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갔을까? 밝은미래 그림책 48
린지 지음 / 밝은미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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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4살이 된 우리 아이는 화장대 서랍과 내 출근가방을 뒤지는 재미에 살고 있다. 매일 아침엔 가방에 있는 모든 잡동사니를 하나씩 꺼내 살펴보고 자신의 것이라는 둥 억지를 부리다가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내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다. 저녁에는 화장을 지우고 세안을 하면 함께 거울 앞에 앉아 내 눈썹을 다시 그려주겠다느니 같이 로션을 바르겠다느니 하면서 온갖 참견을 한다. 그런 아이가 싫지 않다!

 

  오늘 읽은 어디로 갔을까?’ 의 주인공인 여자 아이도 반짝이는 호기심을 갖고 엄마 방을 요리조리 살핀다. 엄마 방엔 재밌는게 진짜 많다고 느끼는 걸 보니 아이의 장난감보다 어른들의 물건에 더 흥미를 갖는건 우리 아이나 책 속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아이는 엄마 서랍을 열어보며 목걸이도 걸어보고 엄마의 스웨터도 입고 높은 하이힐도 신어본다. 그러다 발견한 파란색의 반지! 진짜 예쁜 파랑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엄마 몰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어 학교에 가져간다. 새 치마를 입고 온 지윤이도 옆 반의 레나도 반지를 부러워한다고 의기양양해진다. 반지가 없어진 줄 눈치채지 못한 엄마를 보며 엄마는 아직 모르나 봐. 서랍에 넣어 뒀다가 내일 또 가져가야지.’ 라며 까치발을 들고 맨 윗 서랍에 다시 반지를 넣어놓는 아이다. 다음 날 아침 또 설레는 마음으로 반지를 챙겨 어제는 못 보여준 민아에게 꼭 자랑한다고, 레나가 껴보고 싶다면 껴 보게 해주리라 다짐한다. 쉬는 시간이 되어 가방을 펼쳐보니 반지가 없다?! 아이의 당황한 표정이 책의 한면을 커다랗게 장식하며 그 모습을 온전히 느끼게 만들었다. 온 동네를 뒤지며 파란 반지를 찾느라 동동거리는 모습이 불안하다. 일러스트는 대개 어두운 건물색과 파란색만을 대비하여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아이의 머릿속은 온통 잃어버린 반지뿐이다. ‘어디에 갔지? 혼자겠지? 엄마가 물어보면 어떡하지?’ 와 같은 걱정하는 혼잣말이 파란색 반지 못지않게 파란 글씨로 페이지를 꽉 채워 시각적인 효과도 두드러진다. 이불 속에 누워 상상하는 엄마의 모습은 파란 얼굴의 화난 표정을 지녀 아이를 짓누른다.

 

 예상치 못했지만 엉뚱하고도 발랄한 아이의 행동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물론 우리 아이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내가 화를 내지 않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겠다. 어쨌든 아이들의 호기심은 늘 어른들의 생각을 앞서간다. 나도 이럴 때가 있었지 하며 미소 짓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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