둥절하지만, 시골 주민들에겐 그것이 당연한 관례고 절차이기 때문에 도리어 이해를 못한다고 한다. 주민들 간의 시비도 철저하기 따지기보다 양보와 중재를 우선으로 여기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적응기가 지나면 시골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앞서 귀촌 십계명처럼 '도시생활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라.'는 격언이 와 닿는다. 저자처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하면 알수 없는 생활 분위기, 자잘한 귀촌 교훈들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귀촌 Q&A'는 '시골집 구하기', '시골에서 먹고살기', '시골생활 즐기기', '시골사람으로 살아가기' 등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주제와 질문의 따라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해 놓았다. '특강'이란 제목이 무색하지 않다. 귀촌을 직접 계획하는 독자에겐 실용서가 될 것이고, 막연하게 귀촌에 동경을 갖고 있는 독자에겐 실제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저자 남이영씨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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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근심 - 나는 왜 사소한 일도 늘 걱정할까
리쯔쉰 지음,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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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직장, 노후 설계, 가족, 인간관계 등 책임지고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스트레스를 넘어서 만성적인 스트레스, 습관적인 근심 걱정으로 오히려 스트레스와 근심 그 자체가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과잉 근심'은 걱정으로 과열된 마음을 다르리는 지침서이다.


 

저자 리쯔쉰은 중국의 대중적인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로, 각종 방송에서 심리학 자문으로 고정 출연 중이다. 저자의 약력처럼 '과잉 근심'은 마치 방송의 고민 상담이나 조언을 듣는 듯하다. 특히 목차는 '나는 왜 사소한 일에도 걱정할까?'처럼 의문 형식으로 챕터를 구성하지만, 알고 보면 일목요연하다. 스트레스와 근심을 근원적으로 설명하고,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걱정에 대하여 설명한 다음, 일, 사랑, 가족관계 등 다양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의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며, 마지막에는 '걱정 덜어내기'를 통해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법을 소개한다.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멀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p.60) 정신병 또한 이러한 잠재의식에서 발생하는데, 정신질환자들은 죽음을 하나의 탈출구로 여기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는 점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걱정과 불안 또한 마찬가지이다. 안정성에 대한 욕구에서 발생하고,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클수록 걱정과 불안도 배가된다.


 

과거의 상처가 스트레스와 걱정의 원천일 수도 있다. 리쯔쉰은 현대심리학에 근거하여 인간의 성장은 적응과 선택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과거는 미래를 운명짓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과거에서 찾는 것은 일종의 합리화 과정으로, 그것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면 유용하지만 반대라면 이러한 합리화를 부인해야 한다.(p.53~57)


 

리쯔쉰이 주로 활용하는 심리치료 방법은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과 그의 고통 뒤에 숨겨진 자야의 충돌 요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트레스, 불안, 외로움, 열등감, 걱정을 퇴치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극은 생명 활동과 창의적 역량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만약 '무엇이 두렵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당신은 이미 삶의 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일지도 모른다."(p.41)라고 한다. 만성적인 걱정에 시달린다면 이러한 자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잠재의식 속에 있는 생명과 안정성 욕구와 절충하는 것이 건전한 해결책이다.


사랑과 가족관계에 대해서, "배우자는 오직 '자아'가 투영된 객체'에 불과하다"(p. 154)는 점이 독특했다. 때문에 과거의 상처 등을 상대방에게 투영해서 심리적으로 '완수하지 못한 사업'에 매달려서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내 것이고, 상대방의 감정 또한 오롯이 상대방의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순간 순간을 더불어 보내는 배우자와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길 조언한다.


