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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근심 - 나는 왜 사소한 일도 늘 걱정할까
리쯔쉰 지음,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걱정 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직장, 노후 설계, 가족, 인간관계 등 책임지고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스트레스를 넘어서 만성적인 스트레스, 습관적인 근심 걱정으로 오히려 스트레스와 근심 그 자체가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과잉 근심'은 걱정으로 과열된 마음을 다르리는 지침서이다.
저자 리쯔쉰은 중국의 대중적인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로, 각종 방송에서 심리학 자문으로 고정 출연 중이다. 저자의 약력처럼 '과잉 근심'은 마치 방송의 고민 상담이나 조언을 듣는 듯하다. 특히 목차는 '나는 왜 사소한 일에도 걱정할까?'처럼 의문 형식으로 챕터를 구성하지만, 알고 보면 일목요연하다. 스트레스와 근심을 근원적으로 설명하고,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걱정에 대하여 설명한 다음, 일, 사랑, 가족관계 등 다양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의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며, 마지막에는 '걱정 덜어내기'를 통해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법을 소개한다.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멀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p.60) 정신병 또한 이러한 잠재의식에서 발생하는데, 정신질환자들은 죽음을 하나의 탈출구로 여기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는 점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걱정과 불안 또한 마찬가지이다. 안정성에 대한 욕구에서 발생하고,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클수록 걱정과 불안도 배가된다.
과거의 상처가 스트레스와 걱정의 원천일 수도 있다. 리쯔쉰은 현대심리학에 근거하여 인간의 성장은 적응과 선택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과거는 미래를 운명짓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과거에서 찾는 것은 일종의 합리화 과정으로, 그것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면 유용하지만 반대라면 이러한 합리화를 부인해야 한다.(p.53~57)
리쯔쉰이 주로 활용하는 심리치료 방법은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과 그의 고통 뒤에 숨겨진 자야의 충돌 요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트레스, 불안, 외로움, 열등감, 걱정을 퇴치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극은 생명 활동과 창의적 역량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만약 '무엇이 두렵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당신은 이미 삶의 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일지도 모른다."(p.41)라고 한다. 만성적인 걱정에 시달린다면 이러한 자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잠재의식 속에 있는 생명과 안정성 욕구와 절충하는 것이 건전한 해결책이다.
사랑과 가족관계에 대해서, "배우자는 오직 '자아'가 투영된 객체'에 불과하다"(p. 154)는 점이 독특했다. 때문에 과거의 상처 등을 상대방에게 투영해서 심리적으로 '완수하지 못한 사업'에 매달려서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내 것이고, 상대방의 감정 또한 오롯이 상대방의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순간 순간을 더불어 보내는 배우자와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길 조언한다.
'과잉 근심' 과 같은 심리 에세이들은 대체로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 챕터를 소주제로 나누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의 내용이 섞여 있다. 하지만 쉽게 읽어나가면서 순간순간 독자가 통찰을 하게 하는 점 이런 책의 묘미가 아닐까. 리쯔쉰은 "어떤 증상이 지속된다면 당사자가 오히려 의식적으로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계속함으로써 그 증상을 지속시키는 경우가 많다."(p.10)고 한다. 스트레스와 걱정이 많다면 이 책을 통해 한번쯤 나의 행동과 습관을 돌아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