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구르미 그린 달빛 세트 - 전5권
윤이수 지음, 김희경 그림 / 열림원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김 형, 정말 괜찮으신 거지요?" 월하노인의 팔찌를 라온이에게 채워준 그의 마음은 온통 라온이뿐이었는데, 이번 생에서는 그 인연을 이어갈 수 없음을 알고 그 마음 내려 놓는 것을 보는 제가 왜 더 힘든 것일까요. "윤성, 당신도 괜찮은 것이지요?" 가면을 쓰고 늘 웃음을 머금고 살아온 그가 라온을 만나게 된 후 진짜 웃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 버렸는데 이대로 라온이와의 인연을 놓게 된다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요. 드라마와 달리 병연과 윤성은 참으로 참으로 라온이를 많이 아낀다.윤성은 세자의 손에서 라온이를 빼앗아 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고, 병연은 라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다. 물론 윤성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하늘은 화초저하와 라온이의 사랑만을 이어줬을 뿐, 다른 두 사람에게는 그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음 생에서는 라온, 그녀의 손을 결코 놓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윤성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더랬다.


홍경래의 여식 홍라온,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정해진 그녀의 출생의 비밀은 화초저하의 곁에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 짐작하게 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외척세력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세자빈까지 끌어내어 그 자리에 라온을 앉힌다? 앉힐 수 있나? 세자가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했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홍경래의 여식이라 이미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했으나 어떻게 화초저하와 라온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 그 결말을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허나 역시 작가는 대단하다. 사실에 바탕을 두고 허구의 내용을 잘 결합하여 그려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결말을 이끌어냈기에 대단하다 감탄하면서도 실은 그 결말에 대해 할 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홍라온과 화초저하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네, 네 맞습니다. 이 결말을 위해 그동안 늦은 밤까지 수많은 책장을 넘겼지요. 어머니와 여동생 단희를 위해 여인이라도 비록 속아서 된 것이긴 하나 환관이 되어 열심히 살아온 라온, 세자가 언제쯤 그녀가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까 가슴졸이며 두근두근 설레어 하며 기다렸건만 두 사람의 사랑은 그리 순탄한 길을 걸을 수 없었지요. 권력의 정점에서 화초저하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멋있는 선택이랄 수 있을까요. 네, 모든 것을 내려 놓은 그에게 최고의 선택,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라온의 어머니와 단희의 안전은 물론 그 삶까지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바꿔 놓을 수 있었으니까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결말로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조금은 짐작을 하면서도 이리 유쾌하게 맺는 결말이 아닌, 조금은 진지하게, 진중하게 맺었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답니다. 어쨌든 두 사람 행복하잖아? 대체 네 진심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들의 이야기가 금세 끝나는게 아쉬워 이러나 봅니다. 


홍라온에게 도움을 준 이들은 참 많았더랬다. 비록 홍라온의 이야기로 여유로운 궐 생활을 한 '도기'를 포함한 불통내시들, 라온이가 이어준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리라. 딱히 원작소설과 드라마의 경계가 불분명해져 그 내용조차 서로 헷갈리는 요즘이지만 원작소설에서의 화초저하가 여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지병(?)으로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그 시간들이 좋았다. 라온이는 가슴졸이며 보낸 시간들이었지만 어떻게 라온이가 여인인 것을 알게 되는 그 상황은 지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드라마 소재로도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가슴 설레이는 장면이다. 동화의 '보보경심'의 한 장면 중 눈 길을 걷는 팔황자와 약희를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가슴 설레인다. 서로만을 바라보던 그 때, 오롯이 그들뿐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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