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평전 - 선지자에서 인간으로
하메드 압드엘-사마드 지음, 배명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라 불린다. 월드 뉴스를 보면 분쟁과 전쟁이 끊이질 않는다. 이스라엘, 서방과의 대립뿐 아니라, 시아파와 수니파 종파 갈등까지. 게다가 9.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 조직이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이후 활동이 뜸해지자, 이슬람 과격단체 IS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테러가 서방 세계를 위협하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 일부에선 무슬림에 배타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과 해변에서 부르키니(부르카 + 비키니의 합성어로 얼굴을 제외한 전신 수영복) 복장 금지법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학자와 전공자 중에는 이슬람은 비폭력과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라고 변론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러한 분쟁은 정치 경제적 역학 관계가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무슬림의 양면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과연 이슬람은 어떤 종교인가. 시사적 이슈 외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보지는 않았다. 세계적으로 무슬림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다. 반면에 코란은 생소하고, 무함마드에 대해선 무지했다. <무함마드 평전>에 눈길이 갔다.



"선지자에서 인간으로"라는 부제처럼 책은 무함마드를 신격화하지 않는다. 2015년 프랑스 언론사 샤를리 에브도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헌사로 시작한다. 이슬람을 풍자하다가 IS에게 테러를 당했고, 세계적 이슈가 된 사건이다. 이렇듯 <무함마드 평전>은 기존의 무함마드 전기, 코란, 하디스(무함마드 언행록)를 참고하지만, 비판적으로 인간 무함마드와 이슬람을 바라본다. 그의 심리적, 정신적 결함과 여성 편력까지 추적한다.

무함마드는 사생아로 태어나 미천한 출신으로 살다가, 부유한 과부와 결혼 후에 상단을 이끌며 거부가 된다. 마흔 살이 되자 동굴에서 계시를 받는다. 마치 모세가 호렙 산에서 야훼의 음성을 듣고 이집트로 돌아가 선지자의 생애를 산 것처럼. 저자는 코란 기록을 바탕으로 그의 행적을 다룬다. 문제는 초기 메카 시절에는 비폭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통치자로 추앙받고 영토 확장 전쟁을 일으킨 이후 메디나 시절의 메시지가 다르다는 점이다. 평화적인 초기 설교에 집중하느냐, 호전적인 후기 설교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코란 해석이 갈린다. 테러 단체는 후기 설교에 방점을 두고 지하드(성전)를 지향하는 것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어조에 차이가 있다. 평화롭고 포용적인 메카의 구절들은 서정적이고 명상적이며 묵시록적이다. 메디나의 구절들은 서사적이고 서술적이며 훈계하는 어조다."

-"예식, 여성에 대한 규정, 법 체벌에 관한 장들은 모두 메디나에서 계시되었다. 반면, 관용과 평화로운 공존을 설교하는 장들은 모두 메카에서 혹은 메디나 초기에 계시되었다."

- "폭력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장들은 모두 메디나에서 계시되었다. 여기에서도 과격화가 확인된다. 전쟁을 단순히 방어 정책으로 보는 구절들은 메카에서 계시되었고, 모든 불신자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라고 신도들에게 요구하는 구절들은 모두 메디나에서 계시되었다." (p. 257~258)



무함마드 사후 후계자 선정을 두고 분파가 형성된다. 통치자는 반드시 선지자의 혈통에서 나와야 한다는 시아파, 무슬림의 합의와 기타 방법으로 임명 가능하다는 수니파로 나뉜다. 그후 우마미야 왕조 5대 칼리파(무슬림 통치자) 압드 알 말리크 이븐 마르완 시기에 메카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고, 본격적으로 무함마드 신격화가 이루어진다. 정권 안정의 정치 계산이 고려된 결과였다.



