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경심 세트 - 전3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간여행이라는 같은 주제의 책들인 이리리의 '연의 바다'와 동화의 '보보경심'을 읽으면서 내가 원한 결말은 무엇일까,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팍팍한 현실을 감내하기 힘든 우리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남녀 주인공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원하므로 21세기에서 파라오 토드모세가 통치하는 이집트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연하와 300년 전으로 타임슬립한 약희의 존재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가 이것을 그려냈으니, 어떤 결말이든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고집을 피워서라도 행복한 결말을 그려내라 강요하고 싶어진다. 허나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등장인물이지만 스스로가 생명을 가지는 것인지 생과 사를 결정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며 벌어지는 일들은 결코 작가의 머리와 손끝에서 벌어지는 것이라 단언할 수가 없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저자는 윤성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이 작품을 마무리 했다고 했으니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의 생과 사는 그들 스스로 결정 짓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는 것만큼 허무한 것이 있을까. 로맨스 소설은 더 그러할 것이다. 여러 황자들과 우정을 맺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약희는, 우정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내어 놓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소위 의리가 있음에도 왜 팔황자 윤사에게만은 죽을 각오로 그와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보보경심'의 작가는 꽤 많은 세월이 흘러가며 약희의 감정은 물론이고 사황자 윤진, 팔황자 윤자, 십사황자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그려내어 약희 그녀의 마음이 서서히 어디로 향하는지, 왜 팔황자에게 온전히 마음을 다 주지 못했는지 알 수 있지만 역사의 흐름을 바꾸지 않기 위해 노력한 그녀는 그녀 자체의 존재만으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므로 황궁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오롯이 홀로 흘러갈 순 없었다.


가장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약희의 삶, 그것은 그녀가 개입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역사의 흐름에 가장 알맞은 결말을 맞았다. 그럼에도 좀 더 행복할 순 없었나 하는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월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고 약희와 황자들이 모여 큰소리로 웃으며 보냈던 시절은 이젠 빛바랜 추억속에서나 꺼내어 볼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고 역사속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간들이 되었다. 허나, 약희 그녀를 향한 사랑, 그 마음만큼은 사황자, 팔황자, 십사황자의 마음안에서 사라지지 않으니 이름하여 '추억'이라는 것으로 여전히 남아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약희, 다시 이곳으로 올 수 있다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삶을 살 건가요? 처음부터 온전히 사황자만을 바라볼 건가요. 상대만을 오롯이 바라보는 두 사람 곁에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아픈 사랑은 늘 내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약희 그녀가 현대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음에 조금 아쉬움을 느낀다. '연의 바다'에서는 몇 번이나 연하가 살던 곳으로 갈 수 있었음에도 강제에 의해 막히고, 스스로 떠날 수 있었던 때는 스스로 그 기회를 떠나 보내며 토드모세의 곁에서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기 때문에 독자로서 조금 기대하는 바, 바라던 바가 철저히 막혀 버렸지만 연하는 자신의 선택에 의한 완전한 사랑을 선택할 수 있었고 약희는 돌아가지 못하고 마이태 약희의 몸에서 진짜 약희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을지 알지 못한채 장효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으로 약희의 몸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며 그 삶을 마무리 하게 된다.  


허구잖아요? 소설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 아파하고 깊은 여운을 느껴야 하는지, 시간의 흐름에 갇힌 주인공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나의 마음을 오랜시간 달래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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