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언어 - 하늘의 언어, 땅의 언어
김준수 지음 / 밀라드(구 북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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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언어

 

  현재 지구상엔 7천 개가 넘는 언어들이 있다고 한다. 서로 관련이 있는 언어들을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시점에서 하나의 유일한 언어를 만나는데, 그 언어를 조어라고 한다. 저자는 창세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최초 언어인 에덴의 언어를 탐구했다. 창세기는 인간의 언어가 신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에덴에서 사용된 아담의 언어는 원시언어와는 다른 차원 높은 수준의 언어라는 것을 많은 면을 할애해 설명해주었다.

 

  아름다운 지상 낙원 에덴에 살고 있던 아담과 하와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신과 대화했다. 이 실제적인 장면은 에덴에 2개의 언어가 공존했음을 뜻한다. 바로 신의 언어와 아담의 언어다. 성경엔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언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말씀으로 만드셨고, 하나님의 제일 가는 창조물인 인간도 말을 하고 그 말에 인격과 권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담의 언어는 아마 땅의 언어였을지라도 삼위 하나님과 천사들이 천상에서 사용하는 거룩한 언어의 요소가 짙게 배어있는 언어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창세기는 이에 대해 속시원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다만 추측할 뿐이지만 수많은 동식물에 이름을 붙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담이 얼마나 지적인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고 생애 처음 보는 신부 하와를 보고 내뱉은 기쁨의 탄성을 살펴보면 아담의 언어 수준은 시인이나 학자같이 높았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희망은 그 언어가 히브리어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히브리어는 구약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의 공용어이자 구약성서를 기록한 문자이며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제1외국어였기 때문이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사용한 언어가 만일 히브리어였다면 신은 그들과 소통하실 때 이 언어로 소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의 발동은 꽤 자연스럽다. 땅에 사는 피조물인 아담과 하와가 하늘에 계시는 초월적인 하나님과 빠른 속도로 친해질 수 있던 것은 하나님이 스스로 낮은 곳에 임하시어 인간의 언어로 대화를 하셨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언어는 사물의 본질, 진리와 분리할 수 없는 사물의 참된 인식의 통로다. 오늘 읽은 책의 제목처럼 에덴의 언어가 언어의 최초 발화점, 즉 언어의 상상력이 미치는 최종 지점일지도 모른다는 발상은 언어의 본질이자 존재 이유를 밝히는데 주요할 수도 있다. 하늘의 언어이자 동시의 땅의 언어였던 에덴의 언어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언어는, 원래부터 생명과 사랑의 언어였을 것이다. 저자는 언어라는 주제를 통해 과학과 종교, 창조와 진화를 폭넓게 다루면서도 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좁은 문과 같이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임을 주지시켜 주었다. 반듯하고 선한 언어를 사용하고자 애쓰는 우리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실천과제다. 좁은 문은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으나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이기에 우리의 언어를 표출하는 입 또한 지극히 작지만 그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므로 사랑과 은혜가 가득한 말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나와 같은 크리스천들은 언어가 하나님이 피조물인 인간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임을 확신한다. 그 언어로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하며, 인간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도구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언어의 발자취를 따라 인문학적, 신학적으로 탐구해간 에세이 형식의 인문 교양서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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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감정 - 민망함과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은 삶에 어떤 의미인가
멜리사 달 지음, 강아름 옮김, 박진영 감수 / 생각이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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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감정

 

  웅크린 감정? 우울함 같은 걸 다룬 책인가 싶었다. 읽을수록 처음 접한 주제에 더욱 흥미로워졌다. ‘어색하고 민망한경험들은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느꼈을 감정이다. 사소한 것이든 심각한 것이든 어색하다는 말은 불편한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잡동사니 대명사일 터.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엔 이 감정이 사회적 쟁점들과도 연관되어 언급되고 있었다. 코미디언 월터 카마우 벨이 미국인들에게 어색한 대화를 보다 많이 나눌 것을 독려한 것만 봐도 주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중대하면서 민감한 사안에 관한 토론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아시안에 대한 무차별 폭행과 증오 범죄의 증가를 보면 더욱 그렇다. 굳이 이렇게 심각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저자는 어색함의 양상들을 기꺼이 연구하며 예기치 않게, 사람마다 달라서 때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성격적 특성들과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 인간성을 느꼈다고 했다. 이 당혹감과 어색함을 좀 더 깊이 다뤄보자.

