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은 블로그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bangfriend79/221555942484



안녕하세요 히짓입니다!

(얼마 전 방탄에 늦은 입덕을,,ㅎㅎ)

날씨 완젼 여름인데다가 비소식에 습하기까지 한 날입니다.

여름이라고는 했지만 한여름은 아닌데

한여름은 도대체 얼마나 더울지 상상하고싶지 않네요 ㅠ_ㅠ

증말증말 불볕더위가 예상되서 올 여름엔 모기도 별로 없을거라지요?

(근데 우리집 모기는 왜,,,?? 왜나와??ㅋㅋㅋ)

날이 더워질수록 독서를 게을리하게 되어융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에요!

오랜만에 읽는 편안한 에세이입니다.

마치 일기같은 에세이!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유수진 지음, 홍익출판사








표지의 색을 진한 녹색이라고 해도 되는걸까요?

저는 초록계열의 색상을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자연의 초록을 좋아해요.

봄에 갖 나온 잎의 연한 초록부터 한여름의 짙은 초록까지.

(그래서 그렇게 산으로 들로 쏘다니는지도!)

그런데 이 책의 표지 색은 자연의 색이라고 할 수 는 없지만

보자마자 예쁘다고 느꼈어요.

차분하면서도 깊이있고 세련된 색상!

마음에 쏘오오오옥!!

얼굴이 가려져 어딘가 비밀스러워 보이는 여인의 모습과 멋진 초록.

올해 읽은 책들의 표지중에 감히 베스트라고 말하고싶습니다.




가장 위험한 일은 위태로운 생각을 마음속에만 가두는 것이며, 그 마음을 꺼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글쓰기라고 믿는다.

지은이 프로필은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짧아서 봤더니 이런 문장이...ㄷㄷ

작가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자

우리도 글을 써야하는 이유를 간결하고 단호하게 풀어낸 문장이라고 느꼈어요.

책에는 50여편의 짤은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기 4개의 큰 목차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 호흡으로 읽어내기에도 무리없었어요.

그 중 저의 밑줄을 소개해볼게요잇!ㅎㅎ






보잘 것 없는 속마음이 못생긴 손톱처럼 구체적인 모양으로 보였다. 매니큐어가 깔끔하게 발린 손톱이 아니라 투박하고 거칠한 손톱이라 당신에게 내보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소하고 찌질한 이야기를 쓰다 보니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평생 말하지 못한 이야기까지 익명의 당신에게 꺼내게 되었다.

p.9

사실 저는 글쓰기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초등학생때 저는 조용하고 소심한 편이었는데

그래서였는지 한 선생님이 글짓기를 지도해주셨어요.

6년 동안 한 번도 담임이었던 적이 없었는데도

그 선생님이 제가 다니던 학교에 재직하시는 기간 동안

학교 가는 날 중 굉장히 많은 날을 선생님의 퇴근시간까지 지도받았어요

원고지에 또박또박.

지금 생각하면 원고지 10장은 굉장히 적은 분량인데

그 당시엔 어찌나 버거웠던지..

덕분에 글짓기로 상도 많이 받고,

중학교에 가서도 꾸준히 글짓기 대회에 나갔고

그 덕에 좋은 조건으로 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지욥.

그치만 중고등학교 때 쓴 글은 거의 대회용 글이었고

나의 생각을 담아내는 글이라기보다는

상을 받을 수 있는 글을 쓰다보니

더 이상 글쓰는게 재미있지도 않고, 오히려 스트레스였어요.

그 후로 쭈욱 제대로된 글쓰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구요

내가 너무 엉망일 때.

안쓰고는 내가 미쳐버리지 않을까 싶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때에도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망설여져서

다이어리에 빼곡히 써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작가님처럼 블로그에 비공개로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ㅎㅎㅎㅎ

"수영복도 처음에나 쑥스럽지

수영장에 빠져서 놀다 보면

쑥스러움이고 뭐고 없어지니까"

p.10

이 책에는 무릎을 탁 치는 비유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문장도 그 중 하나! 정말 공감됐어요.

