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기댈 곳이 필요해
박영하 지음, JUNO 그림 / 콜라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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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오늘은 정말 아무 것도 안 할거야!'

굳게 마음먹어도 몇 시간 후면 심심해진다.

​

tv 채널을 여기 저기 돌려봐도 재미가 없고

뭔가 하고싶은데 뭘 하고싶은 건지 모르겠고.

아무것도 안하겠다고 했지만 그 시간이 무료하기만 한 날.


문득,

나는 참 나를 다룰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심심할 때 무얼 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쉬게 해줘야 하는지

우울할 땐, 화가 날 땐, 불안할 땐??

​

뭐 이렇게 아는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나 싶었다.

혼자서도 많은 걸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여겼는데, 막상 나를 위해 할 줄 아는 건 없었고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아빠차에서 주워들은 노래가사가 생각나는 순간들.

​

사실 이럴 땐, 으쌰으쌰하는 자기계발서는 쳐다보기도 싫다.

뭐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돼! 제목만 봐도 그냥 화가 나고ㅋㅋㅋㅋㅋ

긴 호흡으로 읽어내야 하는 소설도 그다지,,

여행에세이도 여행가지 못하는 내 처지가 한탄스러워지기만 할 뿐.

아무튼 이런 시기는 굉장히 예민보스이기때문에 뭐 하나 맘에 들기 쉽지 않다.


정말 딱 이럴 때!

​

힘 쥬우우욱 빼고, 같이 욕도 하고 피식 웃기도 하며 읽기 좋은 책을 만났다

(난 진짜 책운명을 믿는닷!ㅎㅎ)

+ 뭔가 시니컬한 그림도 함께 있어서 읽는 기쁨이 배가 되는 책.

​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한 방 씩 날려줘서 정말 유쾌하게 읽었다.

​

출판사 이름이 '콜라보'인데 이런 글,그림 작가님의 콜라보 증말 최고입니다!

어른도 기댈 곳이 필요해

글 박영하, 그림 JUNO






표지의 여자 표정에서 느껴지는 책의 분위기!

아니 딱 저 상태일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정말로.

​

흑백의 그림을 주로 그리신다는 JUNO작가님.

박영하 작가님의 글과 진짜 찰떡 찰떡!

​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려면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만큼의 혼란을 다독여줄 무언가가 늘 있어야 하는 거였다.

p.5

정답 대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어쩌면 험난할지도 모를 모험에 필요한 안전장치가 되어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이제야 진짜 내 삶을 자유롭게 헤엄치듯 살아볼 준비가 됐다.

p.6

프롤로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들여다보고 공부하고 연구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

특정한 감정과 상태에 대처하는 매뉴얼이기도하고, 그냥 감정 자체를 보기도 하고.

에세이인데 일상툰같기도 하고, 심리학책인가 싶기도 ㅋㅋㅋ

​

가벼운 듯하지만 마냥 가볍지만도 않아서 여러 번 곱씹어 읽는 구절을 만나기도 한다.

진짜 매력있는 책@_@


이 책의 목차는 특정 감정을 주제로 7개로 나뉜다.

불안, 화, 우울, 고단함

슬픔, 자괴감, 후회

흔히 우리가 기피하는 감정들이 다뤄진다.

좋지 않다,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

​

하지만 감정은 감정 그 자체일 뿐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365일 기쁘기만 한 사람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

작가가 감정을 대하는 태도도 딱 그렇다.

'이런 감정은 좋지 않으니 빨리 벗어나라'가 아니다.

​

이런 감정은 이러이러한거야.

너만 그런게 아냐 다들 그래.

근데 이럴 때 이거 해보면 쫌 좋다?

​

이정도??ㅋㅋㅋ

​

아,, 이 책 맘에 쏙 들어!

​







지금 불안하다면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편안하다면, 잠시 그 상태를 충분히 누리다가 적당한 시기에 다시 무언가를 쌓아올리기 시작하면 된다.

p.41

불안을 '알람'처럼 사용한다면,

​

불안함을 느낄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징조가 아니라

내가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임을 아는 것.

​

잘 하고싶고, 잘 살고싶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가 만족스럽다면 무슨 노력이 필요할까?

그 과정에서 당연히 느껴지는 감정이 불안이라면, 불안은 꽤 쓸모있는 감정인 것 같다.

'성장통'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

그치만 성장통도 때가 되면 사라지듯이 불안이 사라졌을 때도 나의 성장이 멈췄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편안함을 잠시 즐기다가 또 무언가를 쌓아보라는 조언이 참 좋다.

​

'성장'이라는 막연함이 '쌓아올린다'는 표현으로 인해서 마치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블럭을 하나 올리고 조금 휘청이기도 하다가 이내 안정을 찾았을 때 또 다른 블럭을 올리는 것.

​

+ 어렸을 때 동생들과 제일 많이 가지고 놀았던 '토막수막대'라는 장난감이 떠오른닷!ㅋㅋ

그냥 길죽한 막대들이었는데 우린 그걸로 인형놀이도하고 별 걸 다했지.

색깔도 빨강, 파랑 두가지 밖에 없었는데 상상에 제한이 없었던.ㅎㅎㅎ




누구나 화를 낼 줄 안다. 이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화낼 만한 상대에게 적당히, 적절한 시간에, 올바른 동기로, 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건 누구에게나 능력 밖의 일이다.