 

  우린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내가 나를 보는 방식과 타인이 나를 보는 방식엔 종종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린 최소한 그 순간만이라도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 그 자체로 타인들이 나를 봐주길 원한다. 또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보이기 위해 상당한 연출을 필요로 한다. 온전한 자신을 단번에 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린 타인의 관점으로 이 간극을 메꾼다. 인간관계란 어쩌면 무한정한 순환으로 우리의 진짜 자아를 숨기고 드러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고프먼은 무대 뒤이론으로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기 위해 수고로운 자세를 취하는 사람을 보며 민망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우린 오직 무대 뒤에서만 긴장을 풀 수 있다고 표현한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사이에선 마침내 우리가 연기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혹여 타인이 본다 한들 내 생각만큼 가혹하게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회생활이 곧 연극이라는 어빙 고프먼의 이론은 적어도 저자가 경험한 즉흥 연극반에서는 아니다. 제이미 홈스는 불확실한 모든 순간을 잠재우기 위해 삶을 구성하기보다 미지의 것들에 좀 더 편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색함은 누군가의 표현이 현실과 도저히 양립하기 어려워 약간의 하얀 거짓말 정도로도 수습이 불가능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또한 사회적 불확실성이 주는 불편한 느낌으로 이해된다. 일상의 어색함과 난감함은 심리학 용어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과 네, 그리고랄지 임상치료법인 메리의 새끼 양같이 사람들을 어색한 순간에 일부러 노출시켜 사회적 불안을 감소하게 만들 수 있다. 모호함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에서건 초기에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로 제시되는 여러 심리학 이론과 그것을 열거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민망하고 어색한 느낌을 무조건 불편한 감정으로 치부하기보단 그것을 내 삶의 방식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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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육아입니다 - 경단녀에서 작가가 된 엄마의 육아 극복기, 그리고 꿈 이야기
이고은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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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육아입니다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가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도전과 희망을 주는 일이었다. 난 현재 전업주부는 아니지만 워킹맘으로서 육아를 병행하며 몸과 마음도 지쳐가던 중이었다. 로이와 리아 엄마인 저자 이고은 작가는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은 뒤엔 경단녀, 육아맘이 되었다. 10년 전부터 마음의 구석진 공간에서 지내고 있던 작가의 꿈을 다시 꺼내 실천에 옮긴 그녀가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작가를 꿈꾸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이었지만 누군가가 꿈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평범하게 사는 거라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제 꿈은 작가가 되는 거예요.’ 라고 외쳤다고. 나도 돌이켜보면 좋아하던 것과 제법 잘하던 것이 책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서평도 책을 읽기 위한 수단으로 지원했던 것이었고 몇 년째 이어지는 나의 행동이 되었다. 작년엔 몇 공모전에도 응모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다 보니 더욱 갈급했다. 지금 하는 일과는 별개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이것이라면 도전해보자고. 저자처럼 아이의 엄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말이다. 남들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연년생을 가정 보육하면서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백 페이지 분량의 초고를 완성한 그녀는 자신의 직업이 육아이면서도 그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작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갔다. 시간이 없다고 꿈을 포기하거나 힘들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라고 이야기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괜찮고 대단한 사람일까?

 

