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나 마음혁명 - 수천만 세계인의 인생을 바꾼 "세도나 메서드"로 가는 길
레스터 레븐슨.헤일 도스킨 지음, 아눌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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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나(Sedona)는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관광도시이자 영성이 충만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구의 자기(磁氣)와 지기(地氣)가 세게 흘러서 영적 수행과 깨달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계룡산이 세도나처럼 지기가 강하여 일명 도사들이 수행처로 삼는다. 서점에서 종교나 영적 자기계발 코너에서 '세도나'를 심심찮게 본다. '세도나 메서드' 관련서도 눈에 띈다.



<세도나 마음혁명>은 세도나 메서드를 창시한 레스터 레븐슨이 쓴 7주간의 마음 수행 다이어리다. 저자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물리학자였지만, 지병으로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세속적 성공은 이뤘으나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다. 죽음을 앞두고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했고, 명상과 내면 탐구 수행에 집중했다. 그 결과가 '세도나 메서드(Sedona method)'다. 그는 결국 살아서 영적 성장과 명상법을 설파하고 있다.



핵심은 '릴리싱 테크닉'이다. 구체적으로 '포괄적 흘려버리기(Holistic Releasing)'를 다룬다. 현재 이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수용하는 마음 연습, 그 과정에서 겪는 성스러운 느낌들을 파고드는 수행법이다. 자아(ego)와 삶의 관성, 껍데기를 놓아버리고 진자아를 찾아간다. 참행복은 흘려버리는 과정에서 진자아를 발견할 때 느낀다.



책은 7주 간의 세도나 메서드 수행법을 다루고, 한 주간의 노력과 결과를 하루하루 적어나가도록 구성했다.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저자가 문답 형식으로 궁금증에 답하거나, 마치 잠언처럼 영적 아포리즘을 담아놓았다. '마음의 문장'을 기록하고 숙고하기를 추천한다.



'흘려보내기' 속에서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찾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생각하며, 행복과 사랑, 깨달음을 느끼며 베푸는 과정이다. 무한한 존재성, 단일성에 대한 개념은 불교의 공(空)사상을 연상케 한다. 진리는 이미 구족(具足)돼 있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에고와 스트레스를 흘려버리고 참자아 발견하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특정 종교적 시각에서 읽는다면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리스도 의식 개념은 영지주의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라기보다 뉴에이지, 영적 자기계발에 가깝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처럼. 진자아, 단일성, 그리스도 의식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하나의 개념이자 수단이다. 저자도 <금강경>에 나오는 '뗏목의 비유"같이 '이 책에 나오는 그 어떤 것도 믿지 말라'고 한다. 참자아와 사랑, 행복과 베풂의 깨달음으로 읽어나갔다. 특히 셋째 주, "정신적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나오는 구절이 인상 깊다. 개인적인 '마음의 문장'들이다.



"첫 번째 스승은 비참함이다. 우리로 하여금 탈출구를 찾게 하는 첫 번째 원인 제공자인 그것이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열쇠다. 당신이 일단 그것을 가지만 그것이 길로 데려다줄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지속적이고 강한 노력으로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아주 빨리 얻을 것이다."

"당신이 그것에 대한 답을 얻을 때, 당신은 당신의 몸과 마음을 조절할 수 있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열쇠다. 당신이 일단 그것을 가지만 그것이 길로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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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여는 마스터키, 최면 - 메즈머리즘에서 울트라 뎁스Ⓡ까지
문동규 지음 / 렛츠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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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이란 사람들의 현재의식의 비판력(critical faculty or factor)우회(bypass)하여 선택된 사고(selective thinking) 확보하도록 한 마음의 상태(state of mind)이다" (p.70)



최면은 신비롭다. TV 프로그램에서 본 최면은 다양하다. '레드 썬!' 하면 눈이 감기고, 마늘을 아몬드 초콜릿이라며 씹어먹는 장면을 보며 관객은 폭소한다. 범죄 피해자나 목격자의 무의식 속에 있는 단서로 범죄자를 찾는다. 나아가 인간의 미스테리한 무의식을 탐구하는 미지의 영역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예능의 웃음 소재, 범죄 프로그램의 해결 실마리, 토요 미스테리 극장의 초자연 현상. 최면을 접하는 단면이다. 최면을 진지하게 보여주기보다 단편적으로 각색하다 보니 신비로운 단상만 남았다. 과연 최면이란 무엇인가.



