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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기둥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킹스브리지 대성당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가졌던 사람은 필립과 잭만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인 나도 혹 작가 켄 폴릿이 킹스브리지 대성당 완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왜냐하면 킹스브리지의 수도원장 필립은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윌리엄과 웨일런에 의해 몇 번이나 대성당을 짓지 못하는 위기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대체 대성당 하나 짓는데 뭐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덕분에 3권 마지막까지 윌리엄과 웨일런의 욕심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독자들을 긴장시켜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어 3권에 이르기까지 무려 1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며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아, 1권에서는 대성당의 완공되기까지의 오랜 세월에 이르는 길의 처음에 해당하다 보니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더디었으나 2권부터는 잠오는 것이 원망스러울정도로 책에서 눈길을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
[대지의 기둥]을 읽으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무리 궁금해도 절대로 뒷편을 넘겨보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안타깝게도 미리 책장을 넘겨보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앨리애너가 왜 앨프레드와 결혼하지? 이것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고 윌리엄이 왜 킹스브리지에 와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일까, 궁금해서 더 몰입이 잘 되었다면 그리 큰 잘못도 아닐 것이다.
윌리엄의 마지막, 그리고 앨프레드가 받은 '벌'이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데 솔직히 이도 앨프레드는 그 자신이 원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되고 윌리엄만이 그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벌을 받은듯 해 가슴 후련한 감정을 크게 느낄 순 없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이 법칙은 [대지의 기둥]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인데 앨리에너가 윌리엄에게서 어떻게 백작의 지위를 다시 찾아오는지, 필립이 윌리엄과 웨일런에 대항해 어떻게 킹스브리지 대성당을 짓는지, 그것과 관련해 잭과 앨프레드의 대립을 보여주고, 잭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이들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작가 켄 폴릿에 의해 독자들은 모든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윌리엄과 웨일런, 레미기우스의 권력 욕심은 끝이 없다. 죽어야만 끝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늘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필립으로 인해 다행히 죽기 전에 자신의 죄를 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 이점이 독자로서는 불만일 수 있는데 워낙 끔찍한 일들을 많이 저지른 사람들이고 보니 그들에게 그들이 행한 일들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킹스브리지 대성당 완공을 중심으로 사건들이 일어나다 보니 이 책은 종교를 빼 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어 필립이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베푸는 모든 것들이 악의 무리인 웨일런과 레미기우스에 이른다고 해도 독자들이 나서서 뭐라 할 순 없다.
처음에는 [대지의 기둥]이 선과 악의 대립을 다룬다 생각했지만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생겨난 모든 일들이 '악'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정의에 따라 신념을 가지고 곧게 살아간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 '선'은 아닐 것이다. 그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역사가 되어 [대지의 기둥]이라는 책이 완성 되었던 것이다.
아주, 아주 오랜 세월 톰과 잭, 그리고 잭의 딸 샐리가 함께 이 대성당을 지으며 보내는 동안 독자들은 이들과 잠깐의 시간만 보냈을 뿐 늙지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대성당을 처음 짓기 시작했을 때부터 보았기 때문에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장 섭섭한 것은 햇빛이 비쳐드는 대성당 안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인데 킹스브리지 대성당의 주변을 모두 다 짓게 되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해 보면 이런 섭섭함은 잠시 내려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록 [대지의 기둥]을 통해 잭이 완공한 건물들을 보지 못하긴 하지만 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때문인지 이런 섭섭함은 금세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필립도 수도원장직을 내 놓아야 할 정도로 늙었고 잭 또한 샐리가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으니 자신들의 손으로 한 마을을 이루는 모습은 어쩌면 생전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샐리의 아이들이, 또 그 자손들에 이르러서야 볼 수 있다면 그동안 대성당을 짓기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자손들에게 들려주며 세월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