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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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사회大同社會. 스승의 꿈이 하나로 모인 곳이다. 대동사회는 노인은 편안하고, 장년들은 쓰일 곳이 많으며, 젊은이와 어린 사람들은 쓰일 곳에 이를 때까지 의지하여 자라고, 과부나 고아, 홀로 사는 이들이 불쌍히 여김을 받고,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는 월인천강의 세상이다." ​(1권 연향, p. 22)


대동사회는 장편역사소설 <금강>의 줄기를 이루는 이상향이다. 스승이란 중종조 사림의 거목이었던 실존인물 충암 김정을 일컫는다. 조광조의 개혁 사림 세력과 함께 기묘사화와 신사무옥으로 사사당하였다. 소설은 그의 사상을 이어 받은 후학들과 민중들이 만든 가상의 조직, 충암 동계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금강>은 실제 역사와 픽션을 넘나드는 대하소설이다.


작품은 중종조부터 선조대까지 이어지는 굴곡진 조선의 역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개혁 사림과 보수 훈구 공신들의 조정 싸움과 인조, 명종조 시절 대윤과 소윤의 당파 싸움, 선조대의 임진왜란을 다룬다.


소설의 제목이자 지리적 배경인 금강. 그곳을 기반으로 한 동계는 다양한 층위의 인물군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좌절된 개혁 사림 세력들,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공허한 담론에서 벗어나 상단과 공방을 꾸리며 현실에 발을 디디고 실제로 여민동락하며 성장하는 상단 조직, 전라도의 세련되면서도 구성진 소리를 전수받은 소리채 사람들까지. 

​동계의 실절적인 살림을 꾸리는 상단 조직은 충암의 서녀(庶女)로 타고난 소리꾼인 연향을 연원으로 한다. 그리고 대체로 여성들이 동계 상단의 대행수직을 맡는다. 연향이 충암의 귀향처 근처에서 수발을 들고 손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물을 들인 옷감을 팔고, 소리채를 열어 소리를 가르치는 것과 함께 물물을 교환하던 일상의 호구지책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큰 상단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조선조 역사 소설이면서 1권의 부제가 '연향' ,2부는 그녀의 뒤를 이어 대행수직을 역임하는 '미금', 3부는 연향의 딸 '부용'인 점은 독특하다. 

여타 대하소설과 달리, 여성을 역사의 전면으로 세우고 조명한다. 상단의 대행수들은 결단력과 실행력, 담대한 품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금강>의 이상사회는 유, 불교의 여러 사상을 포섭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실질적인 여민동락과 월인천강은 비근한 노동과 어울림을 바탕으로 하고, 이는 기존의 남성적 힘의 역사보다 여성적 포용성과 맞물려 있다. 동계 상단 조직이 연향의 살림 꾸리기와 그곳을 기점으로 하여 생업인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시작되었듯이.

결국 소설은 부용의 아들 창이 임진왜란 중에 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가에 따르면,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하니,  민란이 실패로 끝나리라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금강의 흐름을 멈추지 않듯이 대동사회의 꿈은 설사 실현되지 않더라도 역사의 면면에서 흐를 것이고, 민중들은 지난한 삶과 생업 속에서도 목숨을 이어나갈 것이다.

소설 <금강>은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 일대를 배경으로, 조선조 정치의 난맥상과 민초들의 수난사 속에서  이상사회를 향한 유, 불교의 다양한 사상들, 가상 조직인 동계를 바탕으로 조선의 상공업과 소리꾼, 다양한 민중의 삶을 다뤘다. 그리고 전라도 특유의 세련되면서 구성진 소릿자락은 단순한 소재를 넘어 인물과 인물이,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하나의 소주제였다. 작가가 10년의 준비 기간과 2년의 집필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였을 만큼, <금강>은 애잔하면서도 묵직한 역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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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정석 - 합격을 부르는 논술은 한 문장으로 결정된다
김문수 지음 / 글로세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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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란 자신의 의견이나 견해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젯하면서 주장을 조리있게 서술한 글을 말한다."(p.16)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보편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객관식, 단답형 위주의 주입식 시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입시, 취업 등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했고,  사회 생활에서 각종 글쓰기, 업무 보고서 작성의 논리적 기초 역량으로 활용된다.