<무함마드 평전>은 무슬림의 성인 무함마드를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루었다. 무함마드와 관련된 무슬림 역사를 통해서 시아파와 수니파가 분리된 계기, 근본주의자, 알 카에다, IS가 어떻게 종교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무함마드가 남긴 메디나 시절 코란 구절을 따르며 서방세계와 지하드(성전)를 벌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론, 무슬림 테러 단체들은 종교 이면에 정치 경제적 역학 관계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뉴스에 나오는 시사적 접근만 접하다 보니, 정작 이슬람에 무지했다. 이번에 <무함마드 평전>을 읽고 선지자 무함마드, 이슬람, 평화적인 무슬림과 근본주의 테러 집단이라는 양면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슬림에 관한 세계적 이슈와 시사 이해도를 높여줄 것이다. 다만, 책은 무슬림 테러가 일어나는 원인에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인간 무함마드에 접근한다. 지나치게 단점과 결함 위주로 편향되게 서술했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반면, 이슬람 전문가인 저자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에서 비평가가 된 자전적 이야기를 썼을 만큼, 무슬림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였다. "선지자에서 인간으로'라는 부제를 단 <무함마드 평전>은 원제가 <무함마드 : 결산>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 무함마드에 대한 저자의 사상적 결산이다. 책을 읽어보면 이러한 비판 정신이 단순히 무슬림에 대한 얕은 편견에서 나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돼지 2016-09-22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붉은돼지입니다. ^^
저도 저 책을 읽었는데요, 저는 다소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카렌 암스트롱의 <마호메트 평전>도 한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절판이군요..알라딘 중고는 너무 비싸고...ㅜㅜ

캐모마일 2016-09-22 20:53   좋아요 0 | URL
무함마드에 대한 비판서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저도 다른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추천 감사드립니다. 아쉽게도 구하기가 어려운가 보네요...ㅜㅜ
 
봉신연의 세트 - 전7권
허중림 지음, 홍상훈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봉신연의(封神演義)>는 익숙한 중국 고전 소설이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다양한 매체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완역본이 없는 실정이었다. 유명한 중국 고전 소설임에도 편역이나 간추린 줄거리로 접해야 하고, 원전을 읽을 길이 없으니 안타까웠다. 이번에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중국 소설, 신화, 고전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봉신연의>란 중국 상고사에서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를 정벌하여 새로운 대륙 왕조가 된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강상(여상, 태공망, 강태공으로 유명하다)이 문왕이 되는 서백후 희창에게 등용되어, 승상으로서 주 무왕 희발을 도와 역성혁명을 이루는 이야기가 골자다.



그렇다면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연의(演義)는 <삼국지연의>처럼 역사를 기반으로 한 중국 소설의 한 장르를 일컫는다. 봉신(封神)은 강상이 도교 최고신 중 하나인 원시천존의 명을 받들어, 주나라 혁명을 이루고 봉신(封神), 즉 신의 작위를 임명하는 의식을 치른다는 의미다. <봉신연의>는 <서유기> 등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신마소설로 꼽힌다. 여러 신선과 도인, 영웅이 주나라 혹은 상나라에 가담하여 기담을 펼쳐나가고, 왕조 교체뿐 아니라 선계(仙界) 질서가 재정립되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상나라는 성탕이 세운 왕조인데, 폭군 주왕에 이르러 천명이 다해간다. 왕은 여색을 탐하고, 제후 소호의 딸 달기를 총애한다. 그러나 달기는 이미 죽고 천 년 묵은 여우 요괴가 몸을 차지한 후였으니, 주왕을 부추겨 국정을 농단하고 간언하는 충신을 포락형과 체분이라는 끔찍한 형벌로 죽여나간다. 주왕의 숙부이자 충신 비간이 심장을 도려내는 형벌을 받고, 문왕이 유리에 7년간 감금되어 <주역>을 풀이한 유명한 고사가 나온다.

한편, 선계에선 도교의 창시자인 홍균도조는 세 제자를 거느렸는데, 태상노군은 인도교(人道敎), 원시천존은 천교, 통천교주는 절교를 창시한다. 원시천존은 변혁의 천명을 읽는다. 제자 강상을 통해 인간계와 천계를 바로잡는 작업, 즉 봉신 계획을 실행한다. 그러나 절교 무리는 천교에 대항하여 국운이 쇠한 상나라를 돕는다. 상나라와 주나라의 전쟁을 넘어 천계 대립까지 방대한 서사를 그려나간다.



