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감정 - 민망함과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은 삶에 어떤 의미인가
멜리사 달 지음, 강아름 옮김, 박진영 감수 / 생각이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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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감정

 

  웅크린 감정? 우울함 같은 걸 다룬 책인가 싶었다. 읽을수록 처음 접한 주제에 더욱 흥미로워졌다. ‘어색하고 민망한경험들은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느꼈을 감정이다. 사소한 것이든 심각한 것이든 어색하다는 말은 불편한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잡동사니 대명사일 터.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엔 이 감정이 사회적 쟁점들과도 연관되어 언급되고 있었다. 코미디언 월터 카마우 벨이 미국인들에게 어색한 대화를 보다 많이 나눌 것을 독려한 것만 봐도 주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중대하면서 민감한 사안에 관한 토론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아시안에 대한 무차별 폭행과 증오 범죄의 증가를 보면 더욱 그렇다. 굳이 이렇게 심각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저자는 어색함의 양상들을 기꺼이 연구하며 예기치 않게, 사람마다 달라서 때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성격적 특성들과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 인간성을 느꼈다고 했다. 이 당혹감과 어색함을 좀 더 깊이 다뤄보자.

 

  우린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내가 나를 보는 방식과 타인이 나를 보는 방식엔 종종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린 최소한 그 순간만이라도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 그 자체로 타인들이 나를 봐주길 원한다. 또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보이기 위해 상당한 연출을 필요로 한다. 온전한 자신을 단번에 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린 타인의 관점으로 이 간극을 메꾼다. 인간관계란 어쩌면 무한정한 순환으로 우리의 진짜 자아를 숨기고 드러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고프먼은 무대 뒤이론으로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기 위해 수고로운 자세를 취하는 사람을 보며 민망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우린 오직 무대 뒤에서만 긴장을 풀 수 있다고 표현한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사이에선 마침내 우리가 연기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혹여 타인이 본다 한들 내 생각만큼 가혹하게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회생활이 곧 연극이라는 어빙 고프먼의 이론은 적어도 저자가 경험한 즉흥 연극반에서는 아니다. 제이미 홈스는 불확실한 모든 순간을 잠재우기 위해 삶을 구성하기보다 미지의 것들에 좀 더 편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색함은 누군가의 표현이 현실과 도저히 양립하기 어려워 약간의 하얀 거짓말 정도로도 수습이 불가능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또한 사회적 불확실성이 주는 불편한 느낌으로 이해된다. 일상의 어색함과 난감함은 심리학 용어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과 네, 그리고랄지 임상치료법인 메리의 새끼 양같이 사람들을 어색한 순간에 일부러 노출시켜 사회적 불안을 감소하게 만들 수 있다. 모호함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에서건 초기에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로 제시되는 여러 심리학 이론과 그것을 열거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민망하고 어색한 느낌을 무조건 불편한 감정으로 치부하기보단 그것을 내 삶의 방식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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