실용성과 함께 논리력, 문제 해결력과 같은 논술의 본질이 필요한 시대다. 김광수 교수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 서문에서 우리나라가 힘과 억지가 아닌 이성과 논리의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또한 세상은 점점 급변하여 기존의 매뉴얼로는 풀 수 없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직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 해결력을 기르기 위해선 논리와 자기 표현력이 수반되어야 하고, 논술이 이러한 능력 배양의 첩경인 것이다.


<논술의 정석>은 이러한 논술의 기초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구성 형태부터, 논술문의 유형, 실제 입시, 취업 논술 문제를 실어서 논술의 이해와 실전 대응력을 길러 준다. 좋은 논술문을 쓰기 위해선 풍부한 배경 지식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본인의 주장과 논리를 세우고 이를 표현하는 프로세스가 단련되어야 효율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시험 논술은 시간, 공간적 제약이 따르므로 더욱 기초와 기술을 익혀야 한다.


책은 다양한 기교와 편법을 소개하기보다 당장 활용 가능한 기본에 충실하다. 책에 따르면, 논술의 구성 형태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도 일반적인 구성이 있다. 예컨대, 서론의 경우 독자들의 이목을 사로 잡는 후크, 후크와 주제문을 이어주는 연결 문장,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주장인 주제문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 후크 문장은 글의 첫머리이고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하는 만큼 중요하다. 본론은 화제문, 지지, 소결론으로 나누고, 마지막 결론 단락은 주제문을 재진술하여 수미상관을 이뤄야 한다.


논술의 유형은 논쟁 논술, 비교 대조 논술, 반응 논술, 이야기 논술, 과정 분석 논술, 분류 논술로 나누고 있다. 유형을 알면 논술 문제와 지문의 핵심을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하기 쉽다. 핵심을 간과하면 주장과 논지가 산으로 치달으니 글을 쓰면서 난감하고, 실제 시험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벗어난 답안이 되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책에 소개된 2010년 YTN 기출문제는 "언론의 '공공성'과 '기업성'의 관계를 논하라."인데, 이는 비교 대조 논술의 성격을 띈다. 공공성과 기업성을 비교, 대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유형을 알면 의도를 간파하고 출제자가 바라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한 다음, 브레인스토밍으로 다양한 글감을 확보하고, 주제문의 감을 잡는 것이 논술의 순서다.


명문대 입시, 언론고시, 대기업, 공기업 입사와 같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논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각종 기안, 보고서, 작문 등 실생활에도 쓰임새가 다양하다. 정당한 방법으로 사회적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필수 역량인 것이다. <논술의 정석>은 논술 작성에 관한 체계적인 노하우를 다루고, 각종 출제문, 예시를 분석하여 이해를 돕는다. 특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시험을 코 앞에 둔 수험생이라면 더욱 절실하다.

반면, 독자에 따라선 논술을 지나치게 정형화하여 분석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꼭 결론이 수미상관으로 끝나야 하는지, 다른 창의적인 구성으로 더 좋은 글을 쓰지 않을까 반문이 가능하다. 상당수 시험관들이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구성에 대해 비판적인 촌평을 날리기도 한다. 그러나 건축에서 기본 골조가 중요하듯, 논술도 구조와 독법(讀法)이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저자는 말한다.