  책을 읽는 모습을 집안에서 종종 노출했더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들고 내 옆에 나란히 앉는다. 좀 더 크면 나의 도서관 동행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책이 연결고리가 되어 부모와 아이가 좀 더 교감하고 친해질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리라. 각 챕터마다 ‘THINK’ 라는 질문을 두어 내 생각을 정리할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를테면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역량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엄마가 된 직후 당신은 어떤 엄마가 되기로 다짐하셨나요?’ 와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많은 동질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서인지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인 양 푹 빠져 읽었다. 저자처럼 꿈꾸는 엄마, 책 쓰는 엄마가 되어 아래로 향해있던 자존감을 높이 잡아당기고 싶다. 누군가에겐 대단하고 큰 꿈이 아니더라도 오늘부터 내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위해 도전하고 싶어졌다. 엄마 작가가 될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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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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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로 취급되어 온 수필에 대해 귀히 여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험생들을 비롯해 글을 쓰는 모든 이는 꼭 읽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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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오덕렬 지음 / 풍백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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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작년에 우연히 오덕렬 수필가님의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을 인상 깊게 읽고 이번 도서도 반갑게 신청했다. 그 때 수필시학이란 글에서 창작수필은 동동주요, 보름달이요, 축구공이다. 창작수필은 손님의 머리를 천의 모습으로 손질하는 미용사다.’ 란 문장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공모전에서 가장 자신있게 응모하는 분야가 수필이라 그런지 오덕렬님의 현대수필 작법을 꼭 배우고 싶었다. 그것도 오늘의 제목처럼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작법이라니 더욱 의미있다. 중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웠던 익숙한 제목의 고전수필들이 목차에 여럿 눈에 띈다. 차마설과 조침문, 규중칠우쟁공론은 짧지만 재미있어서 아직까지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 여기서 또 마주하니 반가웠다.


  저자는 서술했다. 우리 고전문학에서 서구의 에세이에 해당하는 글은 한 편도 없다고. 갑오경장 이후 우리 수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서양의 에세이가 들어와 학자들 사이에 수필이 에세이인지 아닌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다가 결국 에세이 이론에 수필을 꿰맞춘 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이다. 수필을 에세이처럼 써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저자는 우리 고전수필 특히 <동명일기> 한 편만 잘 연구했더라도 에세이론을 차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한탄한다. 서구의 창작론에 대항하여 우리는 고전수필론을 확립하여 내놓았어야 했다고.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고전수필의 작법에서 현대수필 창작론을 얼마든지 뽑아 쓸 수 있다고. 이병기의 <가람문선>, 윤오영의 <달밤>, 한흑구의 <보리>만 보더라도 에세이의 흔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만의 뿌리를 찾아가 볼까?

 

  책은 경험의 일반화를 주제로 드러낸 고전수필로 이곡의 <차마설>을 소개했다. 이 수필은 말을 빌려 타는 일에 관한 이야기인데, 소유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이 주제라 하겠다. 글의 구성을 살펴보면 말을 빌려 탈 때의 마음과 자신의 소유물일 때의 마음, 그리고 소유와 관계된 인간 세상의 본질과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당부한 경험의 일반화를 2단으로 나누었다. 원고지 5장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다양한 수사법이 동원되었다. 둔마와 준마를 대조하는 대조법, 소유의 본질을 상세화하는 열거법 등이 그것이다. 좋은 작품은 수사법을 적극 활용하는 법이라 했다. 고전수필을 탐색하며 작법의 미덕을 배울 수 있으니 행복했다.

 

그 밖에도 플롯 시간에서 탄생한 의인체 고전수필인 유씨 부인의 <조침문>이라든지, 침선 도구를 의인화한 내간체 고전수필인 작자미상의 <규중칠우쟁공론>도 인상적이다. 아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전수필 중에서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마지막 소개 작품은 규방의 일곱 가지 침선 도구인 자, 가위, 바늘, , 골무, 인두, 다리미를 규중 여자의 일곱 벗으로 등장시켜 인간 세상의 처세술을 해학적으로 풍자했다. 구성을 살펴보면 전반부에는 일곱 벗의 공치사(세태 풍자)와 후반부의 인간에 대한 불평과 원망(인간 비판) 으로 되어 있다. 인물 간 갈등과 사건 구성이 있기에 소설적 요건을 갖추었으나 소설은 성격사건의 이야기인 반면 수필은 사물의 마음(감성, 서정), 곧 마음의 이야기라는 점에 가전체 작품의 수필임이 분명하다. 문학은 비유 창작이기 때문에 의인화와 여러 수사법이 쓰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게다가 조선 후기 문학이 추구하는 미학인 해학까지 들어있어 비판적 거리 없이 대상의 불합리나 모순을 드러내면서도 통찰과 동정을 보여주었다.

 

  1세기가 넘도록 우리 수필문단에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의 개념조차 언급한 이가 없어 너무 아쉬웠던 저자는 현실을 반성하며 수년에 걸쳐 작품연구를 해온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신변잡기로 취급되어 온 수필에 대해 귀히 여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험생들을 비롯해 글을 쓰는 모든 이는 꼭 읽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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