소설은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상고사를 배경으로 하여 역사를 다루고, 중국 신화 전설을 두루 포함한다. 도교의 여러 신과 신선, <서유기>에 나오는 탁탑천왕 이정, 나타 등 도교, 불교, 민간신앙에서 유명한 신들이 대거 출연한다. 중국 신화 전설, <주역>, <노자>, <장자> 동양 철학 고전, <서유기>를 비롯한 각종 연의를 즐겼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무협지의 시초라고 꼽힐 만큼 무예와 음양오행, 도교의 신선술이 대거 등장한다. <봉신연의>가 국내 최초 완역본이 나오는 때를 맞춰서, 이연걸, 판밍밍 주연의 <봉신연의 : 영웅의 귀환>이 개봉한다. 이러한 볼거리를 잘 살려주길 바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홀릭 2016-09-2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대되네요
애니 먼저 보고 빠져서 읽긴 했는데 오래돼서 기억이...
완역본으루다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캐모마일 2016-09-21 23:38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완역본 찾다가 그만뒀는데,
이제야 세트로 볼수 있게 돼서 좋았습니다.
4권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갈수록 내용이 방대해지네요.^^
 
청담순호선사 평전
방남수.임병화 지음 / 화남출판사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담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대 종정(宗正)을 역임한 분으로, 본명 이찬호, 법명이 순호(淳浩), 법호가 청담(靑潭), 우리나라 선맥(禪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인 만공(滿空) 선사에게 견성(깨달음) 인가를 받고, 도호 올연(兀然)을 받았다. 청담 스님은 1971년 세수 70세, 법랍 45세로 입적했는데, 불자라면 스님이 우리나라 현대 불교사에 남긴 족적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요즘 혜민, 법륜 스님 불교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나를 돌아보고 현실을 헤쳐나갈 지혜를 얻는다. 한 걸음 나아가 <청담순호선사 평전>을 접해보면 어떨까. 삶 자체가 수행이자 한 편의 현대 불교사이다. 특히 스님이 애썼던 불교 정화 운동과 마음선(禪) 사상은 현대인들에게 본보기가 되겠다.



청담 스님은 이른바 인욕(忍辱) 제일로 불렸다. 수행에 철저하였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도 홀로 호롱불을 켜고 정진한 것은 물론이고, 오후 이후에는 공양을 먹지 않거나, 첫 번째 뇌졸중 증세가 왔을 당시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도 빠짐없이 백팔 배 정진과 선식으로 회복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러한 정신은 교계 정화로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이후 불교계에 왜색이 짙어져서 대처승과 주육(酒肉)식을 가리지 않는 문화가 대중화됐는데,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고자 정화 운동을 주도하였다. 나중에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성철 스님과 봉암사 결사를 맺고, 비구니 수행 정진과 철저한 계율 준수를 재현한 수행공동체를 결성하였다. 고려 시대 지눌 스님이 정혜 결사를 조직하였듯, 혼탁한 불교계에 경종을 울리는 유명한 사건이었다. 정화(淨化) 불사는 계속되었고, 대처승 조직과 대립도 마다치 않았다. 비구니 중심의 본래 계율과 정법을 지키고자 하는 운동으로 결국 대한불교조계종이 성립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청담 스님이 인욕과 교계 정화에 힘쓴 밑바탕에는 참회 사상과 마음선(禪) 사상이 있었다. "회의 참(懺)은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이며, 회(悔)란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p.83) 스님은 "인간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 가장 으뜸가늠 장엄이다.'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사무치게 되새기며 살아갈 때 처음으로 자기가 하는 일의 참뜻을 깨닫는 보람 있는 삶이 될 것이다."(p. 88) 라고 말씀하셨다. 스님이 기거했던 도선사가 참회도량이 되고, 거기에 호국참회원이 건립된 배경에는 이러한 참회 사상이 있었다.



