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동사회大同社會. 스승의 꿈이 하나로 모인 곳이다. 대동사회는 노인은 편안하고, 장년들은 쓰일 곳이 많으며, 젊은이와 어린 사람들은 쓰일 곳에 이를 때까지 의지하여 자라고, 과부나 고아, 홀로 사는 이들이 불쌍히 여김을 받고,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는 월인천강의 세상이다." ​(1권 연향, p. 22)


대동사회는 장편역사소설 <금강>의 줄기를 이루는 이상향이다. 스승이란 중종조 사림의 거목이었던 실존인물 충암 김정을 일컫는다. 조광조의 개혁 사림 세력과 함께 기묘사화와 신사무옥으로 사사당하였다. 소설은 그의 사상을 이어 받은 후학들과 민중들이 만든 가상의 조직, 충암 동계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금강>은 실제 역사와 픽션을 넘나드는 대하소설이다.


작품은 중종조부터 선조대까지 이어지는 굴곡진 조선의 역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개혁 사림과 보수 훈구 공신들의 조정 싸움과 인조, 명종조 시절 대윤과 소윤의 당파 싸움, 선조대의 임진왜란을 다룬다.


소설의 제목이자 지리적 배경인 금강. 그곳을 기반으로 한 동계는 다양한 층위의 인물군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좌절된 개혁 사림 세력들,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공허한 담론에서 벗어나 상단과 공방을 꾸리며 현실에 발을 디디고 실제로 여민동락하며 성장하는 상단 조직, 전라도의 세련되면서도 구성진 소리를 전수받은 소리채 사람들까지. 

​동계의 실절적인 살림을 꾸리는 상단 조직은 충암의 서녀(庶女)로 타고난 소리꾼인 연향을 연원으로 한다. 그리고 대체로 여성들이 동계 상단의 대행수직을 맡는다. 연향이 충암의 귀향처 근처에서 수발을 들고 손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물을 들인 옷감을 팔고, 소리채를 열어 소리를 가르치는 것과 함께 물물을 교환하던 일상의 호구지책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큰 상단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조선조 역사 소설이면서 1권의 부제가 '연향' ,2부는 그녀의 뒤를 이어 대행수직을 역임하는 '미금', 3부는 연향의 딸 '부용'인 점은 독특하다. 

여타 대하소설과 달리, 여성을 역사의 전면으로 세우고 조명한다. 상단의 대행수들은 결단력과 실행력, 담대한 품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금강>의 이상사회는 유, 불교의 여러 사상을 포섭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실질적인 여민동락과 월인천강은 비근한 노동과 어울림을 바탕으로 하고, 이는 기존의 남성적 힘의 역사보다 여성적 포용성과 맞물려 있다. 동계 상단 조직이 연향의 살림 꾸리기와 그곳을 기점으로 하여 생업인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시작되었듯이.

결국 소설은 부용의 아들 창이 임진왜란 중에 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가에 따르면,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하니,  민란이 실패로 끝나리라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금강의 흐름을 멈추지 않듯이 대동사회의 꿈은 설사 실현되지 않더라도 역사의 면면에서 흐를 것이고, 민중들은 지난한 삶과 생업 속에서도 목숨을 이어나갈 것이다.

소설 <금강>은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 일대를 배경으로, 조선조 정치의 난맥상과 민초들의 수난사 속에서  이상사회를 향한 유, 불교의 다양한 사상들, 가상 조직인 동계를 바탕으로 조선의 상공업과 소리꾼, 다양한 민중의 삶을 다뤘다. 그리고 전라도 특유의 세련되면서 구성진 소릿자락은 단순한 소재를 넘어 인물과 인물이,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하나의 소주제였다. 작가가 10년의 준비 기간과 2년의 집필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였을 만큼, <금강>은 애잔하면서도 묵직한 역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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