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1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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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에게도 보로미어에게도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기다림의 끝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원철은 이제 다시 눈뜨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현실에 있어야만 혜란을 그리워라도 할 수 있으니 이 어둠속에서 꼭 놓여나야 한다. 그렇다면 보로미어는? 그에게 남은 것은 뭐가 있지? 그리워 해야 할 실바누스? 신탁을 받았다는 보로미어의 말을 듣고 메디나, 닉스는 동료애로 그와 함께 했으나 그 이면의 진실은 알지 못한 그들처럼 보로미어도 아는 것이 없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원철이 선택한 것을 보면 결국 우리들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국회의원 송의원의 죽음, 이것은 단순히 몇 명이 살해 당했다고 덮어질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배후를 캐내라는 상부의 지시에 움직이던 욱은 이 사건이 '팔란티어'란 게임과 관계 있음을 알게 되며 살해범(제우스)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현실에서는 욱이, 게임 안에서는 욱의 친구 원철 즉 보로미어가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송의원 살해범이 했다는 '팔란티어' 게임 안에서 살해 동기를 찾으려면 경찰인 욱보다 원철의 할일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래서 덕분에 난 욱과 원철보다 보로미어와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았다. 원철이 보로미어를 제어하는 것이 힘든 만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굉장히 어려운 일처럼 보이나 어느 순간 급물살을 타듯 사건은 진실 가까이에 다가서게 된다. 보로미어는 원철의 제어로 제우스의 자취에 바짝 다가서고 모든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기에 이른다.

 

보로미어와 실바누스가 함께 하는 원정은 살인사건과 별개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냥 이대로 이곳에 머물러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들었다.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로미어와 실바누스에게 빠져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의를 부르짖는 것도 아니건만 순수하게 동료들을 대하는 보로미어를 보며 그가 알아내야 할 제우스와 관련된 정보들이 그에게는 꼭 알아내야 할 진실도 그 무엇도 아니기에 그냥 이대로 게임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현실에서 원철이 아니 보로미어가 실바누스를 찾는 행동이 곤혹스러워 그를 향한 시선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은 보로미어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그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과 게임, 이것은 나에게는 별개의 것이다. 원철에게는 아니었기에 그의 삶은 망가지고 뒤틀려 버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계속 암흑속에 남아 있는 것이 그를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진실인가. 어떤 것이 진실인지 모르겠으나 이것에 목숨 건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단지 세상에 드러날 시기를 늦출 뿐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마는 것을. 원철에게나 보로미어 그리고 나에게도 남은 것은 기나긴 기다림, 암흑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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