비유에 따르자면,

저는 수영복이 쑥스러워서 탈의실 밖으로 못나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이제 스멀스멀 나가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ㅎㅎㅎ





반복되는 일상만큼 생각도 틀에 박혀버린 요즘이다. 익숙해진 일상은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고, 생각이라는 걸 하면 할수록 감정만 소모되었다. 그럴 바에야 피식 웃을 수 있는 스낵 영상이나 보며 생각을 죽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중략) 역시 생각의 동물인 건지, 생각을 멈추자 빈껍데기가 된 느낌이 들었다.

p.41

"그냥 살지 뭐"

"그냥그냥 지내"

저의 요즘을 표현하기 딱 좋은 말이에요.

얼마 전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온 대학 동기의 카톡에

아직도 답을 하지 못했는데,

그건, 못지내지도 잘지내지도 않는

아무것도 없는 나를 나타내기가 싫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의 저는

고민이 있어도 풀어내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외면하고

갈등을 회피하고.

정말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생각하기 싫어서 열심히 피했습니다.

그 일환의 하나로 뜨개질을 시작했는데

처음 배울 땐 온 신경을 내 손에만 집중하니까

생각을 죽이기에 딱 좋다 했지요!

근데 이게 익숙해지니 구석에 치워뒀던 생각들이

다시 올라오더라구요.ㅎㅎㅎ

내가 뭐하는거지 하는 현타와 함께,,,





이 모든 것은 기록되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휘발되고 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먹고 사는 일들 뒤로 눈부신 일상의 조각들이 우선순위에 밀려나는 것이었다.

p.45

이건 어쩌면 기록의 중요성이기도 한 내용인 것 같아요.

기록하지 않은 나의 수많은 일상들이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휘발'되어서

어제 뭘 했는지 어끄제는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ㅠ_ㅠ

아무리 반복되는 일상이고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은 내일같을지라도

완전히 똑같은 날들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오늘엔 오늘의 사소한 기쁨과 슬픔과 좌절이

그리고 내일엔 또 다른 것들이 기다릴텐데.











글을 쓸 때면 나는 두 개의 나로 분리된다. 하나의 나는 '본래의 나', 또 다른 나는 '글 쓰는 나'다. '본래의 나'의 어지러운 마음 상태를 '글쓰는 나'가 글로 정리해준다.

p.205

가만히 앉아있을 때 보다 몸을 움직일 때

글의 소재들이 튀어나온 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

걷거나 설거지하거나

아무튼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문장들이 막 만들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하지만 '글쓰는 나'는 좀처럼 나타나질 않고

떠올랐던 수많은 글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어딘가로 사라졌지윱.

그렇게 '본래의 나'는 여전히 정신없고

많은 생각들을 끼고 지내다보니 유쾌하지 않을 수 밖에!!

"글쓰는 나를 자주 불래낼 수록

본래의 나가 가진 마음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접근성과는 별개로

블로그보다 인스타에 글 쓰는 것을 몇배는 더 어려워하는데

'글쓰는 나'를 자주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인스타에 가까워져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머릿속에선 온 우주를 뒤덮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걱정거리가 막상 글로 쓰고 나면 고작 몇줄밖에 되지 않는다. 화가 난 감정을 글로 쓰면 내가 얼마나 별것도 아닌 일에 감정을 낭비했는지 깨닫게 되는 것처럼.

p.209

아마도 화가 엄청 많이 났던 날인 것 같은데

그 화를 이기지 못해 눈물도 났었나봐요.

다이어리에 눈물 자국 똑똑.ㅎㅎ

그 날의 일기를 몇 달이 지난 후에 읽게되었는데

아니 이것때문에 그렇게 화가났단 말야?

하면서 도저히 끝까지 읽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나요.ㅋㅋㅋ

어찌나 흥분했는지 글씨도 막 날아가구.

상대는 나에게 콩알탄 하나 던진건데

나는 마치 총을 맞은 것 처럼 느꼈더라구요.

사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작가의 말대로 '가장 안전한' 형태로 풀어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화가났던 그 날,

그 감정 그대로 대응했더라면 아주 큰싸움날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정말 제목 그대로.

저자가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특정한 대상이 아닌, 아무에게나 쓴 것.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 저로서는

아무에게나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가볍게 읽었지만

읽고 난 후에 뭔가를 하고싶어지는,

특히 글을 쓰고싶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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