"논술이란 글쓰기에서부터 합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힘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담론에 대하여 합리적 소통을 증진시키는 게 그 목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예시한 일반적인 대입논술의 한 전형인  예문에서 보듯이 지금 각 대학들이 치르고 있는 논술은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을 가르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복잡한 제시문을 출제하여 마치 퍼즐처럼 기준을 가려내어 이를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글을 쓰도록 가르치는 논술이 아니라 답을 맞히기 위한 것으로 논술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 대학마다 똑똑한 아이들 가려내는 또 다른 하나의 대학 선발고사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p.155)


문제는 논술의 구조와 독법이 아니라 우리나라 논술의 토양에 있는지 모른다. 값비싼 학원료를 내고 쪽집게 논술이 판을 친다. 천편일률적인 답안은 결국 본말전도된 교육의 반영이다. <논술의 정석>은 각종 입시와 입사 논술 전략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저자의 서문을 보면 우리나라 소통 부재와 팽배한 독단적 사고, 본질에서 빗나간 논술 교육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책을 통해 다양한 논술 구조와 기술을 익히는 동시에, 이러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논술이란 글쓰기에서부터 합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힘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담론에 대하여 합리적 소통을 증진시키는 게 그 목적이어야 한다.(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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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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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는 교외의 한 철학자와 그를 찾아온 청년의 대화록이다.  철학자는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분신이다. 저자는 그리스 철학과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철학자로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인문 에세이를 여러 권 집필하였다. 철학자는 청년의 물음에 답하면서 아들러 심리학의 주요 명제를 간명하게 소개한다. 플라톤 저작의 주요 전개 방법인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차용하였다.

 

책은 비교적 생소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기반한다. 이러한 시각은 기존의 주류 프로이트 심리학의 반 테제일뿐만 아니라, 힐링 에세이들과도 다르다. 대체로 프로이트 심리학에 기반한 에세이들은, 신경증과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하여 과거의 트라우마, 이를 숨기기 위한 무의식의 억압을 통찰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철학자는 단호하다. 트라우마는 없다. 원인론적 시각이 아닌 목적론적 시각에서 사유하기를 권한다. 인간은 '지금, 여기'를 사는 존재 이다. 예컨대, 청년의 히키코모리 친구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방을 못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방을 나가기 싫기 때문에 신경증과 불안을 필요로 하고 만들어 낸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아들러에 따르면, 결국 이러한 인생의 많은 문제들은 인간관계로 귀결되고, 반 테제의 심리학을 역설한 만큼 색다른 이상적인 인간상을 지향한다.

 

청년은 철학자의 말에 쉽게 수긍할 수가 없다. 왜 우리의 많은 실존적 문제들이 단순히 인간관계에서 파생됐다고 할 뿐인지, 그리고 과연 아들러가 말한 이상향이 정말 올바르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특히 사람이 어떻게 인정욕구를 버리고 나의 인생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철저하게 과제의 분리를 할 수 있는지. 마치 아들러에 생소한 독자가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의문과 반문들을, 청년은 철학자에게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거칠게 묻는다.

 

 책의 장점은 따끔한 통찰에 있다. 우리가 숨쉬는 현재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이고, 따라서 과거의 트라우마가 어찌되었든 우리는 지금 여기서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비현실적이긴 하다. 목적론적 시각. 타자와 나의 경계를 확실히 할 것. 그러면서도 타인의 존재 자체를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타자공헌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의 소속감, 나아가 우주적인 소속감의 체험. 이러한 것들은 심리학의 주제보다는 종교적이기 때문이다.

 

철학자에 따르면, 아들러도 이 점을 시인했다. 이러한 이상적 인간형이 되기 위해서는 살아온 세월의 반생을 투자해야 한다고. 예컨대, 30살 청년이 거듭나기 위해선 15년의 세월을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난한 길이다. 다만, 내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 천착하게 보다는 현실의 삶과 목적에 충실할 것. 남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하지만 타자에 대한 공헌이 궁극적인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 이러한 기본 명제는 인간 관계로 오늘도 속앓이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통찰을 주지 않을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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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2016-05-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전문가적인 포스가...Awesome !!

