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말할까 - 만남과 대화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설명서
로버트 볼튼 지음, 한진영 옮김 / 페가수스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대화, 듣기, 말하기의 중요성을 누누히 강조하지만, 각종 매체, 에세이, 지하철에 걸린 글귀들은 원론적인 필요성만 늘어놓고 정서적 호소로 끝내기가 일쑤다. 정작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칙, 자세와 기법에 관해선 배울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장을 겪는다. 하루 아침에 깨칠 수 없는 영역임에도 아무런 훈련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소통만을 역설하니 항상 피상적인 담론으로 끝난다.


<어떻게 말할까>는 한 걸음 나아간 책이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대화, 듣기, 말하기의 근본 핵심과 구체적인 기법을 제시하는 것이 장점이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관계'는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의사소통을 조명하고, 2부' 들어라'에서 듣기의 진정한 의의와 기법을 제시한다. 3부 '말하라'는 자기 표현의 목적과 양태, 바람직한 표현 기법을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4부 '풀어라'에서는 갈등과 해결법을 담았다. 관계 → 경청하기 → 자기 표현하기 → 갈등 해결하기의 순으로 나아간다.

책에서 설명한 '의사소통의 12가지 방해요소' , '의사소통의 6가지 특징'을 접하고 놀랐다. 실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스스로도 은연중에 저지르는 일들이었다. 올바른 관계를 위해선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인데, 실상은 소통에 미숙해서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저자는 위의 요소들을 깨달은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죄책감과 후회를 털어놓았다고 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의사소통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말한다.


특히 '말하기'에서 자기 표현의 의의와 행태가 인상적이었다. 사람에겐 누구나 개인의 영역이 있다. 사적 영역은 공간적 영역뿐 아니라 정서적 영역을 포괄하는데, 자신의 욕구, 권리와 신념 등 개인적이고 소중히 다뤄야 할 부분이다. 자기 표현이란 자기 영역을 지키고 타인과 사회에 합리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식이다. 저자는 자기 표현의 스탠스를 순종과 공격의 사이에 놓고 있다. 순종적인 사람은 자신의 기분과 욕구, 권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하찮게 여긴다. 즉,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는 데 서툴러서 타인이 침해하기가 쉽다. 반면에, 공격형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기분, 욕구, 생각을 표현하여 타인을 제압한다. 효과적인 자기 표현은 순종형과 공격형의 중용(中庸)에 위치한다. 상대방을 지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사를 확고하게 밝히는 것이다.

<어떻게 말할까>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 중에 순종형이 많지 않을까 짐작한다. 자신의 영역을 자주 침범 당해 억울할 때도 있고,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자괴감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자기 표현에 서툰 자신을 개선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고민했던 독자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듣기의 기법 중 '반사기법'의 활용, '자기 표현 메시지의 3가지 필수요소', 갈등 해결을 위한 '협동문제해결법 6단계'는 유용했다. 두루뭉술하게 설명하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밝히고 문제점과 대안을 구체적인 항목으로 제시한 것이 매력이다. 무엇보다 기존에 갖고 있던 관점들이 대체로 바람직하지 않아서 충격이었다. 소통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 필수다.  단순히 남을 설득하는 기술이나 화려한 언변을 습득하는 방법이 아닌, 소통의 근본적인 관계성을 자각하고 그 속에서 효과적인 기법을을 강구하는 책. <어떻게 말할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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