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가 글이 된다면 -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싶은 제법 괜찮은 누군가에게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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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가 글이 된다면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난 어린이신문에 나오는 글짓기대회와 포스터대회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어린이였다. 언젠가 현대자동차에서 자연보호 포스터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근처 현대자동차대리점에 포스터를 내러 갔더니 우리 윗집 아저씨가 판매사원으로 있는 게 아닌가. 날 보시더니 사은품인 티셔츠를 원래 한 장만 주는 건데 동생 것까지 두 장 주셨던 기억이 난다. 엄마를 졸라 건대 쪽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이었나 아니면 63빌딩이 있는 여의도였나 아무튼 커다란 공원에서 치러진 백일장에도 나간 기억이 났다. 6학년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 땐 전국규모의 편지쓰기 대회에서 수상해서 국회의사당에서 상을 받은 기억도 있다. 이렇듯 글쓰기는 내가 좋아하는 행위였던 것 같다. 취준생 시절엔 라디오를 즐겨들으며 사연을 곧잘 보내어 여러 번 소개도 되고 선물도 받았던 달콤한 기억이 있다. 작년엔 본격적으로 공모전에 응모하여 유의미한 상도 받았다. 물론 참가상 수준이었지만 동서문학상의 맥심상을 수상하며 수상자명단에 이름도 올렸다.

 

  각설하고, 오늘 읽은 책 <나의 하루가 글이 된다면>은 그런 면에서 내게 매우 유익한 정보가 가득했다. 저자 역시 글쓰기가 삶의 일부인 것처럼 숨 쉬듯 편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자체가 나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수필을 제일 좋아한다. 글감이 되는 소재는 다양한데 상처가 있다는 것은 글 쓸 재료가 많다는 것에 동감했다. 브런치 작가인 모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냈는데 그녀는 자살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인생이 고달팠음을 짐작했다. 하지만 에세이를 읽는 동안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너무 부러웠다. 상처가 생기고 그 뒤에 오는 고통, 회복, 치유과정 모두가 수없이 많은 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깃거리였으니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겐 그 이야기가 특히 더 위로가 되리라 생각했다.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는 작가의 조언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관찰이야말로 최고의 재밌는 오락 아니겠는가? 예측대로 될 때의 쾌감과 되지 않았을 때의 문제점 분석은 그야말로 고도의 지적 유희라 할 수 있으니 관찰을 통해 얻는 깨달음은 글쓰기에 최적화된 작가의 보상이라 하겠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자료 수집을 많이 하고 공부하는지 존경스러울 정도다. 더불어 필요한 핵심 자료에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상상력이 추가되니 글쓰기라는 행위는 정말이지 고도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하면 뭐든지 독이 되는 법. 자료가 과연 글쓰기에 독일지 약일지는 잘 판단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량을 쓴다면 독도 약이 되겠지만 그 정량을 맞추기란 꽤 쉽지 않은 작업이다.

 

  ‘반전이라는 요소도 글쓰기, 특히 소설에 꼭 필요하다 하겠다. 저자 또한 모든 글에 반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대학교 1학년 때 글쓰기 습작을 하면서 느꼈다고 했다. 반전 없는 글은 조미료 없는 음식같이 맹맹하다. 엉뚱한 것을 통해 현재의 무언가와 연결시키는 능력은 글쓰기에 있어 필수요건이라니 독자의 뒤통수를 하염없이 때리는(?) 최근 모 드라마의 작가도 생각난다.

 

  무엇보다 글쓰기가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되어야 함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인 서평 또한 도움이 됨을 부정할 수 없다. 고정욱 작가의 글쓰기 습관을 엿보며 많이 쓰고 또 쓰며 습관을 글력으로 무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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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공학 : INSTANT ENGINEERING
조엘 레비 지음, 이경주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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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들여다볼 때 과학보다 지극히 실용적인 개발을 의미하는 공학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이로써 공학이 일상과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지구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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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공학 : INSTANT ENGINEERING
조엘 레비 지음, 이경주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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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공학

 