캐모마일 2016-05-18 18: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건강 100세, 장과 신장이 결정한다 - 장기(臟器)의 노화 속도를 늦춰라
이토 히로시 지음, 유가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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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이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심뇌혈관 질환 인자를 한 개인이 동시에 갖고 있는 건강 상태를 말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로 인한 부적절한 생활 습관이 일상화됨에 따라, 이러한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를 차자하는 암 발병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건강 100세, 장과 신장이 결정한다>는 장기(臟器)의 노화를 다룬다. 인간의 장기는 기계 부속품이 아닌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생노병사의 순환을 거치는데, 대사장애와 노화방지의학의 권위자 이토 히로시는 장기의 노화 속도를 늦춤으로써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을 알려준다.

인​체의 장기들은 유기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다. 특히 장과 신장은 상식 이상으로 건강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인체 혈액의 50%를 소비하고,  이상 발생시 단순히 소화와 여과 기능이 저하되는 것만 아니라 혈액 순환 장애, 인체 대사 장애, 심지어 노화 등 복합적인 질환을 유발한다. 장과 신장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건강 전반이 위협받는다.


장은 소화를 담당하고 유익한 균이 서식하는 보물 창고다. 장내 미토콘드리아는 각 장기의 에너지원인 ATP를 만들고, 인슐린 분비나 뇌, 여러 소화기관에 '지령'(p.56)을 전달하는 '인크레틴'이란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인크레틴 중 GLP - 1 호르몬 주사약은 당뇨병 치료에 획기적인 족적을 남겼다. 즉, 당뇨병은 단순히 췌장의 질환이 아닌 "'장의 질환'일지도 모른다"(p.58) 특히, ATP 대사에 지장이 생기면 활성산소가 방출되는데, 그 결과 노화와 암을 유발한다.


신장은 인체의 찌꺼기를 소변으로 여과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 외에 심장과 함께 혈액 순환을 관장한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일괄적으로 '만성신장질환'"으로 부르는데, 빈혈, 뇌졸중, 심근경색, 신혈관성고혈압증, 장내 혈관확장증 등에 노출된다. 


저자는 건강 100세 유지의 비법으로 '메타볼릭 도미노'와 '시공의료' 개념을 주장한다. 메타볼릭 도미노는 "대사증후군으로 발병되는 병이 마치 도미노처럼 잇다라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것"(p.5)으로, 잘못된 생활습관 → 비만 → 내장지방 축적 → 각종 대사장애 등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시공의료'란 평소에 나쁜 습관으로 쌓인 장기의 나쁜 기억을 제거하고, 건강한 기억을 심어주는 치료법이다. 단순히 장기의 손상을 치료하는 '공간'적 개념을 넘어, 장기의 기억과 '시간'까지 고려하는 4차원 치료이다. 예컨대, 고혈압은 병인이 다양하여 복약처방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그러나 고혈압 초기에 적절한 치료로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시키면, 그것이 인체의 항상성으로 기억되어 복약을 중지하더라도 정상적인 수치를 유지하거나 나중에 고혈압 치료 경과가 크게 호전되는데, 이러한 치료 기억이 장기에 축적되는 것이다. 마치 백신을 맞고 항체가 생기면 전염병에 대비할 수 있는 이체와 흡사하다. 반면에, 스트레스는 장기에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준다. 과식,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교감신경 항진, 수면 부족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DNA 유전자 자체는 변화가 없어도 출생 후에 후천적인 경험으로 유전자를 결합하는 유기분자의 변형을 통해 유전자의 형질을 바꿀 수 있다. 가족력 질환이나 유전자의 결함을 건강한 장기의 기억으로 보완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공의료가 주목 되는 이유다.


<건강 100세, 장과 신장이 결정한다>는 건강 실용서에서 한 걸음 나아간 건강 철학서다. 장기의 시간이라는 유기적 관점에서 노화를 진단한 것이나, 장과 신장을 중점으로 인체 전반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현대인의 주된 사망 원인인 암, 대사증후군을 바라보는 관점은 유익하다. 특히 인류의 진화과정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고찰한 부분은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으로 독자가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을 심화시킨다.