 '과잉 근심' 과 같은 심리 에세이들은 대체로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 챕터를 소주제로 나누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의 내용이 섞여 있다. 하지만 쉽게 읽어나가면서 순간순간 독자가 통찰을 하게 하는 점 이런 책의 묘미가 아닐까. 리쯔쉰은 "어떤 증상이 지속된다면 당사자가 오히려 의식적으로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계속함으로써 그 증상을 지속시키는 경우가 많다."(p.10)고 한다. 스트레스와 걱정이 많다면 이 책을 통해 한번쯤 나의 행동과 습관을 돌아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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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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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무심하다. 그리고 무지하다. 과거는 그만 잊어라. 지나간 일인데 왜 그렇게 집착하냐. 너만 힘드냐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게 산다. 그냥 용서해라. 라는 말을 조언이라며 서슴없이 한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과거의 아픔과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는 아직도 생생하다. 아픔이 남긴, 아픔보다 더 고통스러운 수치심과 함께 남들의 무지한 시선까지 감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정신분석학, 아들러 심리학 관련 서적의 인기는 이렇게 남들에게 털어놓아도 이해받지 못하고 역효과만 돌아오는 마음 속 상처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는 정신의학 전문의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권위자이다. 그의 최신작 "몸은 기억한다"는 트라우마 전반을 다룬 책으로, 육백 여 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과 트라우마와 관련된 뇌의학, 다양한 치료방법 등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상담 사례, 저자의 수기 형식, 힐링서적이나 여타 심리학 대중서적에서 피상적으로 다뤘던 내용들을 뇌 신경과학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내어, 전문서적의 분위기보다는 전문의의 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했다.

저자가 보훈병원에서 베트남 참전군인들을 상담하기 시작한 이례로, 트라우마를 본격적으로 탐구한 이야기는 바로 트라우마 치료의 산 역사였다. ​다양한 임상사례들은 고전적인 정신분석학부터, 약리학, 신경과학, 그리고 현대의 치료법들 -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 뉴로피드백, 인지치료(CBT) 등을 담고 있다. 환자의 심박수, 뇌파, 뇌 측정을 통한 과학적인 검증은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 트라우마 문제를 개인과 사회의 차원에서 동시에 다루고 있는데, 트라우마 환자의 경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지하고 감정을 느끼게 하는"(p.325) 내수용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심지어 사건 당시에 상황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무력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정서적으로 통제감을 느끼기 위해서 비슷한 상황과 감정을 만들거나 자해 등의 부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실제로 내수용감각 영역인 내측 전전두엽 피질과 언어와 관련된 브로카 영역이 상대적으로 비활성화된 것을 알수 있었다. 뇌뿐만 아니라 자율신경계, 소화기관, 호르몬계 등 트라우마는 단순히 정서적인 문제만이 아닌 인체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트라우마 치료란, "트라우마는 유기체인 한 사람 전체, 즉 몸과 마음, 뇌에 모두 영향을" 주고, "이 지속적인 스트레스 유도 과정이 종료되고 유기체 전체가 안전한 상태로 회복되어야"(p.100) 하는 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아동학대를 다룬 장도 흥미롭다. 미국의 통계에서도 구타, 방임, 성적 아동학대의 문제가 광범위한 것으로 나온다. 학대 아동들은 트라우마뿐 아니라 정상적인 애착관계에서 형성되는 자신과 사회적 관계의 조율 능력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가 없었다. 평생의 짐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일제 위안부, 남북 분단 등 우리 사회는 다양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가장 대대적인 발전은 트라우마를 계기로 얻은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남북 전쟁 이후 노예제도가 폐지되었고, 대공황 이후 사회보장제도가 신설되었으며..."(p.564) 과연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아픔들을 계기로 반성과 통찰을 얻었던 것일까. 정치적 당파논리와 이념싸움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트라우마를 재생산한 것은 아닐까. 아프다.