  185*237*12mm 의 큼지막한 판형이 마음에 든다. 184쪽으로 200쪽이 되지 않는 부담없는 장수도 플러스. 공학은 1도 모르는 나이기에 제목부터 1페이지로 과학의 원리를 간단하고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이 책이 참 고마웠다. 공학은 과학원리를 기반으로 도구를 만드는 학문이다. 이 책에는 공학의 주요 역사와 원리, 발명품이 가득 들어있다. 무려 9개 분야로 16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반 원리부터 시작해서 토목, 교통, 생체, 항공우주와 기계공학에 이르기까지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몇 달 전에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고대 로마시대의 상수도 시스템과 도로를 건설했던 역사를 재밌게 본 기억이 났는데 현대 과학기술로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만큼 많은 역사적 건축물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오늘 <1페이지 공학>에서도 문명화 이전의 선사 시대에 놓은 도로들부터 언급해주었는데 가히 인간이 수행한 초기의 토목공학 작품이라 할 만하다. 기원전 4천년엔 인더스밸리의 모헨조다뤄에선 부숴진 도자기를 이용해 도로를 포장했다고 하고, 서기 50년경엔 로마 제국의 황제가 영국과 로마를 잇는 도로를 이미 건설했다. 그림으로도 로마의 도로 건설모습을 쉽게 설명해 놓았는데, 비아 테레나라는 포장된 흙을 사용하는 것부터 흙 위에 자갈과 또는 판돌을, 그리고 깊은 도랑에 다른 품질의 돌과 자갈로 층을 메꿔 판돌을 가로 눕힌 캠버를 만들어 덮고 가장자리를 포장하는 3개의 등급을 알 수 있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도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관심이 생겼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시계를 좋아했는데 그것은 천문학과 항해에 주요한 기계라 할 수 있다. 중세 이후의 위대한 공학 도전 중 하나가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니 요즘의 시간 관리보다 천문학적인 용도로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목적이 더 중요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요즘 광고에 자주 보이는 다이슨 청소기가 영국의 공학자 제임스 다이슨의 이름을 딴 것도 알게 되었다. 혁명적인 진공 청소기를 위해 다이슨은 이전의 가정용 청소기의 먼지통이 먼지로 막혀 흡입력을 잃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사이클론 기술을 가정용 진공 청소기에 적용하게 된다. 많은 기성 제조업체들과 제휴를 맺고자 했으나 실패해 직접 회사를 설립했고 그의 두려움 없는 발명과 인습을 타파했던 창의적 사고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밖에도 나노기술이나 시멘트 등 언뜻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었던 재료들이 이 책에 언급된대로 도마 표면에 은 나노입자가 사용되고, 미래의 자동차인 자율주행차량이 점점 레벨을 높이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볼 때 과학보다 지극히 실용적인 개발을 의미하는 공학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이로써 공학이 일상과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지구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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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가벼움과 무거움
조민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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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가벼움과 무거움

 

  ‘첫 아이의 세 돌이 다가오고 있다.’ 라는 문장에 깊은 동질감과 함께 작가의 3년간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올해 초 둘째를 임신하면서 곧 두 아이의 엄마가 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존재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아이 덕분에 난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비로소 며칠 전에 입덧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12주의 기적을 바랐지만 난 한 달을 더해 16주의 기적을 맛보았다. 물론 아직까지 속이 울렁거리고 미식거리는 건 여전하지만 구토를 안하는 것만 해도 훨씬 사람답게 사는 것 같아 살맛이 난다. 임산부의 입덧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임산부들은 하루 종일 숙취에 시달리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임신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막연히 음식 냄새에 헛구역질 몇 번 하고 끝나는 정도가 아니었다. 입덧의 고비를 넘기니 온 몸이 가려운 소양증이라는 녀석이 쳐들어왔다. 지금 환절기라 그런지 몰라도 온 몸이 건조하고 피부가 벗겨지는 통에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 게다가 가렵기까지 하니 미칠 노릇이다. 저자는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에 이르기까지 3년간의 에피소드를 책에 나눴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고 있어 무척 공감이 갔다. 특히 내 친구는 어디에-결혼과 육아는 친구 관계에 쉼표를 찍게 만든다는 문장에 눈물이 날 뻔했다. 아직도 비혼인 친구들이 몇 있지만 같은 기혼자인 친구들과도 서로 육아 때문에 또 다른 이유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연락도 뜸해지고 예전처럼 연락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사실 아직도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있어 내가 둘째까지 임신했다는 소식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본다.’ 는 문장을 보니 자신보다 먼저 엄마가 된 나의 삶을 지켜보며 얼마나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의 하루를 시간대에 맞춰 짤막하게 기록한 일기 같은 형식의 육퇴여, 오라를 보았다. 오전 7시 반엔 좀 더 잤으면 좋겠는데 요즘 정확히 7시만 넘으면 뒤척이기 시작한다...’ 라는 말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몇 시에 자든 일어나는 시간은 7시로 똑같아서 제발 조금만 더 자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속으로 기도까지 드린다. 그 시간에 함께 일어나 아이가 자는 시간까지 육아퇴근은 참 어렵다. 난 워킹맘이기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2차로 출근하는 기분이 든다.