이토 히로시 박사는 독자들에게 미적 감각을 키우길 권한다. 인체의 사령탑인 뇌에 아름다운 기억을 많이 저장할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 과식, 심혈관질환, 자율신경계 이상, 불면증 등 스트레스성 생활습관병까지 예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마지막으로 <논어(論語)>에서 공자가 언급한 연령별 인생훈으로 나잇대별 올바른 건강 습관을 제시한다. (15세 - 지학, 30세 - 이립, 40세 - 불혹, 50세 - 지천명, 60세 - 이순, 70세 - 종심). 진정한 건강은 지엽적인 정보가 아닌 바람직한 건강 철학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생활습관병이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는 현대인의 삶을 다시금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조인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기들의 집합체로서 우리 몸을 재인식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몸을 어떻게 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장기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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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할까 - 만남과 대화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설명서
로버트 볼튼 지음, 한진영 옮김 / 페가수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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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듣기, 말하기의 중요성을 누누히 강조하지만, 각종 매체, 에세이, 지하철에 걸린 글귀들은 원론적인 필요성만 늘어놓고 정서적 호소로 끝내기가 일쑤다. 정작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칙, 자세와 기법에 관해선 배울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장을 겪는다. 하루 아침에 깨칠 수 없는 영역임에도 아무런 훈련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소통만을 역설하니 항상 피상적인 담론으로 끝난다.


<어떻게 말할까>는 한 걸음 나아간 책이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대화, 듣기, 말하기의 근본 핵심과 구체적인 기법을 제시하는 것이 장점이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관계'는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의사소통을 조명하고, 2부' 들어라'에서 듣기의 진정한 의의와 기법을 제시한다. 3부 '말하라'는 자기 표현의 목적과 양태, 바람직한 표현 기법을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4부 '풀어라'에서는 갈등과 해결법을 담았다. 관계 → 경청하기 → 자기 표현하기 → 갈등 해결하기의 순으로 나아간다.

책에서 설명한 '의사소통의 12가지 방해요소' , '의사소통의 6가지 특징'을 접하고 놀랐다. 실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스스로도 은연중에 저지르는 일들이었다. 올바른 관계를 위해선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인데, 실상은 소통에 미숙해서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저자는 위의 요소들을 깨달은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죄책감과 후회를 털어놓았다고 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의사소통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말한다.


특히 '말하기'에서 자기 표현의 의의와 행태가 인상적이었다. 사람에겐 누구나 개인의 영역이 있다. 사적 영역은 공간적 영역뿐 아니라 정서적 영역을 포괄하는데, 자신의 욕구, 권리와 신념 등 개인적이고 소중히 다뤄야 할 부분이다. 자기 표현이란 자기 영역을 지키고 타인과 사회에 합리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식이다. 저자는 자기 표현의 스탠스를 순종과 공격의 사이에 놓고 있다. 순종적인 사람은 자신의 기분과 욕구, 권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하찮게 여긴다. 즉,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는 데 서툴러서 타인이 침해하기가 쉽다. 반면에, 공격형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기분, 욕구, 생각을 표현하여 타인을 제압한다. 효과적인 자기 표현은 순종형과 공격형의 중용(中庸)에 위치한다. 상대방을 지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사를 확고하게 밝히는 것이다.

<어떻게 말할까>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 중에 순종형이 많지 않을까 짐작한다. 자신의 영역을 자주 침범 당해 억울할 때도 있고,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자괴감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자기 표현에 서툰 자신을 개선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고민했던 독자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듣기의 기법 중 '반사기법'의 활용, '자기 표현 메시지의 3가지 필수요소', 갈등 해결을 위한 '협동문제해결법 6단계'는 유용했다. 두루뭉술하게 설명하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밝히고 문제점과 대안을 구체적인 항목으로 제시한 것이 매력이다. 무엇보다 기존에 갖고 있던 관점들이 대체로 바람직하지 않아서 충격이었다. 소통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 필수다.  단순히 남을 설득하는 기술이나 화려한 언변을 습득하는 방법이 아닌, 소통의 근본적인 관계성을 자각하고 그 속에서 효과적인 기법을을 강구하는 책. <어떻게 말할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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