<의식을 여는 마스터키, 최면>은 다양한 기관에서 인증받은 마스터 최면 트레이너 문동규 교수가 저술한 종합적인 최면 개설서다. 최면에 관심은 있었지만 권위 있고 종합적인 입문서를 찾지 못했거나, 한 번쯤 최면이 진정 무엇인지 웃음기 뺀 본질을 알고 싶다면 반가운 책이다. 사실 본인은 후자다. 권위 있는 트레이너가 설명하는 최면을 읽어보고 싶었다. 실용서가 아닌지라 최면 스크립트(최면 유도문이나 암시문을 적어놓은 글)이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싣지는 않았다. 정의와 학문적 역사, 현재도 발전 중인 최면학계를 개괄하고 있다. 오해를 바로잡고 실제 최면을 알 수 있다.



최면의 학술적 정의는 "사람들의 현재의식의 비판력(critical faculty or factor)우회(bypass)하여 선택된 사고(selective thinking)룰 확보하도록 한 마음의 상태(state of mind)이다" (p.70) 샤면이나 종교적 기법이 아닌 근대 이후 최면은 메즈머리즘으로부터 시작한다. 안톤 메즈머는 오스트리아 의사로 자석으로 지혈하던 중, 단순히 막대기를 댔는데도 환자의 상처에서 피가 멈추는 효과를 발견한다. 당시 의료계에서 지혈은 중요한 과제였고, 자석으로 피를 멈추게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의학적 과정이 세렌티피티, 즉 뜻밖의 발견을 일으켰다. 그러나 메즈머는 사기꾼이란 오명을 써야 했다. 그후 연구가 진행됐지만 프로이트 이후 심리치료는 최면보다 정신분석이론을 우선한다. 20세기 이후 밀턴 에릭슨, 찰스 티벳 등에 의해 다시금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현재는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내면의 성향이나 특정 부분을 객체화시켜 내담자를 치료하는 파츠 테라피, 기존 최면의 섬냄뷸리즘(깊이 있는 최면상태)를 넘어선 울트라 뎁스 프로세스가 주목받고 있다. 직접적인 최면 치료가 아니라도 EFT(감정 자유 기법), NLP(신경 언어 프로그래밍) 같은 현대 심리 치료 기법은 무의식을 다루는 최면 기법 요소와 맞닿아 있다. (책 내용을 광범위하게 인용)



<의식을 여는 마스터키, 최면>은 인덕션(Induction), 트랜스(trance), 섬냄뷸리즘(깊이 있는 최면 상태), 라포(Rapport, 상담사와 내담자와의 신뢰관계), 컨빈서(Convincer, 내담자가 최면 상태임을 납득시키는 행위), 르크론-보르도 채점 체계(최면의 깊이 상태에 따른 증상들과 현상을 테스트화한 단계), 현실에서 느끼는 최면 형태인 앵커와 트리거 등 최면의 개념들과 단계를 설명한다. 일반 대중에게 최면에 쉽게 접근하도록 쓰였지만, 학술적으로 최면을 소개한다. 최면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해소된다. 현재 최면이 어떻게 연구되고 있으며 발전 방향을 알고 싶다면 추천이다. 만약 신비주의적인 접근법이나 당장 지인에게 써먹을 유도법을 활용하고 싶은 독자라면 포인트가 맞지 않겠다. 카우치에 눕혀 마늘을 아몬드 초콜릿이라고 씹어먹게 하는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최면을 알고 싶다면, <의식을 여는 마스터키, 최면>이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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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 - 이상한 생각과 거짓 주장과 엉터리 믿음에 맞서기 위한 생각 길라잡이 교양 더하기 1
가이 해리슨 지음, 이충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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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주장은 특별하게 증명된다." - 칼 세이건 (책 중에서)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도 즐긴다. 뱀파이어, 유령처럼 여러 괴물 분장을 한 코스 플레이어들이 번화가를 지나다닌다. 물론 재밋거리지만 진지하게 믿는 부류도 많다. 오컬트, 외계인, 초능력자, 종말론 영화는 끊임없이 제작된다. 미드도 빼놓을 수 없다. 미스테리한 소재가 계속 소비되는 이면에는 초현실 현상에 대한 관심이 밑바탕에 깔렸다. 지미 카멜쇼에서 사회자가 버락 오바마에게 외계인의 존재를 물어보고, 오바마가 재치있게 답변해서 이슈가 되었다. 제임스 랜디는 초능력을 입증하면 100만 달러를 준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수상자는 없었다. 초능력자를 자처했던 유리겔라는 굴욕을 맛봤다.