 

  요즘 무슨 말만 하면 아니야!”, “싫어!”, “하지마!” 라고 무조건 도망가고 싫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 이맘때쯤이면 아이가 자아를 인식하면서 부정어를 쓰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서쾌감을 느낀다고 하더니 참말인가 보다. 아직 코로나19 때문에 어린이집엔 보내지 못하고 있지만, 곧 둘째도 태어날 테고 첫째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릴 때 어찌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 많다. 낳는 것도 어렵지만 키우는 건 훨씬 어렵다. 그러기에 아이에 대해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부모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이 필요하겠다. 아이로 인해 다시 태어남을 경험한 나로서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해 나눈 이 책을 함께 읽고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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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밝은미래 그림책 48
린지 지음 / 밝은미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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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4살이 된 우리 아이는 화장대 서랍과 내 출근가방을 뒤지는 재미에 살고 있다. 매일 아침엔 가방에 있는 모든 잡동사니를 하나씩 꺼내 살펴보고 자신의 것이라는 둥 억지를 부리다가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내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다. 저녁에는 화장을 지우고 세안을 하면 함께 거울 앞에 앉아 내 눈썹을 다시 그려주겠다느니 같이 로션을 바르겠다느니 하면서 온갖 참견을 한다. 그런 아이가 싫지 않다!

 

  오늘 읽은 어디로 갔을까?’ 의 주인공인 여자 아이도 반짝이는 호기심을 갖고 엄마 방을 요리조리 살핀다. 엄마 방엔 재밌는게 진짜 많다고 느끼는 걸 보니 아이의 장난감보다 어른들의 물건에 더 흥미를 갖는건 우리 아이나 책 속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아이는 엄마 서랍을 열어보며 목걸이도 걸어보고 엄마의 스웨터도 입고 높은 하이힐도 신어본다. 그러다 발견한 파란색의 반지! 진짜 예쁜 파랑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엄마 몰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 학교에 가져간다. 새 치마를 입고 온 지윤이도 옆 반의 레나도 반지를 부러워한다고 의기양양해진다. 반지가 없어진 줄 눈치채지 못한 엄마를 보며 엄마는 아직 모르나 봐. 서랍에 넣어 뒀다가 내일 또 가져가야지.’ 라며 까치발을 들고 맨 윗 서랍에 다시 반지를 넣어놓는 아이다. 다음 날 아침 또 설레는 마음으로 반지를 챙겨 어제는 못 보여준 민아에게 꼭 자랑한다고, 레나가 껴보고 싶다면 껴 보게 해주리라 다짐한다. 쉬는 시간이 되어 가방을 펼쳐보니 반지가 없다?! 아이의 당황한 표정이 책의 한면을 커다랗게 장식하며 그 모습을 온전히 느끼게 만들었다. 온 동네를 뒤지며 파란 반지를 찾느라 동동거리는 모습이 불안하다. 일러스트는 대개 어두운 건물색과 파란색만을 대비하여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아이의 머릿속은 온통 잃어버린 반지뿐이다. ‘어디에 갔지? 혼자겠지? 엄마가 물어보면 어떡하지?’ 와 같은 걱정하는 혼잣말이 파란색 반지 못지않게 파란 글씨로 페이지를 꽉 채워 시각적인 효과도 두드러진다. 이불 속에 누워 상상하는 엄마의 모습은 파란 얼굴의 화난 표정을 지녀 아이를 짓누른다.

 

 예상치 못했지만 엉뚱하고도 발랄한 아이의 행동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물론 우리 아이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내가 화를 내지 않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겠다. 어쨌든 아이들의 호기심은 늘 어른들의 생각을 앞서간다. 나도 이럴 때가 있었지 하며 미소 짓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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