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일홍 지음 / FIKA(피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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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네이버의 그라폴리오라는 창작자들의 놀이터가 있다. 거기서 작가 일홍님의 일러스트를 본 기억이 난다. 종종 컴퓨터 배경화면으로도 저장해놓을 만큼 따스하고 좋았다. 흘러가는 일련의 감정들을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 일홍이라고 소개해놓은 글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라는 에세이는 일홍님이 그리고 쓴 책으로 막연히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했던 과거의 자신을 넘어서 자신이 표현하고 그려낸 것이 누군가에게 작은 힐링이 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혔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꼭 내 이야기 같았고 내 삶에 들어왔던 이들이 떠올라 미소짓게 되었다. 때론 눈물도 났지만. 난 꽤 남들을 잘 배려하고 돌봐준다는 이미지를 가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던 날들이 많았던 건 잊고 살았었다. 나도 모르게 자존감이 낮아지는 상황들에 휩쓸려 스스로 부정적인 시선에 갇혀 나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나에겐 내가 제일 소중한데 나를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첫 번째 사람이 나여야 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내 차례가 올 거란 응원도 가슴을 뛰게 했다. 그땐 준비하라고 했다. 선물을 꺼낼 준비. 난 나를 위해 무슨 선물을 준비할까? 행복한 상상이다. 저자는 원체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인다는 건 쑥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날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가족. 내 꿈을 가장 간절히 응원하는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난 행복한 사람이다.

 

  요즘 인간관계에서 좀 힘들다는 느낌이 적지 않게 들고 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사사로운 갈등이 끊임없이 존재한다. 그런데 상대는 내 기준을 업신여기는 기분이 들 때 관계는 흔들린다는 생각이 든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좋은 관계의 시작은 그것부터니까. 행복은 빈도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저자도 조금씩 자주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빌었다. 나의 무표정에도 미소를 그려줄 나의 아이와 사랑하는 내 편이 있으니 행운을 좇기보단 놓치고 있는 행복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지금 여전히 짝을 찾고 있는 지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적혀있었다. ‘걱정하지 마. 너는 분명 좋은 사람 만나게 될 거야. 네가 좋은 사람이니까.’ 한편으론 미련이란 제목의 글에서 내가 모두 동날 때까지라는 문장이 날 울렸다. 날 소진시킬 때까지 잊혀지지 않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난 성장했다.

 

  어젯밤엔 아이와 함께 마주 보고 누워있는데 엄마 눈 속에 내가 있네?” 라는 깜찍한 말을 들었다. 감격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라고 생각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소소하지만 완벽한 행복이 바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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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이창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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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내가 10살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시키는데 답을 말하지 못하면 옷을 벗기겠다고 했다. 그리곤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반 아이들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했다. 난 꼼짝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몇 분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흐르고 그냥 앉으라고 했는데 난 그날의 치욕과 수치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선생님은 쓰레기였다.

 

  오늘 읽은 서평도서를 보면서 수치의 그날이 떠올랐다. 수치와 부끄러움은 우리에게 낯붉힘을 일으키는 감정인데 주로 전자는 부정적 맥락에서 쓰이는 치욕, 굴욕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수치를 전방위적으로 연구해 이 책을 펴냈다. 넓이와 깊이를 모두 가진 감정, 수치의 스펙트럼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치는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하나는 우리의 내면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유독한 감정임을 통찰하는 것, 또 하나는 자신과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수치(부끄러움) 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과학과 언어학의 도움을 빌어 수치를 살펴보는 것부터 에덴 신화를 분석하여 수치라는 타락 감정의 원형을 알아보는 것, 수치의 병리와 동양의 유교사상에서 다루는 수치, 마지막으로 우리문화에 미치는 수치의 대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까 언급한 대로 나의 초등학생 시절 에피소드의 감정은 정말 쪽팔리다로 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선생님이 잘못한 것이지만 아이들 앞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존심이 짓밟히는 수모를 당한 느낌은 이 비속어로도 모자란 것 같다. 열받고 몸은 얼어붙었던 그 기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책엔 우리 말과 글에 나타난 부끄러움의 구체적 언어 표현을 살펴보는 묘미도 있었다. 이를테면 최명희의 <혼불>에서 강모는 뒷목이 뜨끈해졌다. 그리고 온몸의 털이 거슬러서는 심한 수치감을 느꼈다.’ 와 같은 문장을 들 수 있다.

 

  에덴동산의 비유를 들자면 옷의 메타포는 은총, 옷이 벗겨져 알몸이 된 것은 타락이었다. , 알몸이란 상태는 수치라는 죄의 감정을 내포한다. 악의 극점이 수치다. 내면화된 수치와 이것을 은닉하려는 사회적 얼굴 사이의 갈등이 인간 심리의 중요한 문제임을 알려주었다.

  저자는 열등감이 수치의 우두머리라고 했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프로이트, 나르시시즘, 리비도, 자존심과 같은 심리적 용어를 들어 준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병든 수치심의 다양한 모습들 중 다섯가지 성격장애 증후군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중에 공격적 행위로 수치심이 내면화된 사람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폭력의 희생자가 역설적으로 가해자가 되는 빈번한 경우를 예로 들며 학습된 무기력자가 되어가는 것이 말이다.