_ 아리스토텔레스

p. 50

결국 내 화가 끝나려면 나를 화나게 한 상대를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불쾌하고 고통스러웠음을 다른 만만한 상대가 아닌 그 당사자에게 정확히 인지시키는 용기를 길러야겠다. 나를 위해서, 앞으로 살아야 할 남아있는 날들을 위해서.

p.69

화를 내지 않는다고 착한 게 아니고,

일이 다 잘 풀리는 것도 아닌데 화내는 게 어렵고 힘들다.

​

어렸을 땐, 화를 내지 않는 내 성격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접하는 세상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면서 '제대로 화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처럼 바르게 화를 내는 건 누구에게나 능력 밖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상대, 시기, 동기, 방법.

나는 이 네가지 중에서 단 하나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겠다.

그 중에서도 최악인 것은 상대와 시기.

​

화를 내는 상대는 대부분 당사자가 아니라 나 자신일 때가 많다.

폭풍청소를 한다거나 과음을 하거나,,

그러고보니 방법도 잘못됐네!!

​

마찬가지로 '시기'를 맞추는데도 아주,,젬병이다.

내가 화를 낼 준비가 되었을 때 상대에게 그 일은 너무 옛날 일이 되어있다.

소화가 끝난 것이다.

​

생각할수록 어렵고 어렵다!

그치만 작가의 말 처럼,

'나를 위해서, 앞으로 살아야 할 남아있는 날들을 위해서'라도 이것만은!

당사자에게 내가 불쾌하고 고통스러움을 알리는 것만은 해야겠다.

이게 잘 되면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겠찌?ㅎㅎ

화신이 되겠어






예쁜 그릇 하나에 요리할 맛이 나고 박하 향 샴푸 하나에 머리카락이 스칠 때마다 상큼한 기분이 든다.

취향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 내 취향을 좇아 작은 선택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p.106

성북구 다가구주택의 반지층 원룸

붉은 벽돌집, 주황색대문을 열고 철제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방.

첫 자취가 시작된 곳이다.

​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ㅠ_ㅠ

전세금액이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곳이었다.

원래 한 세대이던 것을 나중에 분리한 것 처럼 방음이 안됐고, 방 모양도 이상했다.

전에 살던 아저씨가 방에서 담배를 폈는지 천장 벽지가 누랬고ㅠㅠ(주인이 안해줌)

장판과 벽 도배만 하고 들어갔다.

​

아 그리고 옵션 일체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책상 등등을 따로 구매했다. 물론 중고로.

그리고 도어락이 아니라 열쇠를 사용하는 대문과 현관문.

현관문 열면 바로 골목이 보이는데 그나마 반지층이라 길과 바로 맞닥트리진 않았다.

녹물도 나오고,, 전기세도 세대별로 나오는게 층별로 고지서가 나와서 옆집과 나눠 냈는데

세상에서 제일 이상했다 진짜.

(집에서 잠밖에 안자는데 전기세 매달 7-8천원씩 냈음. 항의해도 안먹힘)

​

아,, 이 집은 까도 까도 깔게 너무 많아서 아무튼.

그 중에서도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건.

도보 20분정도 거리에 이모가 사셨는데, 이모의 잦은 방문과

절대 내 취향이 아닌 물건들로 집이 채워지는 것이었다.ㅠㅠ

퐈려한 꽃분홍색 꽃무늬 이불과 꽃이 그려진 황토색 도자기 식기들

뭔가 난잡하고 이상한 장치(?)들. 그리고 옷도,,,ㅠㅡㅠ

​

덕분에 생활용품 마련에 큰 돈이 들진 않았지만

내 의사나 취향과 관계없이 채워진 것들이 가득한 집은

정신사납고, 내 집인데 내 집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아침, 밤 가릴 것 없이 자주 방문하시던 이모 덕에 항상 불편했다.

​

'취향'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첫 자취방.

​

그리고 두번째 자취방은 행복 그 자체.

내 취향인 물품들은 내 의사로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다.

집을 '꾸미는' 것은 아직까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내 취향에 맞는 물품들로 채워간다는게 만족스럽다.

​

취향을 따르는 기쁨!

더욱 취향을 파고 들고 싶어진다.ㅎㅎ

​





+ 마음이 답답할 때 찬물을 한 잔 들이키라는 글에 붙어잇는 그림인데

글보다 더 잘 표현된 그림에 감탄했다.ㅋㅋㅋ

​





지금 나의 괴로움을 끄집어 일일이 말한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고 귀찮아지기만 할 뿐이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해두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일상에 실재하는 슬픔과 외로움, 불안함 같은 건 각자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감정이었다.

p.134

오랜만에 연락을 하고 싶다가도 괜히 망설여질 때가 있다.

나 역시 '잘지내냐'는 연락에 뭐라 답할 지 고민했던 적이 있어서일까.

​

일상의 고단함을 털어놓기엔 애매하기도 미안하기도 한,,

그냥 우리는 서로 잘 지내는 걸 바라니까.

딱 그걸 표현해 낸 글과 그림에 울컥했다.

​

"우린 모두 참 잘지내, 그치?"

​

그리고 번쩍 떠오른 노래 하나.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그러려니 _ 선우정아

​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시간 속의 나의 합이 나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그들 모두가 현재의 나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이다.

p.279

모든 시간 속의 '나'가 현재의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그 생각만으로 든든해진다.

​

괜히 앨범 한 번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ㅎㅎ

그 속의 모든 내가 나를 응원한다!

힘들 때, 버거울 때 한 번 떠올리면 힘이 될 것 같다.




상비약 같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이레놀이나 까스활명수같은.

​

가벼운 증상에 가볍게 쓸 수 있는 약. 그런 책.

약통 근처에 둬야할까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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