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다가구주택의 반지층 원룸
붉은 벽돌집, 주황색대문을 열고 철제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방.
첫 자취가 시작된 곳이다.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ㅠ_ㅠ
전세금액이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곳이었다.
원래 한 세대이던 것을 나중에 분리한 것 처럼 방음이 안됐고, 방 모양도 이상했다.
전에 살던 아저씨가 방에서 담배를 폈는지 천장 벽지가 누랬고ㅠㅠ(주인이 안해줌)
장판과 벽 도배만 하고 들어갔다.
아 그리고 옵션 일체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책상 등등을 따로 구매했다. 물론 중고로.
그리고 도어락이 아니라 열쇠를 사용하는 대문과 현관문.
현관문 열면 바로 골목이 보이는데 그나마 반지층이라 길과 바로 맞닥트리진 않았다.
녹물도 나오고,, 전기세도 세대별로 나오는게 층별로 고지서가 나와서 옆집과 나눠 냈는데
세상에서 제일 이상했다 진짜.
(집에서 잠밖에 안자는데 전기세 매달 7-8천원씩 냈음. 항의해도 안먹힘)
아,, 이 집은 까도 까도 깔게 너무 많아서 아무튼.
그 중에서도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건.
도보 20분정도 거리에 이모가 사셨는데, 이모의 잦은 방문과
절대 내 취향이 아닌 물건들로 집이 채워지는 것이었다.ㅠㅠ
퐈려한 꽃분홍색 꽃무늬 이불과 꽃이 그려진 황토색 도자기 식기들
뭔가 난잡하고 이상한 장치(?)들. 그리고 옷도,,,ㅠㅡㅠ
덕분에 생활용품 마련에 큰 돈이 들진 않았지만
내 의사나 취향과 관계없이 채워진 것들이 가득한 집은
정신사납고, 내 집인데 내 집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아침, 밤 가릴 것 없이 자주 방문하시던 이모 덕에 항상 불편했다.
'취향'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첫 자취방.
그리고 두번째 자취방은 행복 그 자체.
내 취향인 물품들은 내 의사로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다.
집을 '꾸미는' 것은 아직까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내 취향에 맞는 물품들로 채워간다는게 만족스럽다.
취향을 따르는 기쁨!
더욱 취향을 파고 들고 싶어진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