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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노련한 형사반장 가르시아와 천재 프로파일러 에이-비-씨-디 에이들의 만남, 이것만으로도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며 [퇴마록] 작가의 명성만으로도 이 책을 펼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바이퍼케이션'의 뜻도 모르던 내가 첫 장을 펼쳤을 때 만난 '가르시아'는 책 속의 세계가 현실이 아닌 게임의 한 프로그램으로 느껴지게 했고 가르시아, 에이들, 잭, 헤라 등의 이름만으로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보는 듯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현실감이 없어 모든 것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일단 '바이퍼케이션'이 어떤 것이라는 것은 에이들의 설명으로 이해는 했지만 헤라클래스, 하이드라의 존재는 책장을 넘기는 손길을 더디게 만들고 나의 짧은 지식으로 인해 머릿속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헤라클래스가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지금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가르시아처럼 내내 신화속에서 툭 튀어나온 헤라클래스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대단한 프로파일러 에이들에 의해 낱낱히 파헤치는 헤라클래스의 존재는 여느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헤라클래스의 강력한 힘, 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이 능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 능력 하나만으로 인간이 아니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3권까지 읽고 난 지금 하이드라의 정체까지 파악하고 나니 몸 전체에서 힘이 빠져나가 좀처럼 서 있을 수가 없다. 나도 헤라클래스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일까. "모두 잊어 버려" 따위의 명령을?
헤라클래스가 끝내야 할 과업이라니, 이 과업대로라면 세상에 일어나야 할 살인사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리온이 여자들을 죽이는 '꽃놀이'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비위가 상하고 울컥 울분을 토하게 만드는데 인간과, 꽃, 벌레, 동물 등의 생명을 모두 똑같이 생각하는 헤라클래스의 논리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어느새 그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잊게 되고 만다. 무엇이 그녀, 아니 그라고 해야겠지. 그 헤라클래스에게 하이드라와 대적할 힘을 주었을까. 최종적으로 하이드라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으로 모두 관련된 살인사건들이 해결되지만 헤라클래스에 의해, 하이드라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이것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놀랍게도 거기에 따른 해결책으로 에이들은 벌써부터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에이들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과연 세상이 속아줄까. 모든 것이 거짓인 것만 같다. 모든 것이 헤라클래스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인 것만 같다. 에이들조차, 그가 하이드라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헤라의 기억속을 엿보았던 에이들조차 그의 모든 행동의 뒤에는 헤라클래스가 있는 것만 같다. 어린 시절, 누이의 죽음 뒤로 괴물이 되어 버린 에이들은 하이드라의 존재를 알아가며 자신 또한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으나 헤라클래스, 하이드라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한 명의 영웅이 필요하다면 헤라클래스는 그 자신이 되어야 한다 생각했겠지만 세상은 말이다. 오직 선한 존재인 가르시아만을 기억한다. 물론 이또한 헤라클래스의 농간이겠지만 말이다. 이래서 모든 것을 믿을 수 없다 한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 허상으로 느껴진다. 인간이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하게 해 주었다는 하이드라로인해 세상은 미쳐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풀려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게 될지는 이 책 '바이퍼케이션'을 읽으면 된다. 한 사람을 갖고 싶어했던 욕망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지금도 세상은 헤라클래스, 하이드라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