또한, 스님은 특히 마음을 강조하였다. 현대인이 물질 만능 주의, 경쟁 스트레스 같은 각종 번뇌에 빠져 있는 상황을 직시하고, 해결책으로 오직 마음이라는 유심(唯心) 사상과 심즉시불(心卽是佛)을 강조하였다. 참회와 정진으로 본래 청정한 마음을 깨달아 참나를 찾아가기를 바랐다. 마음 사상은 선종(禪宗)의 초대 조사 보리 달마 선사부터 우리나라 만공, 만해 스님으로 이어지는 선맥(禪脈)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깨달음을 위하여 간화선(看話禪 - 화두를 참구하여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참선법)을 중요시하였다. 만공 선사에게 받은 무(無) 화두 - 조주록에 나오는 일화로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 개에게 불성이 없다) 라는 화두) - 를 열심히 간구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청담 스님은 교계 정화와 함께 불교의 현대화에 이바지하였다. 3대 목표인 포교, 역경, 도제양성을 강조하였고,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를 창간하였다. 초대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하여 교단의 중책을 맡아 다양한 사회 활동과 강연을 입적하기 전까지 수행하였다. 호국 불교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사회 복지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이나 중생 교화에 힘쓰다가, 결국 과로로 인한 뇌졸중이 원인이 되어 입적하기에 이른다.



청담 스님이 지나온 족적은 불교 본래의 계율과 정신에 입각한 인욕 수행의 길이자, 그것을 바탕으로 한 현대 한국 불교계 정화 운동의 산실이었다. <청담순호선사 평전>은 스님의 일생과 사회 운동, 중반 이후부터는 마음 사상과 선(禪) 사상을 깊이 깊게 다루고 있다. 하나하나 허투루 다룰 수 없는 탓에 책이 두껍다.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우리나라 불교계 역사, 선맥(禪脈)과 교리, 무엇보다 불교계의 거목이었던 청담 스님의 수행 정신과 사상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회와 마음 사상은 불자를 넘어 현대인에게 많은 귀감으로 다가온다. 세파에 휘둘리며 스트레스와 번뇌에 신음하고 있다. 청담 스님의 말씀과 일생을 통해 참나를 떠올리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존감 수업 -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으로 재미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능력이 결국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능력에서 시작된다니 말이다. 나를 아는 만큼 사랑 능력도 커진다."(p. 35)



많은 사람이 자존감 부족으로 고생한다. 심리학 책, 자기계발서를 몇 권씩 읽고 순간순간 감동한다. 내 이야기구나 공감한다. 스스로 마음이 좁아지고 위축되는 원인을 깨닫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껏 살아온 관성을 고치기 어렵다. 좌절과 노력을 반복하며 고민하기 일쑤다.



하지만 심리학 책마다 내용이 제각각이고, 지식이 늘어나는 만큼 원망도 늘어난다. 부적절한 부모에 대한 원망, 자존감을 쪼그라들게 만든 트라우마에 천착한다. 헬스 트레이닝 지식만으로 다이어트가 되지 않는다. 실천 없는 이론과 순간의 감동은 쉽게 잊혀지고 요요현상처럼 자존감이 부족한 나로 돌아간다. (Part 3. 5절 심리학 책을 아무리 읽어도 자존감이 그대로인 이유)



자존감의 기본적 정의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이다.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만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이기도 하다. 이는 자기효능감, 자기조절감, 자기안정감의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 (p. 16~17) 자존감은 단순히 자신감 문제가 아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자각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 능력을 높여주며, 인간관계의 양상을 좌우한다. 열등감과 무기력감, 부정적 감정을 동반한다. 자존감은 삶 전반의 문제인 것이다.



<자존감 수업>은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 박사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다. 지금은 의학박사라는 선망의 직업을 갖고 있지만, 재수학원 입시에 낙방하고 의대 유급을 당했던 소심한 청춘이었다. 그래서 정신건강 전문의 과정을 선택하고 자존감 문제에 천착하였을 것이다. 책은 자존감의 근본적인 정의와 오해와 편견을 풀어나가며 시작한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의 연애 패턴, 인간관계, 특히 자존감 회복을 방해하는 부정적 감정과 구체적인 해결책은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다. 버려야 할 습관들과 극복할 것들, 실천법으로 내용을 심화한다.