 

  이 밖에도 사이코패스가 인간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랄지 윤동주와 같이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 대비되면서 수치의 감정을 자세히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흡족했다. 아주 많은 주석이 달려있어 인문학 도서로 대학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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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 - 밀레니얼, 90년생보다 지금 그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선미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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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파워풀한, 개성과 실력, 경제력으로 현재 대한민국 트렌드를 이끄는 X세대를 주목할 이유가 적혀있다. 후배 세대인 나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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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 - 밀레니얼, 90년생보다 지금 그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선미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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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포티, X세대가 돌아온다

 

  처음에 영 포티가 무슨 뜻인가 했다. 40대가 되면서도 기성세대 같은 중년이 아니라 청년 같이 젊은 40대란 뜻이었다. 그들은 바로 X세대였다. 주로 1970년대생이 여기 속한다. 내 직속상사들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X세대가 가장 영향을 받은 일대의 사건은 바로 IMF.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졸업하는 해이기도 했던 1998IMF는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취업이 될 리 없던 때였다. 그래서 공무원이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외환위기를 거쳐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겼던 생각을 접게 되었고 정체성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게 되었다. 풍요롭게 자라 막 사회로 진입하던 시점이었기에 자신들이 성장한 세계가 무너지는 것에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에 뛰어든 이들은 저자의 말마따나 감정적 개인주의자에서 시장적 개인주의자로 변모했다.

 

  지금도 즐겨듣는 90년대 댄스곡들이 무척 많다. 대중문화계의 90년대 사랑은 유별나서 각종 영화, 드라마, 음악으로 오래된 새로운 것이란 평가를 받으며 재생산된다. X세대에게 90년대는 우리가 기억하는 마지막 좋은 시절이었다. 난 그때 10대였지만 X세대 못지않게 그 시절을 너무나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다. 요즘처럼 힘들 때 복고가 유행하는 것도 사람들이 힘든 현실을 위로하는 방법으로 좋았던 과거를 찾기 때문이리라. 그때 시도된 것들이 오늘날 우리 대중문화의 높은 수준을 만들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X세대는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녀 결혼과 연애에 대해 전 세대 중 가장 탈전통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통계가 있다. 결혼과 출산을 의무의 관점이 아닌 행복의 관점으로 바라본 첫 세대이기도 하다. X세대들에겐 이혼, 동거, 딩크족, 싱글족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위아래 세대를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이다. 후배를 잘 이해하는 선배 세대이기도 하고, 중간관리자로서 다양한 성장환경과 가치관을 가진 베이비부머, 밀레니얼, Z세대를 어우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작 자신들은 기성세대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후배를 비난하지 않는, 꼰대력에 신경쓰는 이들이었다. 억울하게 낀 세대라 고충도 많을 것 같다.

 

  이 밖에도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점, 취향에 꼭 맞는 집에 산다는 점, 특별한 경험에 돈을 쓰는 취향 소비자라는 점 등도 그들을 특징짓는 내용 중 일부였다. 젊고 파워풀한, 개성과 실력, 경제력으로 현재 대한민국 트렌드를 이끄는 X세대를 주목할 이유이다. 후배 세대인 나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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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보다 강한 엄마의 정서가 명문대생 만든다 - 입시생 엄마의 3년 일
송민화 지음 / 마이카인드(MyKind)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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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보다 강한 엄마의 정서가 명문대생 만든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이 책의 제목이 눈에 확 띄었다. 명문대생의 자녀보다 엄마의 정서에 더 눈길이 갔다. 과연 저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녀를 키웠는지 궁금했다.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쳤다. 엄마의 일기를 읽다 보며 딸인 연이는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두 모녀 모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존재여서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책은 고1~3까지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적어보면 시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를 안심시키고 안아주고 격려하는 엄마의 다짐이 엿보였다. 시험은 결국 상대평가이고 타인보다 잘 봐야 하는 경쟁의 도구인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중략) 공부와 시험은 중요하지만 그 또한 길고 긴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니까라는 생각을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연이의 공부법 중 선생님의 농담까지도 적는 행위는 꽤 흥미로웠다. 당시 상황이 떠오르면서 이해가 훨씬 잘 된다고 했단다. 선생님에 대한 존중은 공부하는 이의 기본적 태도이고 선생님 말씀에 대한 필기와 메모 역시 같은 맥락이기에 연이의 남다른 태도가 멋져 보였다. 저자는 나는 연이를 키우고 연이는 엄마인 나를 키우고 있다.’라고 했는데 나도 우리 자녀와 그런 관계가 되고 싶어졌다.

 

  저자는 아이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한 성공, 즉 이웃을 섬기는 삶을 가르쳤다. 숨 쉬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섬기는 수준 말이다. 장애인분들과 청와대 개방길을 다녀온 연이가 실천한 따뜻한 시선은 바로 저자인 엄마가 물려준 선한 가치관이리라. 자녀의 마음속 선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배우고 실천하는 엄마가 되기로 나도 굳게 다짐했다.

 

  연이가 고3이었던 어느 날, <엄마들의 맘고생>이란 제목의 일기가 적혀있었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19년짜리 맘고생을 한다는 문구가 씁쓸해졌다. 명문대를 가는 것만이 아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아닐 텐데. 저자가 추구하는 엄마의 정서로 자녀를 섬기는 리더로 키우는 방법엔 인성 좋은 진흙 같은 아이로 빚어가는 정성이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칸트>를 읽으면서 진로를 대신 설정하는 것은 아이의 주도성을 빼앗는 것이며, 아이들 저마다 신이 주신 사명이 있음을 알고 그 자연스러운 길을 가도록 지켜보고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3년간의 입시생 엄마로서의 일기를 엿보며 기록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성찰하는 삶의 충만함을 배웠다. 연이도, 저자도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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