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을 기억해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가 사진이 찍고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 가로등, 안개

이렇게 사진을 찍고 싶었다.

사실 사진은 핑계였는지도,
그냥 조용한 밤길을 걷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0대 초반, 내 성격을 표현해야 할 때 늘 '우유부단'이라는 말을 썼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대부분 다른사람이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했고, 그들의 뜻에 따랐다.
몇몇 친구들은 둥글둥글하게 사는 나를 성격 좋다고 말했지만
나는 좋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다보니 중요한 순간에도 남의 선택에 의지하려 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서.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택은 힘이 들고, 나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르겠다.

유독 "내가 하고 싶으니까"라는 글이 도드라져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크던 작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보면 그렇게 내 취향이 만들어지겠지
그렇게 나만의 것이 생기겠지.


사실 거창한 이유같은 건 애초에 필요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유는 하나. 내가 하고 싶으니까.
간단하고 명확한 힌트를 얻은 것만 같다.


아빠는
왕따였던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
내 안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믿어준 사람
활기찬 삶이란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
좋은 신발, 좋은 옷을 항상 강조하는 사람
여전히 내 주머니를 걱정해주는 사람
생각만 해도, '아빠' 하고 부르기만 해도 눈물나는 사람


내가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아빠는
언제 나때문에 속상할까?

사실,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실망이 아니라, 언제 속상할까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사소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단어 하나로 생각이 이렇게나 바뀐다.
잘난 딸이 아니라
좀 더 다정한 딸이 되고싶어진다.



책에는 유독 야경 사진이 많다.
잠 못드는 청춘이라면 매우 익숙할 풍경.
책을 읽다가 밤의 거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 뿐만이 아닐 것 같다.

글이 쓰고 싶어지고, 생각이 하고 싶어지고
조금은 고독해지고 싶어진다.
이 순간을 잡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진다.

'이 시간을 기억해' 라는 제목이 기가 막히게 좋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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