트라우마 치료의 방향과 치료법들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트라우마를 벗어나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고 합리적인 감정과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법, 관계맺기부터 전문적인 인지행동, 약물, 다양한 요법들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치료는 여건상 어려울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문제와 치료의 방향성, 요가 등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은 트라우마 환자에게 크나큰 보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시시때때로 내면의 상처가 불쑥 떠오르고, 자라보고 놀란 마음은 솥뚜껑만 봐도 두려워 삶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막연한 지식으로, 내면의 트라우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지, 무엇보다 남에게 조언한다고 하며 무지로 인해 비수를 꽂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몸은 기억한다"는 분량은 적지 않지만, 두번 세번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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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읽는 밤
장샤오헝 지음, 이성희 옮김 / 리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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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걱정과 근심으로 뜬 눈으로 새벽을 맞기도 하고, 때때로 인간관계 혹은 업무를 되돌아보며 경망스럽게 부화뇌동하지 않았나 후회가 들기도 한다. '철학 읽는 밤'을 보면서 공감을 하고 따끔한 일침을 듣기도 했다. 왜 제목을 '철학'과 '밤'으로 정했는지 짐작이 간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고즈넉한 밤에 선현들의 인생 교훈을 음미해 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철학 읽는 밤'은 북경대학교 교수, 학자들의 철학을 엮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와 같이 세계 유수의 명문대 강의를 엮은 책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 장샤오헝은 '느리게 더 느리게' 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이 책은 강의록은 아니지만 북경대학교의 정신과 인성교육의 정수를 담고자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일견 생소하지만 중국 최고 명문대학교의 명맥을 이어간 선현과 원로 대학자들 -  지셴린, 후스, 루쉰(아큐정전으로 유명한) 등 - 의 인생관과 철학을 다루지만, 인물의 일생과 철학 사조를 설명한 철학개론서 형식이 아니라 명심보감, 채근담처럼 그들의 아포리즘을 주제별로 묶어 설명한 것이라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다루는 철학 또한 형이상학, 학술적인 분야가 아니라 일상과 비근한 주제를 다룬 것이 공감이 되었고, 저자가 고사와 사례 등을 곁들여 풀어서 설명한 덕분에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다루는 명사들 모두 사상, 학문적으로 명망가인지라 읽기에 편했지만 무게감이 있었다.


"완벽한 인생을 살았노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그러니 '불완전한 것이야말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 지셴린 (북경대학교 종신교수, 중국 동방학의 대가이자 작가, 중국의 정신적 스승) p. 18


"고독을 참고 인내하며, 대우주를 묵묵히 담당하라. 마치 대자연이 묵묵히 담당하듯." - 펑즈 p. 68


특히 이 책의 첫 장은 성패와 명리에 집착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불완전한 것이 삶이고, 명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인심이니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고 초연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잘못된 모습 때문에 내 인생의 아름다운 색채를 잃어버릴 필요 없다. 야박한 세상사와 인간의 본성에 너무 집착하지 않길. 인생은 훨씬 더 간단하고 홀가분한 것이니 말이다."(p.52)


가치관을 가지고, 목표를 세워 성공을 향하여 근면하게 노력하되, 성패와 명리에 연연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기를 주문한다. 물론 여기서 성공이란 명리가 목적이 아닌 가치관에 바탕을 둔 자아의 실현이다. 굴원과 도연명이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았다고 하여 실패한 인생이라 단정할 수 없듯이 말이다. 외물과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끊임 없이 정진하는 삶.


"넘어지면 얼른 다시 일어나라. 자신이 넘어진 그 구덩이를 감상하지 마라. - 선충원 p. 296

물론, 책에 있는 교훈들은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삶의 담금질 속에서 고된 일들에 중심을 잃고 흔들린 나날들을 돌이켜보고 노력 대신에 기회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지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공자께서 도는 비근한 곳부터 시작하라 하지 않으셨던가. 조용한 밤 나를 돌아보는 응축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도 저런 재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한탄하는 청년에게, 늙은 어부는 말했다. "연못가에 앉아서 물고기만 탐내느니 집으로 돌아가 그물을 짜는 것이 낫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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