미국, 소련 등에서 공개된 기밀 파일에는 이러한 초현상을 연구하고, 국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례가 기록돼 있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사이비 비선 실세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사이비 종교 관련인들이 현 대통령의 뒤에서 천문학적인 이권 사업을 벌이고 국정 농단 혐의를 받는다. 시국선언과 집회가 잇따르고,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10% 미만대로 떨어졌다. 합리적 사고와 논리가 아닌 사이비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농간을 부렸다는 의혹. 외신들이 일면에 다룰 정도다.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은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회의론자가 되라고 한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똑똑한 사람도 미신의 노예가 되고, 사이비 종교와 사기 피해자가 된다. 아이작 뉴턴은 만류인력의 법칙과 미적분을 창시했다. 반면에 기독교의 우주 종말론에 쉼취하였고 멸망의 날을 계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유명 저널리스트인 저자 가이 해리슨은 말한다. 종말론에 대한 관심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대한 과학자 뉴턴이 그 시간에 다른 연구를 했다면, 인류는 더 훌륭한 과학 업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점성술 대신 천문학책을 읽고, 초능력 대신 발전된 뇌과학에 흥미를 가지길 권한다.



기이하고 놀라운 미스테리는 사람을 현혹한다.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은 회의론자가 되는 필요성에서부터, 심리적 편향과 뇌과학에 대한 지식, 다양한 초자연 현상에 대한 이성적 반론을 다루고 있다. 심령술, 외계인과 관련된 UFO, 로스웰, 51구역을 비롯하여 여러 음모론의 허점을 파고든다. 정말 유령이 있고, 외계인의 존재가 밝혀지며, 역사적 음모론이 사실로 드러날 때가 올지 모른다. 다만 입증되지 않은 근거와 '아니면 말고'에 낚이지 말고 합리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 칼 세이건의 명언처럼. "특별한 주장은 특별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의심과 근거를 찾는 회의론자를 까다롭고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막스 베버는 근대 이후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와 지식에서 도피하기 위해 종교로 도피하는 신자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종교와 신자 비판이 아니다. 근대 이후 복잡성이 증대되면서 그에 대한 도피처를 찾는 인간 심리를 꼬집은 것이다. 회의론자를 회의하는 이면에는, 의심과 합리성에서 도피하려는 반면 심리가 밑바탕에 있지는 않은지.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을 읽으면서 한편 겸손해졌다. 자신도 모르는 머릿속 미신과 심리적 편향이 얼마나 많을지. 과연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지 되새겨 보았다. 대한민국 국정도 사이비 종교, 비선 실세가 아닌 합리적 사고와 논리가 기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이 필요하다.

특별한 주장은 특별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 칼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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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1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독서로 히틀러와 UFO 덕질(?) 중입니다. 그냥 재미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허무맹랑한 내용들이 많았어요. UFO 신봉자들은 우주의 기운을 믿던데, 그 사람이 생각나더군요. ㅎㅎㅎ

캐모마일 2016-11-01 21:10   좋아요 0 | URL
오...사실 제 주변에 히틀러, ufo, 오컬트 덕후들은 똑똑하던데....그분은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마르케스 찾기 2016-11-08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프라이즈˝는 히틀러와 ufo가 없었음 페지되었을 거라고ㅋㅋㅋ
쓰신 리뷰들,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

캐모마일 2016-11-08 17:35   좋아요 0 | URL
당골소재ㅋㅋㅋ 감사합니다.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
아라 노렌자얀 지음, 홍지수 옮김, 오강남 해제 / 김영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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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대부분의 세월을 가까운 혈연관계인 구성원들끼리 비교적 소규모 집단을 형성해 채집과 수렵 활동을 하며 서로 직접 대면하면서 관계를 유지했고, 이따금 낯선 이들과 제한적으로 교류를 했다." 대규모 공동체 생활, 낯선 타인과 협력과 거래를 시작한 시기는 불과 만이천 년 전으로, 농업 혁명이 시작된 시기다. (P.14) 그와 더불어 이른바 '거대한 신들'(big gods)에 대한 숭배가 퍼졌다.



거대한 신들은 '초자연적 감시자'다. 자연 세계를 지배하고, 인간의 도덕성에 관심을 가지며, 상과 벌을 내리는 존재다.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믿음이 확산된 원인은 무엇일까. 거대한 신은 인류의 성장에 어떠한 기여를 하였는가. 신앙의 토대는 무엇이고, 친사회적 성향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가 다루는 질문들이다.