나를 돌아보고 내적수용성을 높이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책에 적어보고, 트라우마 없는 삶을 가정해보며, '~ 하지 않겠다.' 보다 '~을 하겠다','~이 되겠다'라는 긍정형 목표 세우기는 직접 적어보길 바란다. 실제 사건과 생각, 행동을 감정과 구분하는 습관을 익힌다면 감정 조절이 한결 쉬워지겠다. 악영향을 끼치는 부정형 의존을 벗어나 스스로 결정력을 기르고 자립과 세련된 의존을 익히는 법은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걷기, 나를 사랑하는 표정 짓기, 혼잣말하기는 뇌를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손쉬운 노하우다.



<자존감 수업>은 마치 백과사전처럼 자존감을 파헤치고 구체적인 실천법을 매 챕터마다 넣어놓았다. 그러나 직접 적어 보고 고민해보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후딱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데, 마치 수행 평가 같아서 귀찮을 때가 있다. 책에 나온 감정 조절 노하우와 긍정형 목표를 세워서 인내해 보면 유용하겠다. 그리고 혼자 우울하고 부정적 감정이 몰려오면 걷기, 나를 사랑하는 표정 짓기, 혼잣말하기를 떠올리고 실천하면 어떨까. "어떤 순간에도 잊지 말자. 당신은 밀림의 왕이다. 세상의 중심이다. 당신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p.30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16-09-1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캐모마일 2016-09-21 20: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공자의 인생 강의 - 논어, 인간의 길을 묻다
신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논어>는 공자의 어록을 제자들이 집대성한 대표적인 동양 고전이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로 시작하는 구절은 익히 들었고, 한문이나 동양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인상 깊은 문구 몇 개쯤은 외우고 있다. 반면, 산문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주제를 분류하지 않은 탓에, 해제나 풀이를 읽지 않으면 책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거나 핵심 사상을 관통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좋은 해설이 필요한 이유다.


<공자의 인생강의>는 신정근 교수의 EBS <인문학 특강> 논어 강의를 엮었다. 다사다난한 21세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논어의 핵심 키워드로 풀었다. 혼란스러운 약육강식의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인간의 도리와 바른 치세에 힘썼던 공자의 생애를 되짚어보며 온고이지신(溫故以知新)하는 시간이었다.


책은 먼저 배울 학(學)에 집중한다. <논어> 첫머리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으로 시작하는데, 다른 덕목보다 앞세우는 까닭을 짚어본다. 인간은 신이 아닌지라 나의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선 배움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사랑을 앞세우면서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이때의 단점은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다. - <양화> " (p.30) 처럼, 배움이 없는 신념은 맹목적이고 책임윤리가 없다. 공자 생전에 여러모로 겸양의 자세를 취했지만 호학(好學)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던 것은, 백가쟁명과 패권이 난립하는 난세 속에서 끊잆 없는 좌절을 맞보면서도 이상향을 위해 노력했던 본인의 일생과 맞닿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현문> 편에 나오는 문지기는 공자를 이렇게 평한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엇이든 해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p.196) 공자의 후학들이 배울 학(學)을 앞세운 까닭은 이러한 공자의 인간적인 노정과 난세 속에서 바른 정치와 위민을 꿈꿨던 이상을 집약한 글자였기 때문이겠다. 배움이란 글자 속에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절절히 드러나 있는 것이다.


학(學) 이외에도, 정(政), 서(恕), 군자(君子), 예(禮), 신(信), 인(人)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어)를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이들과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仁)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경공이 정치에 관하여 묻자 공자는 정명(正名)사상을 설파했다. 이름에 걸맞게 맡은바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인데, 저자는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든다. 위난이 닥칠수록 본분을 망각한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그것이 참사로 이어진다. 그리고 각종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 풍토 속에서 되새겨볼 만한 관용의 정신인 서(恕)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수신하고 타인에게 덕을 베푸는 군자(君子)의 길, 신뢰(信)를 바탕으로 한 예(禮), 그것들이 모여서 인간(人)의 길과 어짊(仁)을 이루어나간다.


<공자의 인생강의>는 <논어>의 핵심 사상을 축약하여 쉽게 고전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되짚어보고, 우리나라의 현재를 성찰하고 반성해 본다. 고전의 저력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후에 원전을 읽는다면 <논어>의 구절 절에 담긴 공자의 생애와 사상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