저자 아라 노렌자얀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종교와 관련된 심리, 문화, 인류학적 연구로 CNN, BBC 등 유수의 언론에 연구 성과가 소개되었다. 저자의 주장은 여덟 가지로 요약된다.



1.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간다.

2. 종교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3. 지옥은 천국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4. 신을 믿는 사람들을 믿는다.

5. 신앙심은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된다.

6. 숭배받지 못하는 신은 무력한 신이다.

7. 거대한 집단에는 거대한 신이 필요하다.

8. 종교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한다.



언뜻 당연하고 식상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위의 주장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어떻게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대규모 집단생활에는 익명성이 따른다.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다른 집단과 교역하기 위해선 중요한 거래비용이 있다. 바로 상호 신뢰다. 남을 믿을 수 있어야 생활할 수 있다. 신뢰는 중요한 무형의 사회적 자본으로, 경제적 거래 형성에도 필수 기반이 된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탐색 등을 위해 막대한 거래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사회 체제가 고도화되지 못한 만이천 년 전 농업 혁명 당시에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바로 거대한 신들이다.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신앙으로 상대방의 도덕성을 담보했다. 사회 규모가 커질수록 신은 거대하고 전지전능해졌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도덕적 상벌을 내린다. 물론 소규모 채집 생활에도 신앙은 있었다. 자연 친화적이고 인간 생활에 덜 간섭했다. 무엇보다 권능을 부리는 범위도 한정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거대화될수록 신도 거대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 터키 동남부 괴베클리 테베는 돌 하나의 무게가 7에서 10톤에 이르는 장대한 종교 건축물이다. 그러나 신전 주변과 건축 당시에 농경 사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수렵 채집인들은 왜 웅장한 신전을 세웠을까. 나아가 농업 혁명과 대규모 공동체 집단의 필요에 의해서 거대한 신들을 믿게 되었을까. 아니면 거대한 신들에 대한 믿음이 대규모 사회를 형성하게 하였을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다.



거대한 신은 인간의 도덕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친사회적 종교'다. 현재도 다양한 심리 연구 결과, 종교 관련 상징을 제시할 경우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규칙을 준수하고 공정한 거래를 한다. 기독교 신자와 무신론자는 일상적으로 행동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기독교 신자는 종교적 상징물을 보거나 주일에 더욱 도덕적이고 관대해졌다.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가고, 종교의 효과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세속적이면서도 종교적 영향력이 강하다. 무신론자 거부감이 절반을 넘는데, 이는 이슬람보다 높은 수치다. 이유는 두려움이 아니라 불신이었다. 무신론자는 믿을 수 없어서 거부당했다. 순교, 엄격한 금기 준수, 심지어 힌두교의 카바디 등의 종교적 자학행위는 일종의 고비용 신호전달로 추종자들에게 믿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신앙은 인류의 대규모 집단화와 함께했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들은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신뢰가 높다. 이유는 고도화된 사회 체제와 제도 덕분이다. 제도와 법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공평한 사회일수록 비종교적이고 무신론자에게 관대하다. 구성원들이 신앙으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필요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대부분이 믿는 종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사회적 제도와 법체계가 고도화될수록 친사회적 종교에 대한 의존이 감소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일만여 개의 종교가 있고, 하루에도 두세 개의 신흥 종교가 발생한다는 추산이 집계된다. 저자는 세속화된 사회 속에서도 미래에 종교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로 높은 출산률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 3세계 독재 국가들의 사회적 신뢰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전히 종교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인간의 직관적 사고 방식에는 친종교적 성향이 내재해 있다.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는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종교를 설명한다. 어떻게 거대한 신들에 대한 신앙이 발전하였고, 초자연적 감시자가 사회적 신뢰 관계를 증진시켰던 사례와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종교가 친사회성을 띄고 세계적으로 전파된 이유다. 반면에, 인류가 대규모 공동체집단으로 발전하면서 전쟁과 종교적 분쟁 또한 거대해졌다. "종교집단들은 다른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 집단 내에서 서로 협력"하는 행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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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듯 가볍게 - 상처를 이해하고 자기를 끌어안게 하는 심리여행
김도인 지음 / 웨일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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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준말로, 다방면에 걸친 상식을 알차고 재밌게 풀기로 유명하다. 진행자 채사장의 저서 <지대넓얕>, <시민의 교양>은 베스트셀러다. 이번에 홍일점 김도인 씨 신간이 나왔다. <숨쉬듯 가볍게>. 팟캐스트에서 동양철학과 심리학을 접목하여 청자에게 힐링을 선사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숨쉬듯 가볍게>는 심리학과 동양철학에 기반을 둔 힐링법을 설명한다. 35살 일반인 남성 시우(時雨)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0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신적 방황과 고통을 겪는 시우. 어느 날 Light라는 발신인에게 메일이 온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으시겠습니까?" 시우는 Yes를 클릭한다. 여정이 시작된다.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은 힘겹다. 고통감정사(苦痛感情思). 상처는 아픔으로 그치지 않고, 감정과 생각을 지배한다. 상처와 관련된 경험, 혹은 새로운 경험을 회피한다. 고통과 감정, 그로 인한 부정적 사고방식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마음속에 빅데이터가 되어 끊임없이 반추되고 확장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 된다. 정체성으로 굳어지고 미래의 선택과 행동을 좌우한다.

시우도 마찬가지다. 오래 사귀고 장래를 꿈꿨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그는 청첩장을 받고 이별 노래가 나올 때마다 괴롭다. 새로운 경험을 회피하고 자기만의 공간으로 침전한다. 더구나 7살 무렵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시우. 무의식에 있던 불안과 외로움이 더해진다. 고통은 자동으로 합쳐지고 연합한다. 결국 시우는 고통과 부정적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외로운 정체성, 고통스러운 세계관, 고립된 인생관.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부정할 수 없다. 책은 '예스 프로젝트"와 '인사이드 무비' 체험을 소개한다. 예스 프로젝트는 새로운 경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No와 경험 회피로 일관하며 고통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말고, Yes라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경험에 나서는 방법이다. 마음의 상처와 나를 떨어뜨려서 탈동일시를 이룬다.



인사이드 무비는 한층 나아가 객관적 시각에서 아픔을 관찰하고 다시금 체험한다. 7살 시우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면에 불안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야 했다. 당시 느꼈던 아픔을 떠올리며 돌이키되, 이제는 35살의 시우, 제 3자의 입장에서 당시를 반추해 본다. 5살 때 이혼한 부모님, 그를 떠났던 엄마, 키웠던 할머니. 과거의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이해가 된다. 아픔을 부정하기보다 끌어안고 성숙해진다.



명상은 집중력과 자기 감각을 깨운다. 번아웃 증후군과 같은 정서적 탈진 상태는 마냥 휴식이 답이 아니다. 정신은 산만하고 부정적 생각에 쉽사리 휩싸인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명상은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특히 호흡 명상은 초심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하루 3번 정도 자기 나이만큼 호흡에 집중한다. 시간은 2분. 규칙적인 훈련은 10~15분으로 잡으면 좋다.



김도인 씨는 삶의 아픔을 부정하지 않는다. 마치 계절이 변하듯 삶은 변화하고 굴곡이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추운 겨울을 맞닥뜨렸다면, 힘들겠지만 버릴 것은 버리고 멈추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동양고전 <장자>나 <주역>처럼 내 주관을 넘어서 삶의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힘이 진정한 지혜다.



<숨쉬듯 가볍게>는 성장기의 상처, 현재의 아픔, 그리고 긴장과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예스 프로젝트, 인사이드 무비, 명상, 운동화를 신어라, 인생의 깨달음을 단계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치유는 자기를 부정하지 않는다.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굴곡과 변화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지혜다. 서른다섯 시우의 여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시우는 마치 나, 혹은 지인 이야기같다. 공감이 가고 친근해서 울림이 크다. '숨쉬듯 가볍게' 읽지만 깊이가 느껴진다.

"'시우時雨'는 때에 맞춰 내리는 비'라는 의미로, <맹자>에 나온 말입니다. 가뭄에 메마른 초목을 살리는 큰 비를 시우라고 해요. 삶이 버거워지는 순간 시우의 여행기가 당신에게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p.5) 

"`시우時雨`는 때에 맞춰 내리는 비`라는 의미로, <맹자>에 나온 말입니다. 가뭄에 메마른 초목을 살리는 큰 비를 시우라고 해요. 삶이 버거워지는 순간 시우의 여행기가 당신에게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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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1-06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 연관되어서가 아니라, 이 리뷰를 읽는 동안,
시우라는 이름에서 절로 떠올려진 시 한 구절,,
내내 건조하다 잠깐 내린 비를 보다, 읽게 된 리뷰를 통해 떠 올려진 시 한구절,,,
두보의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그냥, 저절로,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
쓰신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캐모마일 2016-11-08 17:34   좋아요 0 | URL
아마 그 시에서 차용한 것이 맞는 거 같습니다. 춘야희우. 덕분에 좋은 시 한수 알아갑니다. 검색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